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 “결심 거의 섰다” 출마 시사에···김기현·안철수 빨라진 발걸음
나경원 전 의원이 17일 “마음의 결심은 거의 서 가고 있다”고 밝혔다. 사실상 당대표 출마 의사를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나 전 의원의 가세로 전당대회 구도가 윤곽이 드러나면서 다른 주자들의 발걸음도 빨라졌다. ‘윤심’(윤석열 대통령의 의중)이 나 전 의원과 선을 긋자 김기현 의원은 “내년 총선의 얼굴은 윤석열 대통령이지 당 대표가 아니다”라고 말했고, 안철수 의원은 “윤 대통령과 후보 단일화를 통해서 정권 교체를 이뤄냈다”고 강조했다.
나 전 의원은 이날 오후 대구 동화사를 방문해 의현스님과 식사한 후 기자들과 만나 “내년 총선 승리는 바로 윤석열 정부 성공을 담보하는 것”이라며 “당대표의 덕목은 뭐니 뭐니 해도 국민들의 뜻을 대통령께 잘 전달하고, 이간하지 않고 국민들의 마음과 뜻을 잘 전달하는 게 덕목이 아닐까 한다. 그런 측면에서 앞으로 총선 승리에 제가 어떤 자리와 역할을 할지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나 전 의원은 2021년 전당대회에 당대표로 출마했을 당시에도 동화사를 찾았다. 앞서 나 전 의원은 이날 동화사로 향하며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글을 올려 “내년 총선 승리는 온 국민이 함께 어렵게 세운 윤석열 정부의 성공을 위해서 꼭 필요하다”며 “선공후사, 선당후사의 정신으로 정치해온 나경원, 총선 승리에 도움이 되는 것이 무엇인지 다시 한번 고민하기 위해 대구 동화사로 간다”고 전했다.
김 의원은 이날 대세론 분위기 조성을 시도했다. 김 의원은 이날 충남 천안 백석대에서 강연을 한 뒤 기자들과 만나 “많은 당원과 국민들께서 김기현이 당대표가 되면 내년 총선도 이기고 윤석열 정부의 성공을 잘 뒷받침할 것 같다는 판단을 하고 있는 것이 현장에서 느껴진다”며 “그 열기를 잘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강연을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기회가 된다면 나경원 전 의원을 포함해서 누구든지 다 만날 것”이라고 했다. 안 의원에 대해서도 “당의 구성원 모두하고 연대하고 통합하고, 함께하는 탕평을 펼치는 연포탕을 끓여서 당을 한 길로 나아가도록 리더십을 발휘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의원은 나 전 의원과 윤 대통령의 갈등이 표면화되자 윤심 마케팅에도 적극 나섰다. 김 의원은 이날 충남 천안시에서 열린 국민의힘 천안병 당원협의회 신년 인사회에서 “내년 총선의 얼굴은 윤석열 대통령이지 당 대표가 아니다”라며 “총선에서 승리하려면 무엇보다도 대통령과 호흡을 잘 맞춰야 한다”고 밝혔다.
김 의원 측 관계자는 “일단은 제일 좋은 시나리오는 결선투표까지 가지 않는 것”이라며 “결선투표가 되는 순간 ‘비윤’ 표가 몰리는 변수가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 의원이 결선투표에 올라 나 전 의원이나 안 의원과 맞붙게 되면 수도권 연대를 고리로 공감대를 형성해온 두 사람이 단일화 효과를 누릴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안 의원은 친윤석열 색채를 강화하는 메시지를 냈다. 나 전 의원과 윤 대통령이 멀어지는 틈을 노린 전략으로 보인다. 안 의원은 SBS <주영진의 뉴스브리핑>에 출연해 “윤 대통령과 후보 단일화를 통해서 정권 교체를 이루지 않았나”라며 “그런 동지 의식 때문에 (당원들 중에 저를) 굉장히 가깝게 느끼는 분들이 많았다”고 말했다. 안 의원은 SNS에서 “오늘 윤 대통령의 아랍에리미트연합(UAE) 국빈 방문이 마무리된다. 기대 이상으로 성과가 큰 훌륭한 외교였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안 의원은 이날 오전 서울시청에서 오세훈 서울시장과 만났다. 안 의원은 이후 기자들과 만나 지난 4·7 재보궐선거에서 당시 오 시장과 단일화했던 경험을 강조하며 “공동 시정의 파트너로서 시작을 했었지 않나”라며 “인수위에서 만든 국정과제들이 어떻게 각 지자체와 잘 연결될 수 있는지에 대한 이야기들이 주테마였다”고 말했다. 안 의원은 이날 오후 서울 강남병 당원들과 간담회도 가졌다.
국민의힘 전당대회 선거관리위원회는 이날 3·8 전당대회 일정을 일부 확정지었다. 장동혁 원내대변인은 “오는 2월10일쯤까지 컷오프(예비경선)를 마친 뒤 2월13일쯤부터 합동연설회와 방송토론회 등을 진행할 예정”이라며 “3월8일 과반득표자가 없을 경우 3월11일께 결선투표를 마친 뒤 3월12일 최종 결과를 발표한다”고 말했다.
당대표 본경선의 경우 50% 이상 득표한 후보가 없을 경우, 결선투표는 3월10~11일 온라인투표시스템(K-Voting)과 ARS(자동응답시스템)를 통해 치른다. 3월9일에 1·2위 후보간 양자 토론회를 한 차례 연다.
문광호 기자 moonlit@kyunghyang.com, 정대연 기자 ho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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