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반도체 '전설' 강기동 방한…"남은 삶 한국 위해 쓰겠다"
"남아있는 삶 전부를 한국 반도체 산업에 바칠 각오입니다."
강기동 박사(90)가 17일 일시 귀국했다. 강 박사는 오늘날 메모리 강국의 기초를 닦은 한국 반도체산업의 전설이다. 삼성 반도체의 전신인 한국반도체를 창업했고, SK하이닉스 전신인 현대 반도체도 강 박사의 자문으로 첫발을 내디뎠다.
강 박사는 인천국제공항 내 카페에서 머니투데이와 한 인터뷰에서 "한국은 남보다 앞선 반도체 기술을 바탕으로 세계 6위의 강국이 됐다"면서 "이렇게 발전된 모국땅 비행장에 옛 직장 동료들이 마중 나오니 마음이 설렌다"고 밝혔다.
강 박사는 4주간 한국에 머물 예정이다. C-MOS(상보성 금속산화물 반도체) 공정을 개발한 부천공장을 방문하는 한편, 한국아마추어무선연맹과 서울대 공대 전기공학과 방문 등 일정이 계획돼있다.
강 박사는 이번 방문에 대해 "1973년에 한국에 들어와 첨단반도체 역사의 시작을 만들었던 것처럼 반도체와 미래기술 연구를 바탕으로 미래에 한국을 세계 2위 강국으로 만드는 일을 하고 싶다"고 했다.
이어 "제가 보고 있는 한국 반도체의 현실과 미래에 대해 많은 사람과 이야기를 나눌 것"이라며 "제 기술은 현재 세계 표준으로 사용되는 반도체 최고의 제조 기술이고, 제 시각은 한국 밖에서 보고 듣는 내용을 기반으로 해 한국 사람들이 알고 있는 것과 많이 다르다"고 덧붙였다.
강 박사는 근황을 묻는 말에 "반도체 공부도 많이 하고, 이것저것 많이 쓰고 있다"면서 "잘못 알려진 한국 반도체 역사도 바로잡고 싶다"고 밝혔다.
타 국가와 다르게 한국 반도체의 뿌리 역사는 제대로 알려진 바가 없다는 설명이다.
강 박사는 본인에 대해 "실패한 사람이라는 인식이 있는데 사실과 다르다"면서 "(한국반도체) 경영을 잘못하지도 않았고, 부도나 파산된 적도 없다. 삼성에 인수된 것도 대주주였던 이가 위장 부도를 내기로 하면서 일어난 일"이라 말했다.
중국의 기술 탈취 문제 해결을 급선무로 꼽았다. 강 박사는 "반도체 산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수율(완성품 중 양품 비율)이자 기술력"이라며 "기술 유출 보호책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그는 "제가 알기로만도 중국의 스파이가 삼성에만 수백명이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했다.
국가 차원에서 대규모 반도체 인프라를 위한 대단지를 조성할 필요가 있다고도 당부했다. 강 박사는 "국내는 물론 해외 반도체 관련 기업을 유치하기 위한 대단지를 조성해야 한다"면서 "일본과 대만은 태평양 지진대 위에 있기 때문에 영원한 지진 위협에 노출돼 있다(한국이 가진 지리적 이점을 활용해야 한다"고 밝혔다. AI(인공지능)와 빅데이터 기술을 바탕으로 '실시간 국가 의사결정 인공지능 운영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도 덧붙였다.
한국에 반도체 제조 기술을 이식하는 것이 오랜 꿈이었던 강 박사는 고국 산업발전을 위한다는 일념으로 1973년 종이 한 장 없이 귀국했다. 미국 내에 ICII 사를 설립하는 동시에 경기도 부천에 한국반도체 주식회사를 세웠다. 3인치 웨이퍼 가공라인을 건설한 순간은 한국에 반도체 산업의 씨가 뿌려진 역사적 장면으로 남아있다. 이건희 전 삼성 회장에게 회사를 매각한 뒤로도 2년간 삼성 반도체(현 삼성전자) 사장을 맡으며 한국 최초의 시계용 반도체 칩 생산을 주도했다.
미국에 돌아간 후에도 반도체 사업에 뜻을 품은 한국 기업들의 조언 요청에 응하면서 원진전자, 현대전자(현 SK하이닉스) 등 설립에 관여했다. 당초 정주영 회장과의 만남을 통해 현대전자 사장 선임이 예정돼 있었으나, 주변 만류로 강 박사가 아닌 정주영 대표로 현대전자가 사업을 시작했다. 하이닉스라는 이름 역시 강 박사가 직접 지었던 이름으로 알려져 있다. 정주영 회장이 회사명에 현대란 이름이 들어가길 원하면서 채택되지 못했었다는 후문이다.
오문영 기자 omy0722@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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