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끼는 위생장갑…차라리 맨손이 어떨까요?

김기성 2023. 1. 17. 18:50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칼럼' 차례가 돌아와 정확한 뜻을 인터넷에서 찾아봤습니다.

'신문이나 잡지 따위에서 시사성이 있는 문제나 사회의 관심거리 등에 대해 평한 짧은 기사'라고 나옵니다.

정확히 얘기하면 라텍스 등으로 만든 '일회용 위생장갑'입니다.

그런 분위기를 타고 라텍스나 합성고무 따위로 만든 일회용 위생장갑도 어느덧 우리 생활 속에 깊숙이 자리를 잡았습니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한겨레 프리즘]

한 식당 종업원이 라텍스 위생장갑을 끼고 고기를 자르는 모습. 김기성 선임기자

[전국 프리즘] 김기성 | 수도권데스크

‘칼럼’ 차례가 돌아와 정확한 뜻을 인터넷에서 찾아봤습니다. ‘신문이나 잡지 따위에서 시사성이 있는 문제나 사회의 관심거리 등에 대해 평한 짧은 기사’라고 나옵니다. 세상을 떠들썩하게 하는 시사성 있는 담론뿐만 아니라, 우리 곁의 시시콜콜한 얘깃거리를 담아도 된다는 뜻이겠죠.

그래서 이번엔 가벼운 주제를 잡아봤습니다. 바로 ‘검은 장갑’입니다. 정확히 얘기하면 라텍스 등으로 만든 ‘일회용 위생장갑’입니다. 식음료점은 물론 병원 등 이른바 ‘대면 업무’를 하는 곳이면 종사자들이 어김없이 끼고 있어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코로나19가 창궐하면서 마스크 착용이 일반화됐고 모든 이가 손 씻기에 정성을 쏟는 모습도 자연스러워졌습니다. 어느 분야든 감염의 위험을 줄이기 위해 ‘위생적 삶’을 추구하는 시대가 됐습니다. 그런 분위기를 타고 라텍스나 합성고무 따위로 만든 일회용 위생장갑도 어느덧 우리 생활 속에 깊숙이 자리를 잡았습니다. 위생장갑의 보급은 관련 회사의 주가 추이만 봐도 짐작할 수 있을 것 같기에, 관련 뉴스들을 검색해봤습니다.

“○○○ 회사 주가가 급등세를 나타내고 있다. 이 회사 주가는 오전 9시22분 현재 전거래일 대비 29.95% 오른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닷새째 오름세로 가격제한폭까지 오른 상한가를 기록 중이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라텍스 장갑의 수요 급증이 투자심리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2020년 3월30일)

“△△회사의 주식에 대해 매수의견이 유지됐다. 목표 주가도 상향 조정했다. 영업이익은 8.1% 늘어나 시장기대치를 웃돌았다. (코로나19 확산 영향으로) 세계적으로 위생장갑 수요가 지난해와 비교 12~15%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점도 긍정적 이슈가 됐다.”(2022년 5월6일)

또 한 증권사 연구원은 지난해 5월 한 리포트에서 “말레이시아 고무장갑 제조협회(MARGMA)에 따르면, 올해 장갑 수요는 4520억장으로 2021년보다 15%가량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85% 이상이 의료산업에 사용되고 있지만, 신흥국의 위생의식 향상으로 수요가 개선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습니다. 전 세계 인구가 80억명인데, 4520억장이라니 엄청난 양입니다.

그래서일까요? 수술실에서 의사나 간호사, 사건 현장에서 증거 수집을 하는 경찰관들 정도가 돼야 착용하던 얇은 라텍스 위생장갑을 이제 일회용 비닐장갑보다 더 흔히 볼 수 있습니다. 식당, 커피숍은 물론 이발소와 노점에서도 위생장갑을 낀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우리 사회 ‘위생적 삶’의 지표로 충분한 듯도 합니다.

그런데 그게 전부가 아닙니다. 최근 들른 한 식당 풍경입니다. 검은색 일회용 위생장갑을 낀 아주머니가 행주로 식탁을 닦으며 손님을 맞이합니다. 그 장갑을 그대로 끼고 밑반찬을 내옵니다. 매운탕에 채소를 추가 주문하자, 장갑 낀 손으로 미나리를 덥석 집어 냄비에 넣습니다. 식사를 마치는 손님이 “계산요~”를 외치자, 바쁘게 다가가 장갑을 낀 손으로 신용카드를 받아 계산합니다. 그리고 다시 다른 식탁에서 똑같은 일을 합니다.

한 유명 백화점 커피숍을 찾았습니다. 역시 검은색 위생장갑을 낀 종업원이 태블릿피시 화면을 누르며 주문을 받습니다. 주문이 끝나자 그 장갑 낀 손으로 커피를 내리고, 흘러내린 잔여물을 닦아냅니다. 물기 어린 장갑을 앞치마에 쓱쓱 문지르기도 한 그는 주차등록을 할 때도, 조각 케이크를 내줄 때도 같은 장갑을 끼고 있었습니다.

이쯤 해서 궁금해집니다. 이들이 장갑을 끼는 이유는 뭘까요. 독자 여러분이 알아맞혀 주십시오. ①손을 보호하기 위해서 ②위생적이려 보이려고 ③다른 가게에서 끼니까….

식품위생을 담당하는 행정관청에 물었습니다. 일회용 위생장갑에 대한 점검은 따로 하지 않는다고 하더군요. 이러느니 쓰레기도 줄일 겸 차라리 ‘맨손 서빙’을 하되 자주 손을 씻는 것은 어떨까요. ‘불편한 위생’에 역겨움만 커지는 나날입니다.

player009@hani.co.kr

Copyright © 한겨레신문사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