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석의 건강수명 연장하기] 갑자기 쓰러지는 실신
드물게 20, 30대 여성이 지하철역이나 도로에서 10~20초 동안 잠깐 의식을 잃었다가 회복된 다음 놀래서 병원으로 오는 경우가 있다. 이렇게 수십 초 이내의 짧은 시간 동안 의식을 잃었다가 특별한 후유증없이 회복되는 것을 '실신'(syncope)이라고 한다.
120/80의 정상 혈압에서는 어떤 이유로 혈압이 낮아지는 상황이 되어도 큰 문제가 되지 않으나 저혈압인 상태에서 혈압이 더 떨어지거나 갑자기 일어서게 되면 뇌로 가는 혈액이 순간적으로 감소하면서 쓰러질 수 있다. 특히 서양과는 달리 우리나라 젊은 여자들에게는 저혈압이 비교적 흔하기 때문에 간혹 발생하게 된다.
대개는 특별한 증상이 없이 갑자기 오지만, 간혹 증상이 나타나기 전에 울렁거리면서 토할 것 같거나 머리가 멍하기도 하고 갑자기 심장이 빨리 뛰거나 혹은 심한 복통과 함께 식은 땀이 먼저 나타나기도 한다. 실신은 그 자체도 문제이지만 넘어지면서 머리를 다치거나 운전 중에 발생하면 이로 인해 사고가 나는 등의 문제 역시 만만치 않다. 이런 경험이 누적되면 실신에 대한 두려움으로 인해 정상적 생활이 힘들 수도 있다.
전체 인구의 3~3.5%가 평생에 한 번은 경험한다. 일반적으로 70세가 넘으면 발생 빈도가 급격히 높아진다. 그 원인은 다양하지만 크게 3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우선 심장신경성 실신이다. 신경 매개성 실신으로도 불린다. 체내 장기들이 정상적으로 작동하도록 균형을 잡아주는 역할을 자율신경계가 하게 된다. 즉 교감신경은 혈관을 수축시켜 혈압을 올리고 맥박을 빠르게 하는 반면 부교감신경은 그 반대의 역할을 하면서 적절한 균형을 잡아주게 된다. 그런데 강한 감정적 자극, 장시간 서 있거나 지나친 탈수 혹은 무리한 활동 등으로 인해 부교감 신경의 하나인 미주신경이 지나치게 활성화되면 혈압이 갑자기 떨어질 수 있다. 또 지나치게 목을 꽉 조이는 셔츠를 입어도 목에 있는 경동맥을 감싸고 있는 부교감신경이 자극되어 발생할 수 있다.
두 번째는 기립성 저혈압으로 고령 혹은 고혈압약 등의 복용, 당뇨환자의 저혈당 및 급성 출혈 등으로 혈압이 낮은 상태에서 갑자기 일어서면 3분 이내에 수축기 혈압은 20 이상, 이완기 혈압은 10 이상 감소하게 된다. 워낙 혈압이 낮을 때는 이 정도 감소로도 못 버티고 쓰러지게 된다.
세 번째는 심장 질환이 원인인 경우다. 부정맥이 대표적이다. 심장이 불규칙하게 뛴다는 의미의 부정맥에는 매우 다양한 종류가 있다. 이 중에서도 심장의 기능에 상당한 손상을 주는 종류에 국한하여 실신이 발생하게 된다. 그 외에도 판막질환과 심근경색을 포함한 다양한 심장질환으로 인해 심장의 기능이 떨어지면 실신이 발생한다.
실신과 구분해야 할 질환으로는 뇌세포가 비정상적으로 급격한 활동을 해서 발생하는 간질발작으로 더 잘 알려진 뇌전증이 있다. 이 때는 의식을 잃은 시간이 길고 혀를 깨물거나 사지 경련을 동반하는 등의 특징이 있다.
진단은 환자의 병력을 자세히 듣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심장이 원인이 아닐 때는 비교적 예후는 좋으나 심장 질환이 원인일 때는 예후가 나쁘기 때문에 심장에 대한 검사를 같이 하게 된다. 따라서 우선 심장병의 유무를 알기 위해 심전도·심장 초음파 검사 그리고 런닝머신 위에서 뛰면서 심전도를 측정하는 운동부하(Treadmil) 검사 등을 통해 심장병 유무를 확인하게 된다.
필요하면 기립성 저혈압으로 인한 실신을 확인하기 위해 기립경사검사라는 것을 하기도 한다. 이 검사는 환자를 테이블에 눕힌 후 갑자기 테이블을 60~80도로 세워서 30분에서 1시간 정도 혈압과 맥박 그리고 심전도를 관찰하게 된다. 이 때 혈관을 확장시키는 약물을 같이 투여하여 실신이 잘 일어나게 유도하기도 한다. 재발성 실신, 실신했을 때 2차 사고가 날 수 있는 직업, 심장신경성 실신이 의심될 때 주로 시행된다. 고령의 환자에게도 중요한 검사다.
그러나 많은 검사비를 들여서 여러가지 검사를 해도 원인을 찾지 못하는 경우 역시 적지 않다는 한계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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