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사범 잡는 유튜버 인기몰이에… ‘위장수사 허용론’ 솔솔

조희연 2023. 1. 17. 1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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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경찰 도입 필요성 강조
SNS에 ‘같이할 분 찾아’ 게시
유인 뒤 붙잡아 경찰 넘겨 화제
은밀한 점조직 형태 마약범죄
위장수사 합법화해 근절 필요
“도입 땐 절차 보장·통제 강화를”

“경찰은 저처럼 할 수가 없어요. SNS(사회관계망서비스)로 잡는 건 저만 할 수 있습니다.”

지난 12일 ‘마약사범 잡는 유튜버’로 인기를 끌고 있는 A(28·남)씨는 구독자들을 향해 경찰을 비난하지 말라며 이같이 말했다. A씨 팀은 이날 SNS에 ‘나는 30대 여성인데, 집에서 같이 마약할 남성을 찾는다’는 내용의 글을 올린 뒤, 이에 응한 남성을 붙잡아 경찰에 넘겼다. A씨가 SNS로 마약소지자를 물색하고, 유인·포착해 경찰에 인계하는 장면을 실시간으로 지켜본 구독자들은 “경찰보다 낫다”며 열광했다. A씨가 지금까지 경찰에 넘긴 마약사범은 100명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마약 청정국’으로까지 불리던 한국에서 최근 4년 연속 마약사범이 1만명을 넘는 등 마약범죄가 기승을 부리면서 ‘위장수사’ 방식으로 마약 사범을 잡는 유튜버까지 인기를 얻고 있다. 이 같은 민간 유튜버의 활동에 경찰 조직 내에선 마약조직 소탕을 위해 차제에 경찰의 위장수사를 법적으로 허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적잖다.

17일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검거된 마약사범은 1만2387명으로 집계됐다. 2018년 8107명이 검거된 것과 비교하면 1.5배 수준이다. 반면 대검찰청의 마약류 압수현황은 2018년 154.6㎏에서 2021년 1295.7㎏까지 8배 가까이 뛴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수치는 아직 집계 중이다.

이에 따라 경찰들 사이에서는 경찰의 마약 수사를 확대하기 위해 경찰의 마약범죄 위장수사를 허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 일선서 경찰관은 “A씨처럼 SNS에서 신분을 둔갑해 마약 소지자를 유인하는 수법은 범의를 일으켰다는 이유로 적법 여부를 인정받지 못할 수 있어 사용하지 않고 있다”며 “경찰은 위장수사를 적극적으로 할 권한이 없어 소극적 수사에 그치게 된다”고 토로했다. 다른 경찰도 “경찰의 신분으로는 제약이 있다보니 A씨 같은 ‘정보제공자’가 많은 것은 좋다”면서도 “경찰 수사 권한을 확대한다면 해당 마약사범뿐 아니라 마약 유통책의 상선까지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행법상 경찰의 위장수사는 아동·청소년 대상 디지털 성범죄에 한해서만 허용된다. 그 외 범죄에 대해서는 법적 규정은 없고 대법원 판례에 따라 범행 기회를 제공한 뒤 범죄가 실행되기를 기다려 검거하는 ‘기회제공형’만 가능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함정을 파놓고 범죄를 유도해 적발하는 ‘범의유발형’은 불가능하다. 경찰이 A씨처럼 SNS로 마약 범의를 유발하는 메시지를 보내 이에 응하는 사람들을 수사했다면,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로 간주돼 증거로서 효력을 상실할 수 있는 셈이다. 이와 관련해 경찰청 관계자는 “마약수사 인력 증원을 지속적으로 요청하고 있고, 마약류에 대한 위장수사 적용에 대해 최근까지 검토를 이어오고 있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마약범죄에 대한 경찰 수사를 강화하기 위해 위장수사를 제도화 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마약범죄는 은밀한 점조직 형태로 진행되기 때문에 순찰 같은 일반적 방법이 아닌 위장수사가 필요하다”며 “경찰이 법적 근거 없이 위장수사를 할 수는 없으니 명확한 법을 만들어 수사과정의 심리적 부담을 줄여줘야 한다”고 했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도 “마약범죄가 첨단화하고 있기 때문에 위장수사를 확대하지 않으면 제대로 검거할 수가 없다. 2021년 9월 청소년성보호법 개정으로 아동·청소년 대상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위장수사가 가능해졌듯, 마약범죄 위장수사도 합법화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미 영국과 독일 등에서는 마약범죄에 대한 위장수사를 허용하고 있다. 최대현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 등이 지난해 발표한 ‘신분위장수사제도의 개선방향에 대한 비교법적 연구’ 논문에 따르면 영국은 신분위장 수사가 범죄 행위를 수반하지 않는 한, 모든 범죄 종류에서 활용될 수 있게 한다. 독일 또한 마약, 불법무기, 조직범죄 등 신분 위장수사가 가능한 범위를 폭 넓게 보장한다.

다만 범의유발형 위장수사까지 허용하는 것은 위헌 소지가 있다는 의견도 있다. 전한중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경찰 신분을 위장해 마약을 판매·광고하는 범의유발형 수사는 헌법상 적정절차 원리 및 인권 보장의 원리와 충돌한다”며 “마약범죄 수사에 위장수사를 도입할 필요는 있지만, 절차를 잘 보장하고 통제를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희연·이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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