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환 변호사의 디지털법]〈2〉14세 미만 아동으로부터 법정대리인과 별도로 추가 동의를 받아야 한다?
최근 위치정보법 관할기관인 방송통신위원회는 14세 미만 아동의 개인위치정보를 수집·이용 또는 제공하고자 하는 위치정보사업자 등이 위치정보법 제19조 제2항의 이용약관 동의를 받고자 할 경우 제25조가 그 법정대리인이 동의를 받도록 한 것에 대해 법정대리인의 동의 외에 14세 미만 아동의 동의를 추가로 받지 않으면 불법이라는 해석 아래 일부 위치정보사업자 등에 대한 처분 사전통지를 했다.
옛 정보통신망법 및 현행 개인정보보호법과 위치정보법이 모두 동일하게 만 14세 미만 아동의 개인(위치)정보를 처리할 경우 “그 법정대리인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개인정보와 달리 개인위치정보는 아동의 동의와 법정대리인의 동의를 각각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방통위는 위치정보법 제26조가 8세 이하 아동 등의 생명 또는 신체 보호를 위하여 개인위치정보를 수집·이용 또는 제공하고자 할 경우 법정대리인의 동의를 8세 이하 아동의 동의로 '본다'는 규정이 있음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제26조에서 말하는 법정대리인의 동의는 서면 동의서 및 법정대리인 증빙서류(예컨대 가족관계증명서)가 제출된 상태에서의 동의를 말하는 것인데, 8세 이하 아동이라 하더라도 이런 요건을 갖춘 동의가 없었다면 다시 제19조 제2항으로 돌아가 역시 법정대리인의 동의 외에 아동의 별도 동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방통위는 일부 위치정보사업자 등에 대한 실태조사를 마치고 처분 등을 검토하고 있지만 방통위의 이러한 법 해석은 법리적으로나 현실적으로 우려되는 점이 있다.
첫째 법정대리인의 동의 제도는 14세 미만 아동에게 자기결정 능력이 없다는 전제 아래 도입된 제도다. 즉 14세 미만 아동의 경우도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은 있지만 자기결정권을 행사할 능력이 충분하지 않기 때문에 이를 보충하기 위해 법정대리인이 있는 것이고, 이러한 법정대리인의 동의 제도는 위치정보법(제25조)뿐만 아니라 개인정보보호법(제22조)에도 있다.
그런데 방송통신위원회는 법정대리인의 동의 제도가 있는 14세 미만의 아동을 둘로 구분지어, 9세 이상에서 14세 미만의 아동의 경우는 자기결정 능력이 있다고 본 것인데, 자기결정 능력이 없는 14세 미만의 아동의 경우에 법정대리인 제도를 둔 취지에 반하는 법해석이 아닐 수 없고, 개인정보보호법의 일반적인 개인정보와 위치정보법의 개인위치정보는 같은 개인정보임에도 일관성 없는 법적용이 발생하는 문제가 발생한다.
둘째
방송통신위원회의 해석으로 인해, 위치정보사업자 등은 9세 이상에서 14세 미만의 아동의 경우 법정대리인의 약관 동의 외에 아동의 약관 동의까지 '모두' 받아야 하며, 8세 이하 아동의 경우 법정대리인 증빙서류를 별도로 제출받거나 그렇지 못한다면 역시 법정대리인의 약관 동의 외에 8세 이하 아동의 약관 동의를 또 별도로 받아야 한다.
방송통신위원회의 해석으로 개인정보보호법이 적용되는 개인정보처리자와 비교해서 위치정보법이 적용되는 위치정보사업자 등은 추가적인 규제 비용이 들게 되었다. 심지어 8세 이하 아동은 의사능력마저 없음에도 법정대리인의 증빙서류를 제출받지 않았다면 0~8세 아동이라 해도 스스로 동의한다는 의사를 표시하는 등 동의 행위를 해야 하며, 위치정보사업자 등은 이를 받아낼 법적 의무가 생기는 것이다.
셋째 추가적인 규제 비용이 들어도 그로 말미암아 얻을 수 있는 공익이 충분하다면 방통위의 해석에서 정당성을 찾을 수 있겠지만 추가적인 규제 비용이 발생한 규제는 불필요한 규제이기 때문에 그로 말미암아 얻을 수 있는 공익은 없다.
자기결정 능력이 없는 9세 이상에서 14세 미만의 아동(또는 법정대리인 증빙서류를 제출하지 않은 0세부터 8세까지의 아동)에게 동의를 받는다는 것은, 법적으로 유효한 동의가 될 수 없음에도, 방송통신위원회는 법정대리인 동의도 받고 거기에 추가하여 법적으로 무효인 동의를 형식적이라도 받으라고 강요하는 것인데, 이로 인해서 얻을 수 있는 공익은 없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자기결정 능력이 없는 아동에게 동의를 받게 하는 것이, 아동의 권익보호에 도움이 된다고 주장하나, 현실적으로 법정대리인이 다 정해주는 대로 하거나 법정대리인이 대신 해 주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
그리고 예컨대 9세 아동의 대부분이 개인위치정보의 의미, 서비스의 내용, 보유목적 등의 법적인 용어나 내용이 적힌 약관을 전부 '명확하게' 이해하고 동의 버튼을 선택할 수 있다고 보는 것도 지나치게 비현실적인 접근이 아닐 수 없다.
넷째
방송통신위원회는 위치정보법 제26조는 법정대리인이 동의하는 경우 아동 '본인의 동의가 있는 것으로 본다'는 문구가 있지만 제25조는 단지 '그 법정대리인의 동의를 얻어야 하고'라고만 하고 있기 때문에 제25조를 이유로 위치정보주체인 아동 본인의 동의를 법정대리인의 동의로 대신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제25조의 문구는 구 정보통신망법 및 위치정보법의 일반법인 개인정보보호법의 법정대리인 동의 규정과 동일한 문구임에도 불구하고 그와 해석을 달리 해야 할 별다른 근거가 없고, 제25조는 '법정대리인의 동의도 얻어야' 한다는 게 아니라 '법정대리인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대리인'의 법률행위의 효과는 본인에게 귀속된다는 기본적인 법리에 따르더라도 법정대리인의 동의로 아동의 동의를 대신할 수 있음이 당연하다.
제26조의 입법 취지는 의사 무능력자의 생명 또는 신체 보호를 위한 개인위치정보의 처리를 위한 규정이다. 제25조의 아동의 자기결정 능력 보충을 위한 법정대리인 제도와는 입법 취지가 상이하고, 예컨대 아동의 실종 등과 같이 아예 위치정보 주체인 본인의 의사가 무효를 넘어 '부존재'하는 경우까지 대비해야 하는 조문으로서 '대리'가 아닌 '간주'가 필요한 특별한 이유가 있기 때문에 이러한 제26조를 이유로 제25조의 해석을 달리해야 할 근거는 매우 빈약하다.
개인적으로는 방통위는 해석의 의도와 달리 불필요한 규제 비용만 발생케 하고 그로 말미암아 얻을 수 있는 공익도 전혀 없는 결과가 된 것이라고 생각한다. 아동의 권익을 진정으로 보호하려 한다면 차라리 법령 개정을 통해 아동이 이해할 수 있는 쉬운 약관의 제공을 의무화해서 아동의 개인정보 인식 제고와 교육에 기여하도록 하는 것 등이 적절할 것이지 법정대리인의 적법한 동의가 있는데도 추가적으로 14세 미만 아동으로부터 법적 용어가 가득한 약관에 대하여 형식적으로 동의를 받으라는 것은 아무 도움이 되지 않는다. 불필요하고 비현실적인 규제를 줄이는 차원에서라도 방통위의 이번 입장은 재고되어야 한다.
더불어 수범자 입장에서 제안하건대, 개인위치정보는 개인정보의 일종이므로, 위치정보법의 법령 관할을 개인정보보호법을 관할하는 개인정보보호위원회로 이관하여 일반적인 개인정보와 같이 통일성 있고 일관성ㆍ현실성 있게 규율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본다.
김경환 법무법인 민후 대표변호사 oalmephaga@minwh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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