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임, 대통령 뜻 아냐" 나경원, 尹心·친윤 십자포화에 사면초가

이슬기 2023. 1. 17. 1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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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기 실장 "대통령의 정확한 진상파악 따른 결정"…친윤 "대통령을 허수아비로"
김기현 "분열의 씨앗 되지 않기를"…초선 48인 "대통령에 사과해야"
나경원 "드릴 말씀 없다" 당혹 기류…'기정 사실' 출마 기류 영향받나
대구 동화사 찾은 나경원 (대구=연합뉴스) 김현태 기자 = 국민의힘 나경원 전 의원이 17일 대구 동구 팔공총림 동화사를 찾아 관계자들과 인사하고 있다. 2023.1.17 mtkht@yna.co.kr

(서울=연합뉴스) 이슬기 박형빈 기자 = 국민의힘 3·8 전당대회 당 대표 경선 출마 여부를 저울질 중이던 나경원 전 의원이 사면초가 상황이 됐다.

자신의 저출산고령사회위 부위원장직과 기후환경대사직 해임을 둘러싼 해석에 대통령실은 물론 '친윤'(친 윤석열)계 등 여당 의원들이 십자포화를 퍼붓고 나섰기 때문이다.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은 17일 오후 언론 공지를 통해 나 전 의원의 '해임'과 관련, "대통령의 정확한 진상 파악에 따른 결정"이라고 밝혔다.

김 실장은 이어 "대통령께서 나 전 의원의 그간 처신을 어떻게 생각하실지는 본인이 잘 알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여당 유력 정치인을 겨냥해 비서실장 명의의 단호한 메시지가 나온 것은 이례적이다. 당내에선 나 전 의원을 향한 대통령실의 그간 불편한 심기가 여과 없이 반영된 것이란 말이 나왔다.

나 전 의원은 최근 두 개의 공직에서 해임된 후, 연일 '친윤' 주자를 자처하며 사실상 당권 레이스에 돌입했다.

이를 두고 당내에선 '친윤·반장제원' 행보라는 말도 나왔다.

윤 대통령에겐 직접적인 비판을 삼가는 등 '친윤 주자' 입지를 유지하려 하지만, 친윤계 핵심인 장제원 의원 등엔 선명한 각을 세우며 비윤(비윤석열)계 표심까지 흡수하려는 전략으로도 해석됐다.

합장으로 인사하는 나경원 (대구=연합뉴스) 김현태 기자 = 국민의힘 나경원 전 의원이 17일 대구 동구 팔공총림 동화사를 방문 후 관계자들에게 합장으로 인사하며 떠나고 있다. 2023.1.17 mtkht@yna.co.kr

이날 김 실장의 메시지는 나 전 의원의 이런 행보에 대한 여권 핵심부의 부정적인 기류와도 무관치 않아 보인다.

김대기 비서실장의 반응은 나 전 의원이 이날 오전 대구 동화사를 방문하기에 앞서 올린 페이스북 글이 촉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나 전 의원이 해당 글에서 "저에 대한 해임은 분명 최종적으로 대통령께서 내린 결정일 것이다. 그래서 저는 그 뜻을 존중한다고 말씀드렸다"면서도 "하지만 대통령께서 그와 같은 결정을 내리시기까지 저의 부족도 있었겠지만, 전달 과정의 왜곡도 있었다고 본다. 저는 그러기에 해임이 대통령 본의가 아니라 생각한다"고 적었다.

또 "대통령을 에워싸서 눈과 귀를 가리는 여당 지도부는 결국 대통령과 대통령 지지 세력을 서로 멀어지게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윤 대통령이 순방 전 '사의 수용'이 아닌 '해임'으로 이미 한 차례 경고장을 날렸음에도 나 전 의원이 계속해서 윤심(尹心·윤석열 대통령의 의중)을 부정하는 듯한 행보를 보이자, 김 비서실장이 직설화법의 '선 긋기'로 대응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여기에 윤 대통령의 세일즈 외교 순방 성과보다 나 전 의원 행보와 관련된 국내 '집안 싸움'이 여론에 부각되는 것에 대한 불쾌감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지지 호소하는 김기현 의원 (천안=연합뉴스) 이주형 기자 = 국민의힘 당권주자인 김기현 의원이 17일 오후 천안 나사렛대에서 열린 국민의힘 천안 병 당원협의회 신년인사회·당원교육 행사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2023.1.17 coolee@yna.co.kr

대통령실 메시지가 나오자, 친윤계는 나 전 의원을 향해 십자포화를 퍼부었다.

경쟁주자인 김기현 의원은 이날 오후 충남 천안 백석대 특강 후 기자들과 만나 나 전 의원을 겨냥해 "당의 자산에서 분열의 씨앗으로 변하지 않기를 진심으로 바란다"고 지적했다.

친윤계 초선 박수영 의원은 나 전 의원의 '대통령의 본의가 아닐 것'이란 발언과 관련, 페이스북에 "대통령을 향한 내부총질이고 대통령을 허수아비로 여기는 말"이라고 적었다.

한 친윤계 의원은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나 전 의원은 '친윤 호소인'이자 '위장 친윤'"이라며 "대통령실의 메시지는 더이상 친윤을 참칭 하지 말라는 뜻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친윤 핵심으로 분류되는 박수영·배현진·유상범·이용·정희용 의원 등 초선 의원 48인은 연명한 성명서를 내고 "나 전 의원에게 대통령에 대한 공식 사과를 촉구한다"며 전당대회 불출마를 압박했다.

이에 대해 나 전 의원 측은 당혹스러워 하는 분위기 속에 별다른 메시지를 내지 않은 채 침묵하고 있다.

나 전 의원은 이날 저녁 서울역에서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실의 메시지와 관련, "드릴 말씀이 없다"고 답한 뒤, 초선 의원 성명서에 대해서도 "그 내용을 아직 못봤기 때문에 드릴 말씀이 없다"고 말했다.

출마 의사를 굳혀가던 나 전 의원으로서는 이날 대통령실의 메시지를 놓고 정치적인 고심을 할 수밖에 없을 것이란 관측이다.

한 초선 의원은 통화에서 "이제 당내에선 그 누구도 나 전 의원을 도울 수 없게 됐다"며 "윤 대통령과 참모들을 갈라치기 하고 여기까지 온 것은 잘못됐다"고 말했다.

wis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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