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AE의 적" 윤 대통령 발언 후폭풍... 한·이란 갈등 불씨 되나

정승임 2023. 1. 17.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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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尹 발언 부적절" 불편한 심기 밝히자
외교부 "양국 관계와는 무관" 진화에 진땀
원화 동결자금 등 한-이란 현안 영향 가능성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15일 오후(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UAE) 아크부대를 찾아 장병들과 기념 촬영한 뒤 손뼉 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이 아랍에미리트(UAE)에 파병 중인 아크부대를 방문해 "UAE의 적은 이란"이라고 발언한 것을 두고 후폭풍이 거세다. 이란 정부가 "한국 대통령의 발언을 심각하게 보고 있다"고 공개적으로 불쾌감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이에 외교부는 "아크부대 장병들을 격려하는 차원의 말씀"이라며 "해당 발언은 이란과의 관계와 무관하다"고 진화에 진땀을 흘렸다. 이를 두고 미국의 대이란 제재로 우리나라가 이란에 물어야 할 석유대금 70억 달러(약 8조3,800억 원)가 묶이면서 틀어진 양국 관계에 영향을 주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외교부 "한·이란 관계 발전 의지 변함없어"

임수석 외교부 대변인이 1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외교부에서 열린 정례브리핑에서 '한ㆍ이란 관계'에 대한 취재진 질문을 받은 뒤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임수석 외교부 대변인은 17일 윤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UAE에서 임무 수행 중인 우리 장병들에게 최선을 다해 달라는 취지의 격려 말씀이었다"고 말했다. 임 대변인은 "대통령께서 이란과의 관계에 대해 언급한 적은 없고, 이란과의 관계 발전에 대한 우리 정부의 의지는 변함이 없다"며 "이란도 우리 측의 진의에 대해 이해하는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이란 정부의 윤강현 주이란대사 초치 여부에는 "외교 채널에서 소통이 어떻게 이뤄지는지 세세히 밝히지 않는다"고 말을 아꼈다. 그러면서 외교부는 윤 대통령의 발언의 외교적 파장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지난 15일(현지시간) 아크부대를 방문해 "형제국의 안보는 바로 우리의 안보"라며 "UAE의 적은, 위협적인 국가는 이란이고 우리 적은 북한"이라고 말했다. 자칫 우리나라가 이란을 '적국'으로 여기고 있다고 오해를 살 수 있는 대목이었다. 아울러 대통령이 다른 국가 간 관계를 거론하는 것도 이례적이다. 나세르 카나디 이란 외무부 대변인이 16일(현지시간) 윤 대통령의 발언을 '오지랖 넓은 발언'으로 규정하며 "외교적으로 부적절하다"고 한 이유다.

윤 대통령의 발언 논란은 이날 국회 외교통일위원회로 번졌다.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특정 국가 간 관계에 대해 말하는 것은 외교적 잘못"이라며 "외교 참사가 반복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정진석 국민의힘 의원은 "UAE 국민들은 이란을 최대 위협국가로 보고 적대적 의식이 있다"며 "UAE가 안보적으로 불안하니까 우리 국방력을 가져다 쓰는 것이고 이란의 위협에 대비하기 위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란 "페르시아만 국가들 친밀관계 모르는 듯"

나세르 카나디 이란 외무부 대변인. 연합뉴스

이슬람 계파 중 하나로 수니파인 UAE와 시아파인 이란 사이에 갈등이 있는 것은 맞다. 또 3개 도서를 놓고 영토분쟁을 겪은 것도 사실이다. 다만 지난해 8월 UAE가 6년여 만에 이란에 대사를 파견하고 양국 고위급 회담을 여는 등 해빙무드를 타고 있다. 또 양국은 주요 교역 파트너로 경제적으로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카나디 대변인이 "(윤 대통령이) 이란과 UAE를 포함한 페르시아만 연안 국가들과의 역사적이고 친밀한 관계에 대해 잘 모르는 것 같다"고 꼬집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중동 최초 수교국으로 한때 두터운 신뢰

2021년 4월 9일 이란 반다르압바스항 인근 라자이항에서 출항하는 한국 케미호를 향해 주이란 한국대사관 김재우 부영사가 손을 흔들고 있다. 외교부 제공

1962년 수교한 이란은 그간 우리나라의 '중동 최초 수교국'으로서 두터운 신뢰를 쌓아왔다. 1973년 석유파동 당시에도 산유국 중 유일하게 우리나라에 석유를 공급했고, 1977년 양국 수도 간 자매결연을 통해 서울에는 '테헤란로'가, 테헤란에는 '서울로'가 생겼다.

이란의 핵 개발에 따른 국제사회의 제재에 동참하면서 달러화 결제 방식의 무역거래가 어렵게 되자, 이란은 2010년 이란 중앙은행 명의로 한국 우리은행과 IBK기업은행에 원화 계좌를 개설해 원유 수출대금을 받아왔다. 일종의 우회 결제 통로였다. 그러나 2018년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대이란 제재 복원으로 이 같은 방식의 결제마저 불허되면서 국내 은행에 예치된 이란 석유대금이 동결됐다. 이란 혁명수비대가 2021년 1월 호르무즈 해협에서 한국 화학물질 운반선 ‘한국 케미호’를 나포했을 당시에도 동결된 석유 수출대금을 받기 위한 조치라는 해석이 나왔다.

정승임 기자 cho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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