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더하기] “죽으면 뒷산에 뿌려줘”…‘산분장’ 제도화
[KBS 대전] 뉴스에 깊이를 더하는 시간 '뉴스더하기' 김현수입니다.
"내가 죽으면 ○○에 뿌려달라".
생전 좋아하던 곳에 자신의 유골을 뿌려달라고 유언을 남기고, 실제로 유족들이 그렇게 하는 장면, 드라마에서 흔히 볼 수 있는데요.
그렇다면, 이렇게 드라마처럼 고인의 유언대로 산이나 강, 바다에 유골을 뿌리는 건 가능한 걸까요?
일단 우리나라에선 합법이 아닙니다.
그렇다고 해서 불법도 아닙니다.
관련법 자체가 없기 때문인데요.
'산분장(散粉葬)', 흩을 '산(散)'에, 가루 '분(粉)' 말 그대로 화장한 유골 가루를 뿌리는 장례법을 말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지난 2008년, 수목장 같은 자연장은 법적으로 제도화됐지만, 이 산분장과 관련된 법은 마련되지 않으면서 법의 사각지대에 놓여있었습니다.
우리나라 장례는 유교문화의 영향으로 매장을 선호해 왔는데요.
그래서 시신을 불에 태우는 화장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시선도 적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1990년대 초 20%도 되지 않았던 화장률은 2005년에 절반을 넘어서더니 지난 2021년에는 90%를 넘었는데요.
대전·세종·충남도 81~92% 정도의 화장률을 보였습니다.
[이정선/을지대 장례지도학과 교수 : "1990년대 초반에 화장장려운동과 정부정책이 더 체계적이고 본격적으로 전개되었는데, 그 배경에는 묘지로 인한 국토 훼손을 방지해서 푸른 국토를 후손에게 물려주자는 슬로건으로 움직이기 시작하면서, 우리나라 화장률이 급속도로 증가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렇게 화장률이 올라가면서 산분장을 원하는 사람도 많아졌습니다.
통계청 사회조사에 따르면 5명 중 한 명꼴로 산분장을 원한다는 결과가 나왔는데요.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실제로 유골을 바다나 강, 산에 뿌린 비율은 2% 남짓.
그동안 암암리에 행해지던 자연 산분장에 환경 오염이 우려되자 지난 2012년 당시 국토해양부가 바다 산분장, 즉 해양장을 공식화했습니다.
해양장은 불법이 아니라면서 가이드라인도 제시했는데요.
해안선 5km 이상 떨어진 곳에서, 바람에 날리지 않도록 수면 가까이, 유품과 장례행사에 쓰인 물건, 음식물을 해안에 방치하거나 배출하면 안 된다는 내용이 담겼습니다.
그리고 지난 6일, 보건복지부가 오랫동안 법의 사각지대에 있었던 산분장을 제도화하고 활성화 시키겠다고 발표했습니다.
"2027년까지 산분장 이용률을 30%까지 끌어올리겠다"며 "요람에서 무덤까지의 복지 정책을 무덤 이후까지 확대하겠다"고 했는데요.
하지만 보건복지부의 발표 내용을 살펴 보면 '산분 구역에 개인 표식은 설치하지 않는다'고 돼 있습니다.
대신 별도의 추모 공간과 온라인 추모관을 마련하겠고 했는데, 여기에 대한 우려의 시선도 있습니다.
[한광수/강원대 비교법학연구소 교수 : "고인의 흔적이 사라진다는 점에서 장사의 의미, 즉 고인을 기억하고 고인의 행적을 기린다는 사후안위의 측면이 자칫 소홀해질 우려가 있다는 점입니다. 개인 표식을 하되 표식의 방법이나 크기 등을 정하고 자연환경에 부합하는 방법을 찾는 것이 타당하다고 할 것입니다."]
코앞으로 다가온 설 명절 가족들과 함께 모여 명절 음식을 나누기도 하고요.
차례를 지내면서 먼저 가신 선조들을 기리기도 하죠.
고인이 잠들어있는 곳을 찾는 분들도 많을 텐데요,
빠르게 변화하는 장례 문화 속, 우리는 죽음을 어떻게 맞이하고 준비해야 할지 가족들과 이야기 나눠보시는 건 어떨까요?
KBS 지역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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