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박한 윤심?…윤핵관·용산·與초선까지 나경원 집단 압박
[아이뉴스24 정호영 기자] 국민의힘 당대표 출마 가능성을 내비친 나경원 전 의원에게 용산과 당을 아우른 고강도 압박이 쏟아지고 있다. 나 전 의원이 17일 윤석열 대통령의 정부직 해임에 대해 '윤핵관'(윤 대통령 핵심관계자)을 비판하며 "대통령의 본의가 아니"라고 주장한 것을 대통령실이 공식 반박한 데 이어 초선의원 50여명이 '대(對)나경원 규탄 성명서'를 발표했다.
친윤계 다수는 '윤심'을 앞세운 김기현 의원을 차기 당대표로 밀고 있다. 일각에서는 나 전 의원에게 반윤 낙인을 찍는 친윤계의 '윤심 하달' 과정이 지나치게 거칠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러한 당내 '집단 린치' 기류가 당원과 국민의 반감으로 이어져 김 의원의 당권가도는 물론 제22대 총선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분석이다.
김대기 대통령비서실장은 이날 언론 공지를 통해 "대통령께서는 오랜 공직생활을 통해 공적 의사결정에서 실체적 진실을 가장 중요하게 여기시는 분"이라며 "나 전 의원 해임은 대통령의 정확한 진상 파악에 따른 결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국익을 위해 분초를 아껴가며 경제외교 활동을 하고 계시는 대통령께서 나 전 의원의 그간 처신을 어떻게 생각하실지는 본인이 잘 알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앞서 나 전 의원이 이날 대구 동화사 방문길에 페이스북에 남긴 입장문을 겨냥한 것이다. 나 전 의원은 "대통령께서 (저출산고령사회위 부위원장·기후환경대사 해임) 결정을 내리시기까지 저의 부족도 있었겠지만 전달 과정의 왜곡도 있었다고 본다"며 "해임이 대통령의 본의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국민과 대통령을 이간하는 당대표가 아닌 국민의 뜻을 그대로 전달하고, 일부 참모들의 왜곡된 보고를 시정하는 당대표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사실상 윤핵관이 '윤심'을 흐리며 자신을 반윤으로 몰았다는 취지의 주장이다. 앞서 '친윤 핵심' 장제원 의원은 지난 13일 나 전 의원을 향해 "대통령을 위하는 척하며 반윤의 우두머리가 되겠다는 것"이라며 "마치 박해를 받아 직에서 쫓겨나는 것처럼 약자 코스프레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14일에는 "공직을 두고 대통령과 거래하려 했다"며 "얄팍한 지지율과 일자리가 필요한 정치낭인들에게 둘러싸여 헛발질을 거듭하고 있다"고 했다. 일부 친윤계 의원들은 "나(羅)홀로 집에", "제2의 유승민"이라며 나 전 의원을 맹비난했다.
대통령실의 공식 반박 이후 초선의원들도 나 전 의원을 규탄하며 불출마를 압박하는 집단 행동에 나섰다.
초선의원 50여명은 이날 성명서를 통해 "나 전 의원의 해임이 대통령의 본의가 아니라 참모들의 왜곡된 보고 때문이라는 취지의 주장에 우리 초선들은 경악을 금할 수 없다"며 "나 전 의원에게 대통령에 대한 공식 사과를 촉구한다. 더 이상 당과 대통령을 분열시키는 잘못된 길로 가지 말라"고 했다.
이들은 "대통령과 참모를 갈라치면서 당내 갈등을 부추기고, 그 갈등을 자신의 전당대회 출마 명분으로 삼으려는 건 20년 가까이 당에 몸담은 선배 정치인의 모습이라고 믿기 어렵다"며 "대통령이 세일즈 외교를 위해 해외에서 사력을 다하는 상황에서 왜곡된 주장으로 대통령을 모욕하는 것은 국민을 무시하는 행태"라고 비판했다.
이어 "자신의 출마 명분을 위해 대통령의 뜻을 왜곡하고, 동료들을 간신으로 매도하며 갈등을 조장하는 나 전 의원은 지금 누구와 어디에 서 있나"라며 "더 이상 당과 대통령을 분열시키는 잘못된 길로 가지 마시라. 용기 있게 사과하고 4선의 중진급 전직 의원답게 정도로 걸으라"고 촉구했다.
당 안팎에서는 나 전 의원에 대한 친윤계의 대대적인 '반윤 공세'가 과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친윤계 지지를 받는 김 의원이 자칫 당심 이반에 따른 역풍에 휩싸일 수 있고, 나아가 내년 4월 총선을 그르칠 요인으로도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아이뉴스24와의 통화에서 "여당 전당대회에 대통령의 의중이 없을 수는 없지만, '윤심'을 전달하는 방식이 너무 투박하다"며 "이런 뺄셈 정치는 당에 굉장한 마이너스 요소"라고 지적했다. 이어 "당원 사이에서 윤 대통령 견제 여론도 존재하는데 저렇게 몰아붙이면 역풍이 불 수도 있다"고 했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도 "의도는 알겠다. 유승민 전 의원을 (전당대회에) 출마하지 못하게 하려고 당헌당규를 개정할 때도 그랬지만 과하다"며 "결과적으로는 총선 구도를 힘들게 하는 요인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정부는 이번 전당대회가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다급한 것이다. 이것저것 따질 입장이 아니라는 것인데, 윤 대통령이 공천을 챙겨줘야 할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고 했다.
김용태 전 최고위원은 페이스북에 "윤핵관 혹은 윤핵관 호소인들은 자신들의 행태를 지적하는 당내 인사들에게 '반윤'이라는 꼬리표를 붙이며 성화를 낸다"며 "이번 전당대회는 윤 대통령의 눈과 귀를 흐리게 하고 자신들의 기득권을 사수하려는 윤핵관들의 간악한 수작을 조기 심판하는 선거가 돼야 한다"고 비판했다.
한편, 정치권에서 나 전 의원의 출마는 유력한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나 전 의원은 출마 여부에 대해 "구체적으로 말할 때가 아니다"라며 '신중 모드'를 이어가고 있지만, 이날 동화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마음의 결심이 거의 서 가고 있다"며 총선 역할론까지 언급했다. 이미 출마로 가닥을 잡고 입장 발표 시점을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나 전 의원의 거취 표명은 윤 대통령이 해외 순방을 마치고 귀국하는 21일 전후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정호영 기자(sunrise@inews24.com)▶네이버 채널에서 '아이뉴스24'를 구독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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