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명이 한국노총 3년 더 이끈다...20년 만의 '연임 위원장'
"경험해보지 못한 억압에 맞설 투쟁 지도부
강한 억압에는 강한 저항 보여줄 것"
윤석열 정부가 강하게 추진하고 있는 노동개혁의 한 축이 될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의 제28대 위원장으로 김동명 현 위원장이 당선됐다. 김 위원장은 주어진 추가 임기 3년을 '윤 정부 노동개악 저지'에 집중하겠다고 밝혀 추후 노정관계에 험로를 예고했다.
한국노총은 17일 서울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정기선거인대회를 열고 2차 투표까지 거친 결과 신임 위원장에 김동명 현 위원장, 사무총장으로는 러닝메이트인 류기섭 공공연맹 위원장이 선출됐다고 밝혔다. 한국노총 위원장이 연임에 성공한 것은 2002년 이남순 위원장 이후 21년 만이다. 당선 직후 김 위원장은 "가장 어려운 상황에 처한 한국노총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면서 노동권 후퇴를 막아낼 수 있는 저력을 인정받은 것"이라며 "(조합원들이) 대화와 투쟁의 균형감 있는 후보를 선택한 게 아닌가 싶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임기는 일주일 뒤인 이달 24일부터지만 설 연휴 관계로 공식 집무는 25일 시작된다.
재적 선거인 3,940명 중 이날 2차 투표에 참석한 선거인은 3,550명으로, 김동명-류기섭 조는 이 중 52.4%인 1,860표를 얻어 당선됐다. 김만재-박해철 후보 조는 1,675표(47.2%)를 받아 185표차로 낙선했다. 김만재 후보는 이번이 세 번째 위원장 도전이었다.
1차 투표에서는 세 후보 모두 과반이 되지 못해 1, 2위인 김동명-류기섭 조(득표율 43.2%)와 김만재-박해철 조(36.8%)가 결선투표에 올랐다. 19.9%를 득표한 3위 이동호-정연수 조는 2차 투표 직전 공개적으로 김만재 후보 조와 함께 유세하며 이들에게 힘을 실어줬지만, 2차 투표 당시 선거인 중 일부가 현장을 빠져나가고 남은 표도 분산되면서 김동명 후보 조가 승리를 거뒀다.
한국노총은 각 산별노조마다 조합원 200명당 1명 비율로 선거인단을 구성해 투표를 진행한다. 이번에 선거인 수가 가장 많은 산별노조는 금속노련(537명)이며, 그 뒤를 금융노조(450명), 자동차노련(426명) 등이 따랐다. 올해 선거인단 숫자는 지난 선거에 비해 18%가량 늘어 선거가 더욱 치열했다.
김 위원장은 투표 직전 "새로 선출되는 한국노총 지도부는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한 노동탄압에 맞설 투쟁 지도부가 돼야 한다"며 "한가하게 대화만 하는 후보를 믿고 맡길 순 없다"고 말했다. 정부가 지난해 대우조선 하청노조 파업부터 화물연대 파업에 이르기까지 꾸준히 노동계에 강하고 단호한 태도를 고집해온 만큼 한국노총도 이에 맞서 투쟁해야 한다는 뜻이다.
당선 이후에도 김 위원장은 "정부가 강하게 밀어붙이고 있기 때문에 공격을 막아내는 것이 급선무"라며 "강한 억압에는 높은 저항을 보여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한국노총 상시적 투쟁기구 전환 △사회대전환 범국민회의 구성 △타임오프 현실화 △공무원·교사 정치기본권 확보 △지역맞춤형 일자리 모델 추진 등을 공약으로 내걸었으며, 노조법 2·3조(노란봉투법) 개정 등도 약속했다.
김 위원장 재선으로 한국노총은 윤 정부 노동개혁에 맞설 전력을 새롭게 재정비하게 됐다. 한국노총이 노사정 대화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에 참여하고 있는 유일한 노동계 단체라 정부 입장에서도 투쟁 성향의 김 위원장 연임은 다소 부담이다. 다만 지난 3년간 쌓아온 관계가 있는 데다 김 위원장이 대화 의지도 충분히 피력하고 있어 한편으로는 비교적 안심하는 기색도 엿보였다. 경사노위 측은 한국노총 선거 직후 김 위원장 당선 축하 성명을 내기도 했다.
김 위원장은 당선 이후 첫 행보로 산업은행 이전 반대 투쟁 현장을 방문하기로 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 3년간 '투쟁하지 않는 지도부'라는 비판이 많았지만 이번엔 재선이기 때문에 경험도 있고 깨달은 점도 많다"며 "투쟁하지 않을 도리가 없기에 저의 투쟁 DNA가 살아 있다는 걸 확실히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곽주현 기자 zo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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