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 대용량 전기 공급 ‘거부권 행사’ 가능해진다

김형욱 2023. 1. 17.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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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포화' 데이터센터 분산 정책 본격화
산업부, 올 상반기 중 관련법 개정 추진키로
지역 이전 인센티브도 확대…ICT업계 '우려'

[이데일리 김형욱 기자] 한국전력공사(015760)(한전)가 앞으로 지역 주민 반발 등으로 대용량 전기 공급이 어려운 사업에 대한 전기 공급 요청에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된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전기 먹는 하마’ 데이터센터의 지역 분산 정책을 본격화하는 것이다.

대용량 전기 사업자 사전 신청·협의 의무화

산업통상자원부는 대한전기협회가 지난 16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연 대한전기협회 전력정책포럼에서 이 같은 계획을 공개했다.

정부는 우선 대용량 전기 사용을 요청하려는 사업자에게 사전에 전기사용예정통지 제출의 의무화한다. 한전이 해당 사업에 대한 전기 공급 가능 여부를 사전 검토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다. 미제출 사업자에 대해선 한전이 전기 공급을 거부하거나 유예할 수 있다. 한전의 검토 결과 해당 사업 전기 공급이 지역 전력계통 신뢰도를 낮출 우려가 있을 때도 이 사업을 유예할 수 있다. 또 대규모 전력이 필요한 사업자에게 한국에너지공단과 에너지사용계획을 협의토록 하고 미이행 시 최대 10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하기로 했다.

산업부는 18일 이와 관련한 설명회를 열고, 올 상반기 중 새 정책 추진을 위한 전기사업법 시행령과 에너지이용합리화법 개정을 마무리하기로 했다. 산업부는 지난해 11월 데이터센터 수도권 집중 완화 방안을 내놓고 이를 예고한 바 있다. 더 나아가 분산에너지 활성화 특별법을 제정해 대규모 전력이 필요한 사업에 대해선 사전에 전력계통 영향평가를 받는 제도 도입도 추진한다.

[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수도권 데이터센터 건설 수요를 최대한 지역으로 분산하기 위한 조치다. 이미 수년 전부터 이곳에 필요한 전력 공급능력은 한계에 이르렀다. 작년 9월 기준 국내에 147개가 운영 중인데, 현재 추진 중인 데이터센터 건설 계획만 2029년까지 637개에 이른다. 특히 이들 계획 중 86%에 이르는 550곳은 수도권에 밀집했다.

이들 신규 데이터센터에 필요한 전력수요만 4만1467메가와트(㎿), 수도권만 3만5596㎿에 이른다. 겨울철 국내 최대전력수요가 약 9만㎿란 걸 고려하면 신규 데이터센터 운영만으로도 국내 전체 전력수요가 현재보다 40% 더 늘어나야 한다는 것이다. 한전은 이 같은 현실적 어려움 때문에 수도권 기준 신청한 550개 데이터센터 중 11.6%인 64곳만이 필요 전력을 제때 공급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비수도권(46.0%, 87곳 중 40곳) 대비 현저히 낮은 수치다.

데이터센터·송전망 지역주민 반발 거세져

수도권 고압 송전선로 건설이 주민 반발에 막히는 일은 매년 늘어나고 있다. 이곳에서 나오는 전자파가 인체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게 주된 이유다. 한전이 이를 피해 송전선로를 땅속에 묻는 지중화 방식을 도입했으나 이 역시 반발에 부딪히기 시작했다. 이날 열린 토론회에서도 데이터센터와 송전선로 건설이 진행 중인 안양시 주민이 찾아 사업 추진 반대 의사를 밝혔다. 시 관계자 역시 관련 인허가 어려움을 호소하며 규제 강화 필요성을 촉구했다.

임윤석 한전 전력연구원 책임은 “한전은 현재 송전선로 건설 때 자기장 배출 기준을 평균적인 국제기준인 100마이크로테슬라(μT)보다 낮은 83.3마이크로테슬라(μT)를 적용했지만 이에 대한 사회적 합의는 요원한 상황”이라며 “관련 민원이 빠르게 늘어나며 이해증진 활동을 늘려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산업부는 궁극적으로 급증하는 데이터센터 수요를 주민 수용성에 막힌 수도권에서 다른 지역으로 분산해 이곳 전력 공급 운영 부담을 줄인다는 계획이다. 데이터센터 신규 건설에 대한 기준을 더 엄격히 하되 비수도권 사업자에는 시설부담금 할인이나 전기요금 일부 면제 등 혜택을 줘 자연스러운 이동을 유도한다. 한전도 현재 시·군·구 단위로 제공 중인 지역별 전력 여유 정보를 연내 읍·면·동 단위로 구체화하고 지역별 전담 컨설팅 창구를 마련해 이를 지원한다.

산업부 관계자는 “제주나 호남, 강원 등 지역은 발전량은 많은데 전력망이 없어 이를 다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며 “데이터센터가 해당 지역으로 간다면 국가 전체 전력 수급을 안정화하는 것은 물론 지역 경제도 활성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정보통신기업(ICT)기업을 중심으로 현 상황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이 조치가 데이터센터 시장을 위축해 경제적 효과를 놓칠 수 있다는 것이다. 최영범 LG유플러스 전문위원은 “데이터센터는 수요처와 가까울수록 유리하고 더 안정적으로 유지·보수할 수 있어 인구가 수도권에 몰린 한 데이터센터도 여기에 몰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형욱 (nero@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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