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석기의 과학풍경] 무병장수의 과학, 현실로 성큼?

한겨레 2023. 1. 17. 1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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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하게 오래 사세요."

새해를 맞아 어르신들에게 흔히 하는 인사다.

의학이 눈부시게 발전하고 그 결과 기대수명이 크게 늘었지만, 건강수명의 연장은 이에 못 미쳤다.

한 세대 뒤엔 새해 인사가 "회춘 유전자치료 쿠폰 받으세요"로 바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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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석기의 과학풍경]

게놈의 디엔에이(DNA) 이중나선이 쉽게 파괴되는 변이 생쥐는 노화가 빨라져 중년 나이에도 꽤 늙어 보인다.(오른쪽) 반면 유전자 세 가지(OSK)를 함께 넣은 변이 생쥐는 세포 정체성 정보 소실이 늦춰져 같은 나이임에도 훨씬 젊어 보인다.(왼쪽) 데이비드 싱클레어/HMS 제공

강석기 | 과학칼럼니스트

“건강하게 오래 사세요.”

새해를 맞아 어르신들에게 흔히 하는 인사다. 의학이 눈부시게 발전하고 그 결과 기대수명이 크게 늘었지만, 건강수명의 연장은 이에 못 미쳤다. 몸에 노화가 일어나면서 이런저런 기저질환을 안고 살아가는 기간이 늘었다. ‘생로병사’에서 ‘병’의 기간이 길어진 셈이다. 첨단 의학조차 노화 자체를 늦추지는 못한다.

그런데 최근 수년 새 노화 연구에 근본적인 진전이 일어나고 있다. 노화를 ‘정보의 소실’이라는 관점에서 바라보면서 잃어버린 정보를 복원해 노화를 되돌리려는 연구가 한창이다. 여기서 정보란 간단히 말해 세포의 정체성에 관한 것이다. 다세포 동물인 사람은 수백가지 세포로 이뤄져 있지만 이들이 지닌 게놈은 모두 동일하다. 세포의 유형에 따라 활동하는 유전자와 꺼진 유전자의 패턴이 달라 특정 기능을 발휘할 뿐이다.

그런데 나이가 들면서 이 패턴(정보)이 점점 무너지면서 세포가 정체성을 잃고 제 기능을 못 하면서 몸이 늙는다. 예를 들어 젊었을 때는 간세포의 소화효소 유전자 100개가 켜졌는데 나이가 들면서 하나둘 희미해지거나 심지어 꺼지면 점차 소화력이 떨어진다.

이렇게 정보를 잃어가는 세포에서 재프로그래밍 유전자 서너개를 일시적으로 켜면 세포가 정체성 정보를 일부 회복하고 그 결과 다시 젊어진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재프로그래밍이란 체세포를 줄기세포로 되돌리는 과정이다. 만일 개체 차원에서 이런 조치를 하면 노화를 늦추거나 어쩌면 회춘도 가능하지 않을까.

지난 12일 학술지 <셀>에는 이런 가능성을 보여준 미국 하버드대 연구팀의 생쥐 동물실험 결과가 실렸다. 연구자들은 게놈의 디엔에이(DNA) 이중나선을 끊는 효소 유전자를 집어넣은 변이 생쥐를 만들었다. 끊긴 디엔에이를 복구하는 일이 잦아지면 게놈 정보 손실이, 즉 노화가 빨라진다. 그런데 이때 재프로그래밍 유전자 3개(약자로 OSK라고 쓴다)를 넣어 작동하게 하자 잃은 정보를 회복하면서 노화가 늦춰졌다.

5일 미리 공개된 한 논문에는 늙은 생쥐에게 오에스케이를 투입해 수명 연장 효과를 본 실험 결과가 실렸다. 미국의 스타트업 ‘리주버네이트 바이오’ 연구자들은 사람으로 치면 77살에 해당하는 124주차 생쥐를 두 그룹으로 나눠 한쪽만 유전자요법으로 오에스케이를 투여했다. 이들은 평균 19주를 더 살아 대조군(9주)보다 2배 이상 길었다. 기대수명으로 보면 9% 늘었다.

수명이 2~3년에 불과한 생쥐 실험 결과가 사람에게서도 재현된다는 보장은 없지만, 사람 세포를 대상으로 노화 관련 생리지표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결과는 희망적이다. 실제 두 연구그룹 모두 영장류(원숭이)를 대상으로 한 동물실험을 진행하거나 준비하고 있다. 한 세대 뒤엔 새해 인사가 “회춘 유전자치료 쿠폰 받으세요”로 바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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