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명이 한국노총 3년 더 이끈다...20년 만의 '연임 위원장'

곽주현 2023. 1. 17. 1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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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투표까지 진행, 185표차로 당선
"경험해보지 못한 억압에 맞설 투쟁 지도부
강한 억압에는 강한 저항 보여줄 것"
17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임원 선출을 위한 정기선거인대회에서 당선된 김동명(왼쪽) 제28대 한국노총 위원장과 류기섭 사무총장이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정부가 강하게 추진하고 있는 노동개혁의 한 축이 될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의 제28대 위원장으로 김동명 현 위원장이 당선됐다. 김 위원장은 주어진 추가 임기 3년을 '윤 정부 노동개악 저지'에 집중하겠다고 밝혀 추후 노정관계에 험로를 예고했다.

한국노총은 17일 서울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정기선거인대회를 열고 2차 투표까지 거친 결과 신임 위원장에 김동명 현 위원장, 사무총장으로는 러닝메이트인 류기섭 공공연맹 위원장이 선출됐다고 밝혔다. 한국노총 위원장이 연임에 성공한 것은 2002년 이남순 위원장 이후 21년 만이다. 당선 직후 김 위원장은 "가장 어려운 상황에 처한 한국노총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면서 노동권 후퇴를 막아낼 수 있는 저력을 인정받은 것"이라며 "(조합원들이) 대화와 투쟁의 균형감 있는 후보를 선택한 게 아닌가 싶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임기는 일주일 뒤인 이달 24일부터지만 설 연휴 관계로 공식 집무는 25일 시작된다.

재적 선거인 3,940명 중 이날 2차 투표에 참석한 선거인은 3,550명으로, 김동명-류기섭 조는 이 중 52.4%인 1,860표를 얻어 당선됐다. 김만재-박해철 후보 조는 1,675표(47.2%)를 받아 185표차로 낙선했다. 김만재 후보는 이번이 세 번째 위원장 도전이었다.

17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 한국노총 제28대 집행부(위원장·사무총장)를 선출하기 위한 정기선거인대회에서 후보들이 조합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만재 위원장·박해철 사무총장 후보, 김동명 위원장·류기섭 사무총장 후보, 이동호 위원장·정연수 사무총장 후보. 뉴스1

1차 투표에서는 세 후보 모두 과반이 되지 못해 1, 2위인 김동명-류기섭 조(득표율 43.2%)와 김만재-박해철 조(36.8%)가 결선투표에 올랐다. 19.9%를 득표한 3위 이동호-정연수 조는 2차 투표 직전 공개적으로 김만재 후보 조와 함께 유세하며 이들에게 힘을 실어줬지만, 2차 투표 당시 선거인 중 일부가 현장을 빠져나가고 남은 표도 분산되면서 김동명 후보 조가 승리를 거뒀다.

한국노총은 각 산별노조마다 조합원 200명당 1명 비율로 선거인단을 구성해 투표를 진행한다. 이번에 선거인 수가 가장 많은 산별노조는 금속노련(537명)이며, 그 뒤를 금융노조(450명), 자동차노련(426명) 등이 따랐다. 올해 선거인단 숫자는 지난 선거에 비해 18%가량 늘어 선거가 더욱 치열했다.

17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 한국노총 제28대 집행부(위원장·사무총장)를 선출하기 위한 정기선거인대회에서 조합원들이 투표를 하고 있다. 뉴스1

김 위원장은 투표 직전 "새로 선출되는 한국노총 지도부는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한 노동탄압에 맞설 투쟁 지도부가 돼야 한다"며 "한가하게 대화만 하는 후보를 믿고 맡길 순 없다"고 말했다. 정부가 지난해 대우조선 하청노조 파업부터 화물연대 파업에 이르기까지 꾸준히 노동계에 강하고 단호한 태도를 고집해온 만큼 한국노총도 이에 맞서 투쟁해야 한다는 뜻이다.

당선 이후에도 김 위원장은 "정부가 강하게 밀어붙이고 있기 때문에 공격을 막아내는 것이 급선무"라며 "강한 억압에는 높은 저항을 보여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한국노총 상시적 투쟁기구 전환 △사회대전환 범국민회의 구성 △타임오프 현실화 △공무원·교사 정치기본권 확보 △지역맞춤형 일자리 모델 추진 등을 공약으로 내걸었으며, 노조법 2·3조(노란봉투법) 개정 등도 약속했다.

김 위원장 재선으로 한국노총은 윤 정부 노동개혁에 맞설 전력을 새롭게 재정비하게 됐다. 한국노총이 노사정 대화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에 참여하고 있는 유일한 노동계 단체라 정부 입장에서도 투쟁 성향의 김 위원장 연임은 다소 부담이다. 다만 지난 3년간 쌓아온 관계가 있는 데다 김 위원장이 대화 의지도 충분히 피력하고 있어 한편으로는 비교적 안심하는 기색도 엿보였다. 경사노위 측은 한국노총 선거 직후 김 위원장 당선 축하 성명을 내기도 했다.

김 위원장은 당선 이후 첫 행보로 산업은행 이전 반대 투쟁 현장을 방문하기로 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 3년간 '투쟁하지 않는 지도부'라는 비판이 많았지만 이번엔 재선이기 때문에 경험도 있고 깨달은 점도 많다"며 "투쟁하지 않을 도리가 없기에 저의 투쟁 DNA가 살아 있다는 걸 확실히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곽주현 기자 zo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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