주목·질타 받는 ‘쪼개야 산다’ 전략… 몰아보던 OTT의 변심은 무죄?

엄형준 2023. 1. 17. 2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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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자 이탈막기 전략 구설
넷플릭스 ‘더 글로리’ 파트1선 군불만 지펴
송혜교 복수 보려면 두달 뒤 파트2 기다려야
디즈니플러스 ‘카지노’ 16회 분량 순차공개
티빙도 오리지널 ‘아일랜드’ 파트 1·2로 나눠
구독자들 OTT 영상 공개 방식 변화에 배신감
넷플릭스 무광고 원칙 깨고 새 요금제 도입
구독자 이탈·영업이익 감소 대응전략 관측
‘쪼개야 산다.’ 요즘 OTT 업계에서 소위 핫한 콘텐츠를 파트로 나눠 공개하는 전략이 주목과 질타를 받고 있다. 안 본 사람은 있어도, 일단 보면 끝까지 본다는 넷플릭스의 ‘더 글로리(사진)’가 1개 시즌을 2개 파트로 나눠 공개하면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못 기다리겠다”는 조바심의 표현과 “파트2가 나올 때까지 보지 말라”는 진심 어린 당부가 이어지고 있다. 이용자들은 더 글로리의 복수를 보려다가 넷플릭스에서 한 방 맞은 듯, 수작에 대한 찬사와 넷플릭스의 영업 방식에 대한 불만을 동시에 드러내고 있다.
 
◆‘원하는 때 원하는 만큼’ 방식으로 업계 변혁

넷플릭스는 1997년 비디오 대여사업으로 출발, 스트리밍 서비스를 시작한 이래 최근까지 오리지널 콘텐츠를 시즌별로 한꺼번에 공개하는 방식으로 이용자들의 큰 호응을 얻었다.

‘셋톱박스를 넘어서’(Over The Top)의 준말인 OTT는 일주일을 꼬박 기다려야 다음 회차를 볼 수 있는 기존의 케이블TV 방식을 파괴하는 시도였다. 넷플릭스는 다양한 오리지널 콘텐츠를 독점적으로 공급하면서, 드라마 전회차를 밤새 몰아보는 ‘올빼미족’을 양산했다.

물론 넷플릭스가 전회 콘텐츠를 공급하는 소위 ‘빈지 오픈’을 했다 해도 이는 어디까지나 공개된 ‘시즌’에 한정된 것으로, 모든 콘텐츠를 맨 첫 회부터 마지막 회까지 볼 수 있었던 것은 아니다. 넷플릭스의 대표적인 오리지널 콘텐츠인 ‘하우스 오브 카드’는 6개 시즌, 73부작으로 2013년에 시작해 2018년 11월에야 막을 내렸다. 이처럼 넷플릭스의 콘텐츠는 인기 여부에 따라 상당 기간 장기화하는데, 적어도 한 시즌의 촬영이 끝나면 해당 시즌 전체를 공개하는 전통은 오랫동안 이어졌다.
이런 전략에 금이 가기 시작한 계기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대유행이다. 넷플릭스의 전 세계 가입자는 2019년 11월 중국에서 발병한 코로나19가 이듬해 전 세계로 퍼져나가며 급증하기 시작, 2020년 1분기에 1500만명, 2분기에 1000만명이 순증했다. 전례 없는 호황기로, 집 밖으로 나갈 수 없는 이들이 TV 앞을 떠나지 않은 영향이었다. 하지만 이런 증가세는 그해 3분기에 바로 꺾였고, 2022년 1분기와 2분기는 오히려 가입자 수가 순감했다. 2011년 이후 첫 구독자 감소 소식이 전해진 지난해 1분기 실적발표에 넷플릭스의 주가는 장중 최대 39%까지 빠졌고, OTT 산업 전반에 대한 불안감을 불러일으켰다.

침체에 대한 넷플릭스의 대응은 물량전과 전통 파괴였다. 넷플릭스는 한국 콘텐츠를 중심으로 다양한 오리지널 시리즈를 선보였고 이는 대성공을 거뒀다. 한국에서 만들어진 ‘오징어 게임’은 전 세계 시청자를 사로잡았고, 구독자들은 기꺼이 밤을 새웠다.

그러나 코로나19로 집에 갇혀 몰아보기에 나섰던 독자들은 대부분의 콘텐츠를 과식 끝에 결국 소화해내며, OTT 업계를 불안하게 하고 있다. 여기에 경기 불황 조짐과, 디즈니플러스와 애플TV와 같은 대형 OTT의 신규 등장으로 시장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구독자·영업이익 감소에 약속 깨… 흐름 이어질 듯

이런 변화 속에 넷플릭스는 오리지널 콘텐츠에 대한 시즌 쪼개기 전략을 들고 나왔다. 넷플릭스는 총 8편의 ‘더글로리’ 파트1을 지난달 30일 공개했고, 나머지 8편인 파트2는 3월 공개할 예정이다. 앞서 넷플릭스는 리얼리티 쇼프로그램인 ‘솔로지옥’을 주차별로 순차 공개하기도 했다. 창작자들과 논의를 통해 창작의도에 따라 다양한 방식을 시도하고 있다는게 넷플릭스 공식 입장이지만, 콘텐츠를 몰아보고 구독을 중단하는 사태를 막기 위한 ‘그물망’을 치겠다는 속내가 엿보인다.
디즈니플러스도 기대작인 총 16회 분량의 ‘카지노’를 파트1과 파트2로 나눴고, 파트1의 3편을 공개한 뒤, 매주 수요일마다 1편씩 공개하는 전략을 택했다. 국내 OTT인 티빙 역시 오리지널 콘텐츠인 ‘아일랜드’를 파트1과 파트2로 나눴다.

이런 변화에 대해 일부 구독자는 “넷플릭스의 배신”이라고 비난한다. 하지만 화난 이용자와 달리 업계는 다른 분석을 내놓는다. 한 OTT 업계 관계자는 “더글로리의 경우 워낙 네임밸류가 있는 작품이라 일부러 나누기 편성 전략을 짰을 수 있다”면서도 “후보정 작업 등의 문제로 파트를 나눠 공개할 수는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넷플릭스의 영업전략 변화는 또 있다. 넷플릭스는 ‘광고 청정지대’를 포기하고, ‘광고형 요금제’를 도입하는 ‘변심’을 했다. 광고로 수익을 내는 대신, 독자들의 구독료를 깎아 주겠다는 것이다.

코로나 발생 전인 2019년 2분기만 해도 넷플릭스의 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인 리드 헤이스팅스는 “우리는 광고 수익을 위한 경쟁에서 벗어나 시청자 만족을 위한 경쟁에 전적으로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최근 “더 빨리 광고형 요금제를 채택해야 했다”면서 “몇 년 전에 뛰어들지 않은 것은 실수였다”고 말을 바꿨다.

넷플릭스는 광고형 요금제 도입과 더불어 가족 외 계정 공유 차단도 시사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이용자들이 모르는 사람과 구독 서비스를 공유하고, 구독료를 나눠내는 경우가 많다. 현재 넷플릭스의 프리미엄 요금제는 1만7000원으로 4명까지 동시 이용이 가능한데, 4명이 이용료를 나눈다면 월 4250원만 부담하면 된다.

이용자들의 불만이 팽배하지만, 정작 업계는 영상 콘텐츠 시장에 당장의 대변혁은 없을 것으로 전망한다. 살아있는 공룡인 글로벌 OTT는 여전히 명망 있는 배우와 제작자를 섭외해 질 높은 콘텐츠를 공급할 독보적 능력을 보유하고 있고, 지역이나 단일 국가를 기반으로 하는 지상파나 케이블 사업자가 이를 뛰어넘기는 어렵다.

넷플릭스로서는 공급 방식 변화에 다른 OTT들이 동참하는 모습을 보며 안도감을 느낄지도 모른다. 다만 이런 OTT의 정책 변화는 적게나마 독자들의 이탈을 부추기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2억2000만명의 독자를 거느린 ‘거대 공룡’은 작은 환경 변화에도 휘청거릴 수 있다. 정책 변화와 신규 콘텐츠에 힘입어 넷플릭스의 순가입자는 지난해 3분기 이후 다시 플러스로 전환됐지만, 영업이익은 3분기에 이어 4분기까지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다.

엄형준 선임기자 ti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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