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은행 영업시간 '나홀로 거리두기'

김동찬 2023. 1. 17.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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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금융노조 관계자와의 통화에서 들은 말이다.

그는 영업시간 정상화 시점을 묻는 기자에게 "마스크를 벗고 다니지도 않는데 정말 코로나가 끝났느냐"며 대답을 채근했다.

기자가 "코로나는 여전히 재유행할 수 있다"고 답하자 만족했다는 듯 말을 이어갔다.

얼마 전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당장 금융위가 결정할 수 있는 사항이었으면 작년에 코로나가 좀 잠잠해졌을 때 벌써 완화됐을 것"이라고 속내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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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은행 영업시간 '나홀로 거리두기'
"기자님은 코로나가 끝났다고 생각하세요?"

며칠 전 금융노조 관계자와의 통화에서 들은 말이다. 그는 영업시간 정상화 시점을 묻는 기자에게 "마스크를 벗고 다니지도 않는데 정말 코로나가 끝났느냐"며 대답을 채근했다. 중국발 입국자 문제나 변이 코로나로 인한 재유행 가능성은 생각하지 않느냐고도 물었다. 기자가 "코로나는 여전히 재유행할 수 있다"고 답하자 만족했다는 듯 말을 이어갔다.

은행의 영업시간 단축 시작은 2020년 12월부터다. 기존 오전 9시~오후 4시에서 앞뒤로 30분씩 앞당겨 오전 9시 30분~오후 3시 30분으로 현재까지 운영 중이다. '코로나19 대유행 차단'을 위해서다.

시간이 흘렀다. 얼마 전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당장 금융위가 결정할 수 있는 사항이었으면 작년에 코로나가 좀 잠잠해졌을 때 벌써 완화됐을 것"이라고 속내를 밝혔다. 코로나가 잠잠해졌다는 인식은 이미 전 국민적 공감대가 됐다.

불편함은 시민의 몫이다. 연차를 내야 은행 업무를 볼 수 있다는 직장인의 호소는 강경한 노조의 대응 앞에 푸념이 됐다. 생업에 치이고, 모바일뱅킹 사용이 어려운 고령층은 사실상 은행 업무를 볼 엄두가 나지 않는다. 70대 이상 고령층 중 모바일뱅킹을 이용하는 사람은 10명 중 한 명도 되지 않는다.

점포 수도 줄어든다.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해 3·4분기 기준 17개 국내은행 점포 수는 5855개로 2019년 9월 말(6733개)에 비해 878개나 줄었다. 그사이 은행권의 곳간은 가득 찼다. 금리인상의 영향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거뒀다. 5대 은행의 지난해 3·4분기까지 이자이익은 40조6000억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다시 통화 내용이다. 그는 "마스크를 벗지 않아도 많은 편의시설이 방역정책을 완화하지 않았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노사 합의'가 우선이라며 말을 돌렸다. 그러나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가 해제돼 타 업종이 영업시간을 정상화한 것은 지난해 4월의 일이다. 9개월 동안 관공서, 식당, 백화점, 대형마트가 돌아왔다. 은행만 그대로다. 끝난 건 코로나가 아니라 국민들의 인내심이다.

eastcold@fnnews.com 김동찬 금융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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