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발 입국 제한의 경제학

한겨레 2023. 1. 17. 1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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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중국발 입국자 모두에 대해 코로나19 PCR 검사를 하는 고강도 방역 대책이 시작된 2일,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 입국장에서 중국발 입국자들이 입국을 기다리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세상읽기] 장영욱 |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

돌고 돌아 다시 중국이다. 지난해 말 소위 ‘제로 코비드’ 정책이 갑작스레 끝나면서 14억 인구 대국이 코로나19에 무방비로 노출됐다. 마치 2020년 2월이 재현된 듯, 미국, 일본, 이탈리아 등이 앞다퉈 중국발 입국자의 검역을 강화했다. 우리나라는 그중에서도 가장 강한 입국제한을 도입했다. 올 1월 초부터 입국 전·후 전수검사 및 단기체류 확진자 시설격리를 의무화하고 단기비자 발급을 제한했다. 중국도 이내 보복성 조치에 나섰다. 중국 외교부는 1월10일부터 한국인에 대한 중국행 단기비자 발급을 전면 중단하면서 “(한국의) 중국을 겨냥한 차별적 입국제한에 상응하는 조치”라고 밝혔다.

중국의 반발은 입국제한이 초래하는 여러 비용 중 하나에 불과하다. 중국발 입국자 검역을 확대하면서 이미 철거했던 검사 및 격리시설을 다시 구축하고 인력을 재배치해야 했다. 단기비자 발급이 제한되면서 이제 막 회복하고 있는 관광, 숙박업에 찬물을 끼얹은 셈이 됐고, 이주노동자에 의존하던 사업체의 인력난 해소도 요원해진다. 실제 2019년 말 252만명이던 국내 체류 외국인은 2021년 말 196만명으로 감소했다. 취업 비자인 E-9(비전문취업)와 H-2(방문취업) 소지자도 2019년 각각 26만명, 20만명에서 2022년 5월 21만명, 10만명으로 감소해 외국인력 공급 부족이 심각한 상태다.

그러거나 말거나, 중국에서 오는 사람들을 막아서 얻는 이익이 충분히 크면 입국제한이 정당화된다. 중국 백신의 오미크론 변이에 대한 예방 효과는 그리 높지 않으며, 최근까지 유행을 틀어막았던 통에 감염을 경험한 사람도 많지 않았다. 중국 정부가 방역을 차례로 완화하면서 감염이 폭발적으로 확산하자, 중국으로부터의 바이러스 전파를 차단하기 위한 검역 강화 필요성이 커졌다. 만약 중국에서 ‘위험한 변이’, 즉 기존 면역을 회피하고 중증도가 높아진 새로운 변이라도 등장한다면 정말 2020년 2월부터 다시 시작해야 할 판이다. 최악의 시나리오가 실현될 경우, 입국제한의 편익은 앞서 말한 모든 비용을 능가하게 된다.

실제 입국제한의 효과를 따져보자. 1월2일부터 15일까지 입국한 중국인 단기체류자 3855명 중 580명이 양성 판정을 받았다. 누적 양성률 약 15%로, 이 중에는 무증상 확진자도 제법 된다. 장기체류 외국인과 내국인 입국자까지 합한 후 양성률은 약 11%, 2주 동안 전체 중국발 입국자 2만여명에 적용하면 대략 2200명이 확진됐다.

그런데 같은 기간 국내에서 발생한 확진자 수가 약 70만명이다. 중국에서 들어온 확진자 2천여명은 국내 발생 확진자의 0.3%에 불과하다. 설령 전수검사를 하지 않아 이 가운데 일부를 놓쳤다 해도 지역사회 유행 상황에 큰 부담이 됐으리라 생각하긴 어렵다. 비자 발급을 제한하지 않아 입국자가 늘었어도 마찬가지다. 코로나19 유행 직전인 2020년 1월 첫 두주간 중국발 단기 입국자는 약 17만명, 양성률 11%를 대입하면 예상 확진자 수는 약 1만9천명이다. 적은 수는 아니지만 여전히 국내 발생 확진자의 2.7%에 불과해, 입국제한의 모든 비용을 치르고 막을 만한 수준은 아니다.

‘위험한 변이’ 발생 가능성도 지금으로선 별로 높지 않다. 질병관리청 발표에 따르면, 중국에서 유입된 검체 대부분이 우리나라에서 유행 중인 BA.5(오미크론 하위 변이)와 동일하다. 다른 나라에서도 중국발 입국자를 통해 위험한 변이가 유입됐다는 보고는 아직 나온 바 없다. 사전주의 원칙에 따라 미리 대비하는 것은 좋으나, 현재 위험 수준에서 변이 감시는 입국 전 검사와 유증상 입국자 검사 강화 정도로 충분히 할 수 있었다. 단기비자 발급 제한 카드까지 꺼낸 것은 불확실성을 고려하더라도 비용 대비 편익이 크지 않았다.

이번이 마지막이 아니라는 점도 염두에 둬야 한다. 중국에 14억 인구가 있지만 중국 밖에 66억 인구가 있다. 그리고 그들 사이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제한 없이 돌아다니는 중이다. 감염과 백신접종으로 획득한 면역은 주기적으로 증가와 감소를 반복할 것이고, 위험한 변이는 어느 나라에서나 나올 수 있다. 그때마다 겁먹고 국경을 걸어 잠글 수는 없다. 방심은 금물이지만, 감염을 막기 위해 모든 걸 할 수는 없다는 게 코로나19 시대에 얻은 교훈 아닌가. 더 정교한 비용-편익 분석과 그에 따른 정책 시행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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