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브릿지> "늘 어린이 가까이 있었던 어른의 이야기"

전하연 작가 2023. 1. 17. 1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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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 뉴스]

서현아 앵커 

방학 탐구생활 최기봉을 찾아라를 쓴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초등 교사 출신이기도 하죠. 


김선정 작가가 첫 에세이를 출간했습니다. 


우리가 가장 열심히였던 공간 학교의 이야기를 재치 있게 다루고 있는데요. 


함께 만나보시죠.


안녕하세요.


김선정 작가 / 초등학교 교사 

안녕하세요.


서현아 앵커 

그동안은 동화와 청소년 소설을 쭉 써오시다가 이번에 처음으로 에세이 집을 출간하셨습니다. 


어떻게 출간하시게 되셨습니까?


김선정 작가 / 초등학교 교사 

제가 재작년 2021년에 명예퇴직 신청이 통과가 돼서 학생 16년, 교사 23년이라는 아주 긴 학교 생활을 끝내게 됐거든요. 


이 시간을 좀 정리하고 싶다는 생각을 처음에 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한 직장에서 이렇게 길게 일을 했고 저는 또 어린이를 만나온 사람이기 때문에 제 인생에서 제일 큰 지분을 차지하고 있는 그 학교, 정확히 말하면 교실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다는 생각으로 책을 쓰게 됐구요.

책을 쓰고 또 책이 나오고 보니 그 과거에 대한 얘기를 하다가 지금 현재에 대한 얘기도 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서현아 앵커 

책에 보면 작가님을, 인생 절반 이상의 점심을 학교에서 먹은 '교실생활자'다, 이렇게 소개를 합니다.

'교실생활자'라는 표현이 참 흥미롭습니다.


김선정 작가 / 초등학교 교사 

이건 은유적인 표현이 아니라 직접적인 표현인데요. 


초등학교 교사는 말 그대로 교실에서 하루 종일 생활을 하게 되죠. 


급식실이 생기기 전에는 점심도 학교에서 교실 안에서 먹고 교실에서 늘 생활을 하기 때문에 이런 표현을 쓰게 됐어요.


서현아 앵커 

그렇다면 이 책은 어쩌면 교사의 시점으로 본 교실 생활기라고 할 수도 있을 텐데요. 


이 책의 제목을 보면 점심시간이죠. 


작가님에게 점심시간은 어떤 의미가 있습니까?


김선정 작가 / 초등학교 교사 

제가 출판사에 이 책을 보낼 때 그 과제가 평일에 점심시간이었거든요. 


대부분의 사람들한테 점심시간은 쉼표 같은 시간이잖아요. 


힘들게 출근을 하고 오전 일과를 보내고 잠시 숨 좀 돌리면서 밥 먹고 차 마시고 이렇게 오후를 준비하는 시간인데요.


점심을 어디서 어떻게 먹느냐가 그 사람의 인생의 단면을 보여준다는 생각을 했고요.


그런데 교사에게는 점심시간이 급식 지도를 하는 업무 시간이기 때문에 제가 학교에 있을 땐 항상 다른 사람들의 점심시간이 궁금했었어요. 


근데 저에게 이렇게 되게 힘든 점심시간이 아이들에게도 굉장히 좀 노력하는 시간일 수도 있겠다, 이런 생각을 제가 이렇게 어떤 아이가 밥 먹는 장면을 지켜보다가 하게 돼서요.


그 깨달음을 통해서 제목이 '너와 나의 점심시간'으로 바뀌게 되었습니다.


서현아 앵커 

보통은 점심시간을 이 바쁜 일상에서 잠시 숨을 돌리는 그런 시간이라고 여기는데 학교에서는 하루 중에 좀 가장 치열한 시간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작가님께서는 우리가 인생에서 가장 열심히 했던 날들로 초등학생 시절을 꼽으시기도 했죠. 


어떤 이유에서입니까?


김선정 작가 / 초등학교 교사 

프롤로그에 제가 눈물 겨운 사회생활의 장면들이라는 표현을 썼어요. 


어 가정이라는 사적인 공간에서 굉장히 개인으로 이렇게 대접받고 있던 아이들이 자기의 고유한 시절을 벗어나서 사회에 처음 나오는 것이 초등학교잖아요. 


그래서 그곳에서 적응을 해 나간다는 게 굉장히 어렵고 힘든 일이어서 아이들이 자기 욕구를 조절하거나 표현을 자제하다가 굉장히 힘들어해요. 


그래서 그 시간 동안 울기도 하고 서러워하기도 하고 되게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또 이제 사회 속에서 기쁨을 느끼는 시간이기도 하거든요. 


그래서 그 곳이 학교라는 곳이고 사회생활의 첫 단추를 그 어린 나이에 끼우는 곳이기 때문에 가장 열심이었던 곳이라고 표현을 했습니다.


서현아 앵커 

네, 나를 벗어나서 사회인으로서의 정체성을 배우는 첫 관문이기 때문에 초등학교에서 가장 치열한 성장이 일어나지 않나 싶습니다. 


이 책에서 작가님께서 가장 좋아하는 구절을 좀 소개해 주실 수 있을까요?


김선정 작가 / 초등학교 교사 

네, 그 책이 출간된 지 초반이다 보니까 인터넷 서점의 평을 되게 열심히 읽어보고 있거든요. 


근데 어떤 분이 이제 평에 모든 에피소드 엔딩이 가슴을 울린다 이런 말을 써주셔서 되게 제가 부끄럽지만 기뻤거든요. 


근데 어떤 엔딩을 다 읽을 수는 없으니까 이 부분을 읽어볼 건데요. 


외로운 아이도 계속 외롭지는 않다라는 챕터의 한 부분이에요. 


이 부분을 읽고 위로받았다는 분도 많았고 또 제가 교사이기도 하지만 부모로서 또 한때 좀 외로웠던 어린이였던 사람으로서 스스로에게 건네는 말이기도 해서 이 부분을 한번 읽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아이들은 계속 자란다.


어떤 아이도 계속 혼자 있거나 계속 같이 있지는 않는다.


무리 안에서 신난 아이도 살다 보면 혼자가 되는 순간이 찾아오고 늘 혼자인 아이도 어느새 친구를 만난다.


그렇게 관계의 쓴맛과 단맛 허무함을 배우면서 어른이 된다. 


어른이 된 뒤에는 혼자 밥을 먹고 혼자 영화를 보고 혼자 여행을 떠나기도 한다.


얕은 인간관계를 넓게 갖기도 하고 좁은 범위의 인간관계를 깊게 갖기도 한다.


이런저런 관계를 맺어가면서 나라는 사람에 대해 알아간다. 


나라는 사람의 고유한 정체성이 경험 없이 저절로 자리 잡지는 않으며 이 모든 경험이 행복하고 아름다울 수만은 없다. "


네, 여기까지입니다.


서현아 앵커 

네, 학교라는 공간에서 있었던 우리 모두에게 위안을 주는 글인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이 책을 통해서 꼭 전하고 싶은 말이 있을까요?


김선정 작가 / 초등학교 교사 

책에 에피소드가 한 43개 정도 있는데 그 에피소드마다 제가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다 있다고 생각을 하는데요. 


전체적으로 봤을 때는 어린이를 믿고 어린이가 살아내는 시간을 존중하라가 아닐까 이렇게 생각을 하고 있어요. 


어린이들이 학교라는 공간에서 보내는 시간의 빛깔들이 굉장히 다양하고 그게 이제 어른들 눈에 보이기에는 좀 이상하고 한심하고 좀 답답하고 이렇게 보일 때도 있지만 그런 시간들이 모여서 이제 한 인간을 만들어 내는 거잖아요. 


근데 그 시간을 좀 어른들이 가볍게 여기는 것 같아요. 


그래서 그 시간을 좀 믿어주고 존중하라는 것이 제가 이 책에서 말하고 싶은 것이고요.


이건 제 자신에게 하는 말이기도 하고 또 우리 사회나 어른들이 어린이 시절을 어른이 되기 전에 어떤 준비 단계 잘 출세를 하거나 좋은 어른이 되기 위한 어떤 준비 단계 정도로만 여기는 것 같아서요. 


그런 어른들에게 하는 말이기도 합니다.


서현아 앵커 

제가 인상깊게 본 구절도 있어서요.


한번 적어봤는데요. 


"어린이와 대화하는 건 결코 사소하거나 유치한 일이 아니다. 어린이와 대화하는 일이야말로 당당한 전문성이다"라는 문장도 있습니다. 


사실 아이들을 너무 사랑하지만 어떻게 소통해야 하는지 몰라서 또 망설이는 부모님 또 많은 어른들이 있을 텐데 선생님만의 노하우를 좀 들려주실 수 있을까요?


김선정 작가 / 초등학교 교사 

제가 쓴 챕터 중에 나는 너의 본모습을 알고 있다는 챕터가 있는데요. 


그중에 이런 구절이 있어요. 


하루에 5만 가지 순간을 아이들과 함께하는 초등학교 교사는 자신의 본모습을 숨기기 어렵다는 구절인데요. 


어른들이 아이들이 자신의 본모습을 잘 모른다 그렇게 속일 수 있다라고 생각을 하는데 제가 겪은 어린이들은 어른들의 본질을 누구보다 빨리 알아채는 존재들이었다고 생각이 되거든요. 


그래서 가장 어린이들하고 소통할 때 필요한 게 좀 뻔한 말 같기는 하지만 솔직한 마음, 진실한 마음, 그리고 진지한 자세라고 생각을 해요. 


그렇게 해야지 어린이들에게 신뢰를 서로 얻을 수 있고 그렇게 신뢰가 바탕이 될 때 대화가 가능하다는 얘기인데요.


어른들이 어린이들한테 얘기를 할 때 자기 본모습을 조금 다른 본래 자기 자신하고 떨어진 자기적인 태도나 의도적인 마음을 가지고 대화를 할 때가 많이 있잖아요. 


그런데 그런 걸 제일 먼저 알아채는 게 어린이인 것 같아요. 


그래서 의도를 가진 말들은 되도록 안 하면 좋지만 굳이 하게 된다면 그 의도가 좀 떳떳하고 진심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서현아 앵커 

네, 솔직한 마음과 진지한 자세 꼭 기억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꼭 전하고 싶은 말이 있을까요?


김선정 작가 / 초등학교 교사 

네, 이 책이 한때 아이였던 분들, 누구나 한때 아이였을 텐데요. 


아이를 학교에 보내고 힘들어서 불안해하시는 분들 지금 또 신학기가 다가와서 그런 분들이 많을 것 같아요. 


그래서 그런 분들에게 보내는 편지 같은 책이거든요. 


그래서 아직 날씨가 추운데 좀 책을 읽으면서 마음을 따뜻하게 하고 싶은 분들 어린 자녀들의 입학이나 진급을 앞두고 계신 분들이 읽어주시면 좋을 것 같구요. 


그리고 꼭 하고 싶은 말이 또 하나 있는데 제가 펭수 되게 팬이거든요. 


그래서 EBS에 오게 돼서 너무 기쁘고 설렜다는 말도 전하고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서현아 앵커 

저희도 참 즐거웠습니다. 


우리가 가장 치열했던 공간이 학교의 의미를 더 깊이 새길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김선정 작가 / 초등학교 교사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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