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지로 거듭나길"…43년만에 계엄군 묘역 찾은 오월단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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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년 전 봄 광주에서 서로 총구를 겨눈 사이였다.
부상자회와 유족회·공로자회 등 '오월 3단체'와 대한민국특전사동지회가 17일 오후 국립서울현충원을 찾아 계엄군 묘소를 참배했다.
오월단체의 계엄군 묘역 참배는 1980년 광주민주화운동 이후 43년 만에 처음이다.
오월 3단체는 앞으로도 특전사동지회 등과 함께 5·18 유공자와 계엄군 모두를 기리며 화합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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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명령받은 이들이 무슨 죄…전두환 용서하는 건 아냐"
(서울=연합뉴스) 김준태 기자 = 43년 전 봄 광주에서 서로 총구를 겨눈 사이였다.
황일봉 5.18 민주화운동부상자회 회장은 연신 묘비를 쓸어내렸다. 눈시울을 붉히던 황 회장은 이내 입을 앙다물며 눈물을 삼켰다. 묘비에는 망자가 1980년 5월 광주에서 순직했음을 알리는 문구가 새겨져 있었다. 5·18 광주 민주화운동 당시 순직한 계엄군의 묘였다.
부상자회와 유족회·공로자회 등 '오월 3단체'와 대한민국특전사동지회가 17일 오후 국립서울현충원을 찾아 계엄군 묘소를 참배했다. 이들은 국가에 의해 동원됐다가 희생된 계엄군의 아픔을 함께 보듬고, 비극이 다시는 벌어져서는 안 된다는 데 뜻을 모았다. 오월단체의 계엄군 묘역 참배는 1980년 광주민주화운동 이후 43년 만에 처음이다.
이날 행사는 광주에 실제로 투입됐던 임성록 특전사동지회 고문의 제안으로 시작됐다. 정성국 공로자회 회장은 "임 고문의 제안이 특전사동지회 내에 공론화했고 최익봉 특전사동지회 총재도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고 전했다.
오월단체들과 특전사동지회 간부들은 오후 2시25분께 현충문을 지나 현충탑 앞 분향소에서 참배를 시작했다. 양옆으로 의장대가 도열해 예우했다. 황 회장 등은 분향하고 묵념하며 계엄군의 명복을 빌었다.
황 회장은 분향을 마친 뒤 오월 3단체를 대표해 방명록을 남겼다. 그는 "나라와 민족을 위해 희생하신 호국영령님과 나라의 민주화를 위해 희생하신 518 민주 영령님들이 만나 민족의 새희망을 다짐하는 518 공법3단체와 특전사님들이 이 자리에 함께하며 영령님들의 숭고한 뜻을 이어가겠다"라고 적었다.
최 총재는 "선배 호국영령이시여! 지난 43년간 아파온 깊은 상처를 진정한 화해와 용서로 말끔히 씻어내, 오늘 우리 모두 희망차고 번영된 미래로 나아가겠다"고 썼다.
행사에 참여한 더불어민주당 이용빈(광주 광산갑) 의원은 "광주시민과 계엄군은 모두 깊은 상처를 공유한 희생자"라며 "오늘을 계기로 대동세상을 열어가는 동지로 거듭나길 기대한다"고 했다.
참석자들은 이어 장병들이 잠든 28·29묘역을 찾아 헌화했다. 묘비들은 서울과 충남 홍성·부여 등 각지에서 따로 태어난 이들이 1980년 5월 광주에서 순직했음을 알렸다. 오월 3단체 관계자들은 당시 이들이 처한 입장을 모두 이해한다는 듯 연신 묘비를 어루만지며 사색에 잠겼다.
"나이로 따지면 22살인가. 너무 일찍 가셔서 가슴이 너무 아프다." 황 회장은 29묘역에 있는 '육군 중위 최연안의 묘'를 어루만졌다. 최 중위는 특전사동지회 임성록 고문의 친구다. 1980년 5월 광주 유동에서 순직했다.
참배는 경찰묘역인 8번묘역까지 이어진 후 오후 3시13분께 마무리됐다.
정 회장은 "(계엄군들도) 국가 명령으로 강제로 출동해 임무를 다했던 분들일 뿐"이라며 "한쪽은 군인으로, 한쪽은 광주시민이나 전남도민으로 희생당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현재 (5·18과 관련해) 진상규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데, 우리와 계엄군이 서로 화해하고 가까워진다면 스스럼없이 옛 이야기를 할 수도 있지 않겠나"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도 "전두환을 비롯한 군 수뇌부들과 화해하는 차원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오월 3단체는 앞으로도 특전사동지회 등과 함께 5·18 유공자와 계엄군 모두를 기리며 화합하겠다고 말했다.
황 회장은 "2월 19일 '화해·협력의 대선약' 행사를 기획하고, 앞으로 (오늘 같은 행사를) 정례화할 생각도 있다"고 전했다.
readines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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