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목·질타 받는 ‘쪼개야 산다’ 전략… 몰아보던 OTT의 변심은 무죄?
넷플릭스 ‘더 글로리’ 파트1선 군불만 지펴
송혜교 복수 보려면 두달 뒤 파트2 기다려야
디즈니플러스 ‘카지노’ 16회 분량 순차공개
티빙도 오리지널 ‘아일랜드’ 파트 1·2로 나눠
구독자들 OTT 영상 공개 방식 변화에 배신감
넷플릭스 무광고 원칙 깨고 새 요금제 도입
구독자 이탈·영업이익 감소 대응전략 관측
◆‘원하는 때 원하는 만큼’ 방식으로 업계 변혁
넷플릭스는 1997년 비디오 대여사업으로 출발, 스트리밍 서비스를 시작한 이래 최근까지 오리지널 콘텐츠를 시즌별로 한꺼번에 공개하는 방식으로 이용자들의 큰 호응을 얻었다.
‘셋톱박스를 넘어서’(Over The Top)의 준말인 OTT는 일주일을 꼬박 기다려야 다음 회차를 볼 수 있는 기존의 케이블TV 방식을 파괴하는 시도였다. 넷플릭스는 다양한 오리지널 콘텐츠를 독점적으로 공급하면서, 드라마 전회차를 밤새 몰아보는 ‘올빼미족’을 양산했다.
침체에 대한 넷플릭스의 대응은 물량전과 전통 파괴였다. 넷플릭스는 한국 콘텐츠를 중심으로 다양한 오리지널 시리즈를 선보였고 이는 대성공을 거뒀다. 한국에서 만들어진 ‘오징어 게임’은 전 세계 시청자를 사로잡았고, 구독자들은 기꺼이 밤을 새웠다.
그러나 코로나19로 집에 갇혀 몰아보기에 나섰던 독자들은 대부분의 콘텐츠를 과식 끝에 결국 소화해내며, OTT 업계를 불안하게 하고 있다. 여기에 경기 불황 조짐과, 디즈니플러스와 애플TV와 같은 대형 OTT의 신규 등장으로 시장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구독자·영업이익 감소에 약속 깨… 흐름 이어질 듯
이런 변화에 대해 일부 구독자는 “넷플릭스의 배신”이라고 비난한다. 하지만 화난 이용자와 달리 업계는 다른 분석을 내놓는다. 한 OTT 업계 관계자는 “더글로리의 경우 워낙 네임밸류가 있는 작품이라 일부러 나누기 편성 전략을 짰을 수 있다”면서도 “후보정 작업 등의 문제로 파트를 나눠 공개할 수는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넷플릭스의 영업전략 변화는 또 있다. 넷플릭스는 ‘광고 청정지대’를 포기하고, ‘광고형 요금제’를 도입하는 ‘변심’을 했다. 광고로 수익을 내는 대신, 독자들의 구독료를 깎아 주겠다는 것이다.
코로나 발생 전인 2019년 2분기만 해도 넷플릭스의 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인 리드 헤이스팅스는 “우리는 광고 수익을 위한 경쟁에서 벗어나 시청자 만족을 위한 경쟁에 전적으로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최근 “더 빨리 광고형 요금제를 채택해야 했다”면서 “몇 년 전에 뛰어들지 않은 것은 실수였다”고 말을 바꿨다.
넷플릭스는 광고형 요금제 도입과 더불어 가족 외 계정 공유 차단도 시사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이용자들이 모르는 사람과 구독 서비스를 공유하고, 구독료를 나눠내는 경우가 많다. 현재 넷플릭스의 프리미엄 요금제는 1만7000원으로 4명까지 동시 이용이 가능한데, 4명이 이용료를 나눈다면 월 4250원만 부담하면 된다.
이용자들의 불만이 팽배하지만, 정작 업계는 영상 콘텐츠 시장에 당장의 대변혁은 없을 것으로 전망한다. 살아있는 공룡인 글로벌 OTT는 여전히 명망 있는 배우와 제작자를 섭외해 질 높은 콘텐츠를 공급할 독보적 능력을 보유하고 있고, 지역이나 단일 국가를 기반으로 하는 지상파나 케이블 사업자가 이를 뛰어넘기는 어렵다.
넷플릭스로서는 공급 방식 변화에 다른 OTT들이 동참하는 모습을 보며 안도감을 느낄지도 모른다. 다만 이런 OTT의 정책 변화는 적게나마 독자들의 이탈을 부추기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2억2000만명의 독자를 거느린 ‘거대 공룡’은 작은 환경 변화에도 휘청거릴 수 있다. 정책 변화와 신규 콘텐츠에 힘입어 넷플릭스의 순가입자는 지난해 3분기 이후 다시 플러스로 전환됐지만, 영업이익은 3분기에 이어 4분기까지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다.
엄형준 선임기자 ti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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