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영방송 정치독립' 법안의 험난한 미래
방송법방문진법EBS법 개정안, 법사위 법안심사 2소위에 묶여
민주당, 다수당 지위 이용해 국회법으로 본회의 부의 절차 예상
우여곡절 끝 3월 본회의 통과해도 윤 대통령 '거부권' 최대 변수
[미디어오늘 정철운 기자]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위원장 김도읍)가 16일 공영방송의 정치 독립을 위한 방송법 등 개정안을 법안심사 2소위로 보냈다. 법사위 소속 김의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여야 이견이 대립하는 상황에서 위원장 직권으로 한 번도 2소위에 법안을 회부 한 적 없다”고 김도읍 법사위원장을 비판하며 “의도를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김도읍 위원장은 “민주당 날치기 처리 법안이 한둘이 아니다”라며 “심도 있는 토론을 위해 2소위 회부 결정을 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민주당 간사 조승래 의원은 17일 이 같은 2소위行을 두고 “법사위의 체계·자구 심사권을 빌미로 국회법을 깡그리 무시하고 상임위 결정을 완전히 뒤엎는 명백한 월권”이라며 비판했다. 앞서 과방위는 지난달 2일 방송법, 방송문화진흥회(MBC)법, 한국교육방송공사(EBS)법 개정안을 의결해 법사위로 보냈다. 국회법 제86조 제5항에 따르면 법사위에 회부 된 법률안에 대해 체계자구 심사 범위를 벗어나 심사해선 안 된다.
민주당은 국회법 86조3항에 따라 방송법 등 개정안을 법사위에서 빼내 본회의 부의 절차로 가져갈 가능성이 높다. 해당 조항에 따르면 법사위가 '이유 없이 회부 된 날부터 60일 이내 심사를 마치지 않았을 때' 상임위원장이 간사와 협의해 국회의장에게 법률안의 본회의 부의를 요구할 수 있다. 간사 협의가 안 되면 방송법 등의 경우 과방위에서 부의 요구 여부를 재적위원 5분의3 이상 찬성으로 의결하면 된다. 여기서 '이유 없이'라는 대목이 추후 쟁점이 될 수 있다.
국회법 86조4항에 따르면 상임위의 본회의 부의 요구가 있을 때 국회의장은 교섭단체 대표와 법안을 합의해 본회의에 부의할 수 있다. 만약 부의 요구 30일 이내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본회의에서 법안 부의 여부를 표결에 부치는데, 민주당이 국회 의석 과반 이상을 가진 다수당이어서 결과는 예상 가능하다. 이 같은 상황에 비춰보면 방송법 등 개정안은 늦어도 3월 말이나 4월 초에는 우여곡절 끝 본회의 통과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해 볼 수 있다.
사실상 최대 변수는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는 임기 중 손에 꼽을 정도로 이례적이지만 국민의힘은 지난해부터 대통령 거부권을 예고했다. 1987년 민주화 이후 노태우 대통령 7번, 노무현 대통령 4번, 박근혜 대통령 2번, 이명박 대통령은 1번 거부권을 행사했다. 김영삼김대중문재인 대통령은 거부권을 행사한 적이 없다.
만약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본회의에 상정되는 재의요구안은 '재적의원 과반수 출석과 출석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으로 의결된다. 현재 야당 의석수는 무소속을 다 합쳐도 184석(국회의장 포함)이어서, 대통령 거부권을 무력화 시키려면 국민의힘 의원 16명 이상이 법안에 찬성해야 한다. 결국 '공영방송 정치독립' 법안의 미래는 대통령이 거부권 행사를 행사하지 못할 만큼의 '국민적 열망'에 달렸다.
기존 공영방송 지배구조에선 여야 거대정당이 KBS 이사 11명을 7대4로, 방송문화진흥회(MBC 대주주) 이사 9명을 6대3으로, EBS 이사 9명을 7대2로 나눠, 암묵적으로 추천권을 가져갔다. 하지만 이번 개정안에선 국회 추천 몫을 명시해 정치권 추천 비율을 100%에서 23.8%로 줄였다. 과방위는 KBS·MBC·EBS 이사를 21명으로 늘리고, 이사 추천권을 국회학계·현업단체시청자위원회 등으로 분산하는 개정안을 의결했다. 공영방송 사장은 이사회가 구성한 100명의 국민추천위가 2~3인 후보를 이사회에 추천하고, 이사회가 의결하는 방식으로 바꿨다. 1987년 방송법 제정 35년 만에 이뤄진 공영방송 정치독립 법안 상임위 통과였다.
조승래 민주당 의원은 해당 법안을 가리켜 “정권에 따라 휘둘리던 공영방송을 바로잡고 국민의 방송으로 되돌려주자는 취지의 개선안”이라 강조하며 “과방위는 두 차례의 심도 있는 법안소위 논의와 안건조정위를 거쳤고, 숙의 끝에 박성중(과방위 국민의힘 간사) 안의 정신을 담아 사장추천위원회와 특별다수제까지 반영해 의결했다. 그런데도 법사위 국민의힘 의원들은 이런 사정을 무시한 채 (개선안이) 특정 정파 이익을 담은 것인 양 매도했다”고 비판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은 “1987년 방송법 제정 이후 어떤 법적 근거도 없이 행사되어 온 정치권의 공영방송 임원 선출 관행이 사라질 기회”라며 개정안 통과를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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