츠베덴 "카멜레온 서울시향으로…클래식 미래에 아시아 중요"(종합)
기사내용 요약
현 뉴욕필 음악감독…2024년부터 서울시향 지휘
'오케스트라 트레이너' 명성…"철저한 연습 필수"
한국 작곡가 위촉 신작 등 다양한 레퍼토리 예고
[서울=뉴시스] 강진아 기자 = "'천국으로 가는 길이 천국 자체보다 더 아름답다'는 말이 있어요. 때로는 렘브란트처럼 무겁게, 때로는 반 고흐처럼 화려한 색채를 낼 수 있어야 하죠. 카멜레온 같은 악단으로 다양한 색채를 탐험하는 시간이 될 거예요."
현 뉴욕 필하모닉 음악감독인 얍 판 츠베덴은 내년부터 본격적인 닻을 올리는 서울시립교향악단과의 여정에 기대감을 밝혔다. 그는 내년 1월에 서울시향 음악감독으로 취임해 5년간 활동한다.
17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서울시향 연습실에서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그는 "한국 최고의 오케스트라인 서울시향과 함께 작업한다는 건 제게 자연스러운 일이었다"고 말했다.
한국은 그에게 낯선 이름이 아니었다. 바이올린으로 음악을 시작한 그가 16살에 줄리아드 음악원에서 수학할 당시 스승은 강효 교수였다. 바이올린에 관한 모든 지식과 연주자 윤리 등을 배웠다며 삶에 큰 영향을 준 스승이라고 꼽았다.
지난 2012년부터 홍콩 필하모닉을 지휘해온 것도 무관치 않다. "클래식 음악의 미래에 동양이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며 "뉴욕필과 홍콩필은 물론 전 세계 오케스트라와 함께하며 뛰어난 한국(아시아) 연주자들을 만날 수 있었다. 한국에 오니 고향에 온 기분"이라고 말했다. 그는 KBS교향악단, 경기 필하모닉과도 협연한 바 있다.
'오케스트라 트레이너'로 불리며 혹독한 연습으로 유명한 그는 '철저한 준비'를 강조했다. "때론 엄격하다고 느낄 수 있지만, 중요한 건 모두가 더 나은 연주자가 되는 것"이라며 "최고의 수준에 오르기 위해선 철저한 연습이 필수"라고 밝혔다.
이 같은 원칙은 그 역시 오랜 시간 바이올린 연주자로 활동한 경험에서 비롯됐다. 19세에 네덜란드 명문 악단인 로열 콘세르트헤바우 관현악단(RCO) 최연소 악장으로 임명돼 16년간 몸담았다. 본격적인 지휘 활동은 36살인 1996년부터 시작해 네덜란드 방송 교향악단 수석 지휘자(2005~2013), 댈러스 심포니 오케스트라(2008~2018) 음악감독 등을 역임했다.
"7살 때부터 바이올린을 배우기 시작하면서 아버지와 여러 선생님께 배웠던 건 철저한 준비와 훈련이었어요. 오케스트라가 무대에서 90%의 역량을 발휘하기 위해선 110%를 준비해야 하죠. 제가 리허설에서 엄격할 순 있지만, 그건 음악을 위한 거예요. 개인적인 감정은 없죠. 오케스트라는 무대에서 가족으로서 함께 연주하기 때문에 하나 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해요."
츠베덴은 지난 12일과 13일 서울시향과 첫 호흡을 맞췄다. 당초 전임 감독인 오스모 벤스케가 지휘봉을 잡을 예정이었으나 낙상 사고로 그가 긴급 투입됐다. 갑작스러운 요청에도 흔쾌히 한국으로 날아왔다. 주특기인 바그너를 비롯해 브람스 등을 선보인 그는 향후 서울시향과 다채로운 레퍼토리를 예고했다.
그는 "바그너의 세계는 매우 다채롭다. 홍콩필과 녹음한 바그너의 '링 사이클' 외에도 '탄호이저' 등 다른 오페라들을 서울시향과 연주하고 싶다"며 "2024년에 탄생 200주년을 맞는 브루크너를 포함해 첫 시즌인 만큼 모차르트부터 현대음악까지 다양한 작곡가들의 음악을 선보이고자 한다"고 밝혔다.
동시대 음악을 강조한 그는 한국 작곡가들과의 협업에도 적극적으로 나설 계획이다.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 게임'과 영화 '기생충' 등의 정재일 음악감독을 비롯해 한국 작곡가들에게 신작 위촉을 할 예정이다.
"뉴욕필과는 2주에 한 번씩 신작을 세계 초연하고 있어요. 오케스트라는 재능있는 작곡가들에게 작곡의 기회를 제공할 의무가 있다고 생각하죠. 전 세계에서 활동하는 한국의 재능있는 작곡가들과 접촉해 다채로운 곡을 위촉하고 싶어요. 프로그램의 30% 정도를 신작으로 채우고 싶은데, 아마 두 번째 시즌부터 가능하지 않을까 싶어요."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가진 아들을 둔 그는 아내와 함께 자폐 아동을 위한 파파게노 재단도 운영 중이다. 츠베덴과 절친한 사이로 한국 축구 국가대표 감독을 지낸 거스 히딩크도 이 재단을 돕고 있다. 추후 한국에서도 장애 아동을 포함한 취약계층을 위한 공연으로 활동을 이어갈 뜻을 보였다. "자폐 아동에게 음악 치료와 스포츠 시설 등을 지원하고 있다. 우리는 사회에서 소외된 약자를 위해 연주하는 걸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공식 취임은 내년이지만 서울시향과 첫발을 뗀 그는 "이미 (여정이) 시작됐다"고 했다. 8년 만에 실시하는 단원 채용을 위해 오는 4월 다시 한국을 찾는다. "단원은 자신의 앞, 뒤, 옆 동료들의 소리를 듣는 귀를 가져야 한다. 오케스트라 사운드에 자연스럽게 녹아 들어가야 한다"고 밝혔다.
"지금은 땅에 씨앗을 심는 단계에요. 꽃이 피어나면 바로 뽑으면 안 되잖아요. 충분히 자랄 수 있도록 기다릴 시간이 필요하죠."
☞공감언론 뉴시스 akang@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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