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서 14년째 공회전 ‘실손 청구 간소화’···올해는 정말 될까

유은실 2023. 1. 17. 1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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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서 관련법 6개 계류 중···정부도 실손보험TF 가동 중
실손 청구 간소화 중계기관에 '심평원' 제외 주장 나와
"기대감 높아졌지만 보험업계·의료계 이견 여전해"

[이데일리 유은실 기자] 의료계와 보험업계간의 이견으로 10년 넘게 국회 문턱을 못넘은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전산화) 법이 새 국면에 접어들지 주목된다. 지난해 출범한 윤석열 정부 국정과제에 해당 내용이 포함되면서 과거와 달리 국회뿐 아니라 정부까지 투트랙으로 관련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지난 16일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심사에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관련 법이 상정되지 않았지만, 정부 차원에서 진행 중인 TF(태스크포스)에선 중계기관 등 주요 논의들이 신중하고 천천히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업계간 이견은 여전히 남아 있는 상황이다.

(사진=픽사베이)
17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이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중계기관에서 배제됐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그간 의료계는 실손보험 청구업무에 공공기관인 심평원이 개입하면 공적자금이 보험사에 투입되는 데다 정부 유출의 위험도 있다며, 심평원을 통한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방안을 반대해왔다.

반면 보험업계는 의료계가 심평원을 통한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를 반대하는 이유엔 ‘비급여’가 있다고 반박해왔다. 병원의 주요 수익원 중 하나인 실손보험 비급여 항목의 정보를 심평원에 내줄 수 없어 실손 청구 간소화를 반대한다는 입장이다.

이렇게 중계기관을 사이에 둔 보험업계와 의료계의 의견이 팽팽히 맞서고 있는 가운데, 일각에서 심평원이 중계기관에서 빠지는 쪽으로 논의가 진행 중이라는 얘기가 나왔다. 실손보험 간소화TF에서 실제로 해당 내용이 상의됐다면 논의에 급물살을 탈 수도 있는 상황이다. 실손보험 간소화 TF는 윤석열 정부가 지난해 ‘디지털플랫폼정부 보건의료 TF’에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내용을 포함시킨 이후 디지털플랫폼 정부위원회와 금융위원회, 보건복지부, 보험사, 의료업계 등이 모여 출범한 협의체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지난해부터 실손보험 간소화 TF를 꾸리면서 관련 논의가 조금씩 진행되고 있긴 한데 중계기관을 둘러싼 이견은 아직 있다”며 “중계기관에 심평원을 배제하는 쪽의 의견이 나왔을 수는 있지만, 아직 정확히 결정된 것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실손보험은 제2의 건강보험으로 불린다. 병원 치료에서 나온 병원비의 일정 금액을 보장하는 형태로 나온 실손보험은 국민건강보험의 보완상품으로 도입된 만큼, 가입자 수만 약 4000만명에 달한다.

그런데 실제 실손보험 가입자가 진료를 받고 보험금을 청구하는 절차가 꽤 복잡한데다, 소액 청구가 누락되는 경우도 많아지자 청구 절차에 간소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국민권익위원회가 2009년 실손보험 청구 절차 간소화를 권고하면서 사회적인 논의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이후 정치권에서도 꾸준히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돼왔다. 현재 국회엔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내용이 담긴 6개의 보험업법 개정안이 계류 중이다. 국민의 힘 윤창현 의원뿐 아니라 민주당 전재수·김병욱·정청래·고용진 의원들도 관련 법안을 발의했다. 지난해 5월엔 정의당 배진교 의원이 의료계 우려를 반영해 일명 ‘개인 의료정보의 유출 우려가 없는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법’을 발의했다.

지난해 12월 윤창현 의원은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토론회를 열고 보험업법을 관장하는 금융위원회를 중심으로 의사협회, 보험협회, 소비자단체 등이 참여한 8자 협의체를 구성하자는 의견을 내놨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도 각 업권에 8자 협의체 참여 여부를 문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정치권에서 다시 실손보험 간소화 카드 꺼내 들면서 논의에 불이 붙은 데다, 정부에서도 중점 과제로 선정한 만큼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관련 기대감은 어느 때보다 높은 상황이다. 다만 업계간 이견을 좁혀 실제 청구화 방안을 도출하는 데까지는 시간이 아직은 더 필요하다는 게 관련 업계 관계자들의 의견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법안이 쏟아졌지만 결국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한 이유는 의료계와의 합의점을 도출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지난해부터 정부도 나서, 현재는 방안 찾기가 투트랙으로 진행되고 있다. 이견 좁히기엔 과거보다 좋은 환경이라는 기대감이 형성된 것은 사실이자만 합의에 이를 수 있을지는 끝까지 가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은실 (yes24@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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