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 '해임=尹 본의 아냐' 에 친윤계·대통령실 '분개'(종합)
기사내용 요약
'윤심 풍향계' 與 초선, 47명 명의로 羅 맹비난·공개 사과 요구
羅 측 "배경과 파장에 대해 깊이 숙고하며 특별한 입장 없다"
[서울=뉴시스] 이재우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자신을 저출산고령사회위 부위원장직과 기후환경대사직에서 해임한 것은 본의가 아니라고 생각한다'는 나경원 전 의원의 발언에 대해 국민의힘과 대통령실이 분개했다. 나 전 의원이 윤 대통령의 뜻 마저 왜곡하는 것에 대해 금도를 넘었다는 판단에서다.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도 17일 본인 명의 언론 공지를 통해 나 전 의원을 향해 "윤석열 대통령이 나 전 의원의 그간 처신을 어떻게 생각하실지는 본인이 잘 알 것"이라며 직격했다.
김 비서실장은 이날 오후 3시26분께 본인 명의 언론 공지를 내어 나 전 의원 발언을 반복했다. 김 실장이 자신의 명의로 언론에 공지를 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그만큼 현 상황을 심각하게 바라보고 있다는 뜻이다.
그는 "먼저 대통령께서는 누구보다 여러 국정 현안에 대해 정확하게 파악하고 계시다는 점을 말씀드린다"며 "대통령께서는 오랜 공직생활을 통해서 공적 의사결정에서 실체적 진실을 가장 중요하게 여기시는 분"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나 전 의원 해임은 대통령의 정확한 진상 파악에 따른 결정"이라며 "국익을 위해 분초를 아껴가며 경제외교 활동을 하고 계시는 대통령께서 나 전 의원의 그간 처신을 어떻게 생각하실지는 본인이 잘 알 것"이라고 했다.
친윤계도 대통령실과 보조를 맞춰 나 전 의원을 맹폭했다.
박수영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대통령께서는 사직서 수리가 아닌 “해임”이라는 초강수의 인사결재를 택했다"며 "그것은, 매우 중요한 공직의 무게를 인식하지 못하고 석달만에 내던지는 어리석음을 야단치신 것이고, 한해 12조 내지 16조원이 들 것으로 예상되는 사업을 대통령, 국무총리, 경제부총리 등과 조율 없이 던지는 가벼움을 단죄하신 것"이라고 규정했다.
그러면서 "그런데 이 결정이 '본의가 아닐 것이다' '전달과정에 왜곡이 있었다'라고 주장하는 것은 대통령이 옥석을 가릴 정도의 분별력도 없고, 인사결재라고 하는 중요한 결정을 고민 없이 했다는, 대통령을 향한 내부총질이고 대통령을 허수아비로 여기는 말"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국민과 대통령을 이간하는' 사람이 누구인지 국민들과 책임당원들이 분명하게 판단해 주실 것"이라며 "이렇게 대통령과 당을 흔드는 것이 과연 나 전 의원 본인이 주장하듯 '총선승리에 도움이 되는' 짓인지 스스로 반문해 보시기 바란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비상대책위원회 전환 등 당내 현안 마다 윤심(윤석열 대통령 마음)의 풍향계가 됐던 초선 의원들도 나 전 의원의 본의 발언에 대해 "경악을 금할 수 없다"며 공식 사과를 요구했다.
초선 의원 47명은 같은날 성명서를 내어 "자신의 출마 명분을 위해 대통령을 뜻을 왜곡하고, 동료들을 간신으로 매도하며 갈등을 조장하는 나 전 의원은 지금 누구와 어디에 서 있나"며 "나 전 의원에게는 대통령이 악질적인 참모들에 둘러싸여 옥석구분도 못하는 무능한 지도자로 보이는 것이냐"고 따져물었다.
또 "대통령과 참모를 갈라치면서 당내 갈등을 부추기고,그 갈등을 자신의 전당대회 출마의 명분으로 삼으려는 건 20년 가까이 당에 몸담은 선배 정치인의 모습이라고 믿기 어렵다"며 "무엇보다 말로는 대통령을 위한다면서 대통령을 무능한 리더라고 모욕하는 건 묵과할 수 없는 위선이며 대한민국에서 추방돼야 할 정치적 사기행위"라고 강도높게 비판했다.
이들은 "더 이상 당과 대통령을 분열시키는 잘못된 길로 가지 마시라. 용기 있게 사과하고 4선의 중진급 전직 의원답게 정도로 걸으시길 간절히 부탁드린다"고 요구했다.
'김장(김기현-장제원)연대'를 이루고 있는 김기현 의원도 같은날 백석대학교 기조강연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께서 먼 나라까지 가서 세일즈 외교를 펼치는데, 국내에서 대통령의 해임 결정을 자신의 정치적 이익을 위해 왜곡 해석한다면 온당한 태도가 아니라고 본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을 진정으로 돕겠다는 마음이 있다면 외교 순방 중에는 자제하는 것이 옳다"며 "당의 자산에서 분열의 씨앗으로 변하지 않기를 진심으로 바란다"고 말했다.
김 의원 전당대회 캠프도 윤희석 공보총괄본부장 명의 논평을 내어 "대통령의 해임 결정을 존중한다면서 그 결정이 대통령 본의가 아니라는 해석은 의아하기만 하다"며 "'전달과정 왜곡"이란 또 무엇이냐"고 물었다.
이어 "총선 승리를 위한 윤 정부의 순항은 대통령의 본의를 왜곡 해석하는 당 대표가 아닌, 국민의 뜻을 받들어 대통령과 함께 일하는 당 대표가 이끌 수 있다"며 "당 대표 자격을 생각해 본다. 공직자로서 본분을 다하는 것이야말로 최소한 덕목이며 진정한 선공후사 정신 기본일 것"이라고 했다.
한편 나 전 의원은 같은날 오후 대구 동화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본의' 발언에 대해 "정보 왜곡이 왕왕 있지 않았나"라고 말했다. '윤핵관(윤 대통령 핵심관계자)을 지칭한 것이냐'는 질문엔 "대통령께 정보를 전달한 게 누구라고 특정하는 건 맞지 않다"고 즉답을 피했다.
그는 동화사를 찾은 이유가 윤 대통령이 방문한 곳이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오는 데 대해선 "그건 맞다"며 "큰 스님께 우리 윤석열 정부 성공을 위해 기도해주십사 부탁 말씀드렸다"고 했다.
나 전 의원 측은 대통령 비서실장의 입장문과 초선의원 성명서에 대해 "그 배경과 파장에 대해 깊이 숙고하며 특별한 입장이 없다"고 밝혔다.
☞공감언론 뉴시스 ironn108@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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