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 폐교 위기에도 온 마을이 모였다…“아이들이 결국 희망”
김효은·이서준 졸업생 위해 온 마을 모여
전교생 함께한 인형극으로 열어
“아이들은 마을 구심점”
[헤럴드경제(춘천)=박지영 기자] 춘천 기차역에서도 40분 이상 차를 타고 들어가야 하는 강원도 춘천시 북산면 추곡초등학교. 지난 13일 이곳에서는 특별한 졸업식이 열렸다. 이 학교는 총 재학생 수가 7명으로, 이 중 2명이 이날 졸업했다. 마을주민 25명과 교직원, 온 마을사람이 함께 졸업을 축하했다. 이들이 마음을 모아 전한 메시지는 한 가지다.
“아이들이 많아져야 희망도 커진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2022년 우리나라 주민등록 인구수는 5143만9038명으로, 전년 대비 19만9771명 줄어들며 3년 연속 감소를 기록했다. 아이들 수가 주는 속도는 더 가팔랐다. 초등학생 수는 이미 2002년부터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했다. 교육부 조사결과, 2002년 413만8366명이던 초등학생 수는 2022년 266만4278명으로 반 토막 났다.
졸업식은 이날 오전 11시10분께 시작됐다. 주인공은 두 사람. 김효은(13) 양과 이서준(13) 군이었다. 선생님들은 두 사람에게 정성스레 졸업장을 건넸다.
추곡초 운영위원회·학부모회·총동문회, 추곡교회, 이장단협의회 등 마을단체 대표자들이 모두 참석했다. 장학금을 주는 이도 있었고 다가와 꼭 안아주는 이도 있었다.
두 사람을 떠나보내기 위해 먼 곳에서 달려온 손님도 있었다. 얼마 전 경기도 구리시로 전학 간 노가연(12) 양이다. 노양은 교장선생님과 담임선생님을 찾아가 “너무 보고 싶었어요”라며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작지만 따뜻한 학교에서 어떤 추억을 만들었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 졸업식 본행사 전에는 졸업생 2명을 위한 공연도 열렸다. 한 해를 함께 보낸 7명의 학생이 준비한 춤 공연, 가족들도 참여한 영상편지도 있었다. 두 졸업생도 공연을 선보였다. 졸업생 서준 군은 기타를 쳤고, 효은 양은 반주에 맞춰 노래를 불렀다. 공연이 끝나고 영상을 틀자 한 학생이 “효은 누나 사랑해!”를 외쳤다. 식장 내에서는 박수가 쏟아졌다.
졸업식이 끝나고 효은 양에게 다가가 소감을 물었다. 효은 양은 수줍게 “6년 동안 행복했어요”라고 답했다.
2명을 위한 졸업식은 2시간 가까이 진행됐다. 그사이 자리를 뜬 사람은 거의 없었다.
임기가 2년 남은 김성회(53) 교장에게는 이번 졸업식이 마지막이 될 가능성이 크다. 진급생 중 5, 6학년이 없기 때문이다. 2000년대 초반만 해도 30~40명이었던 재학생 수는 2010년대 들어 10명 이하로 줄었다. 2010년 제45회 졸업식에서 1명의 졸업생을 배출한 이후 추곡초 졸업생은 줄곧 한 자릿수다. 2016년과 2021년에는 졸업생이 없어 졸업식을 하지 못했다.
김 교장은 “졸업식만 날인가요? 한 학년이 끝날 때 아이들에게 수료식을 열어줘요. 앞으로 수료식도 마을분들을 모시고 크게 할 겁니다”라고 약속했다.
졸업식에 앞서 그림자인형극 ‘막둥이’가 있었다. 두 사람의 졸업생을 비롯한 재학생이 모두 참여한 극이다. 마이크를 찬 아이들이 한국어와 영어로 직접 대사를 읊었다. 아이들이 큰목소리로 “막둥, 잇츠 투 댄저러스(Makdoong, It's too dangerous·막둥아 너무 위험해)!” “오, 노(Oh, no·안 돼)!”를 외칠 때마다 관객석에서는 작은 웃음이 터져 나왔다. 이 인형극은 더 큰물로 나가고 싶은 아이 물고기 막둥이와 가족의 갈등을 다뤘다. 인형극 속에서 막둥이는 큰물에 나가지 않고 결국 고향에서 가족과 함께 산다. 인형극을 참관하며 기자의 머릿속에는 아이들이 떠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을사람들의 마음이 겹쳐졌다.
인형극은 학교를 지키기 위한 노력 중 하나다. 작은 학교에서도 풍성한 경험을 할 수 있게 하자는 것이다. 김 교장은 “벽지 아이들이라는 이유로 문화활동에서 소외돼서는 안 된다”며 “1년 내내 아이들과 함께 인형을 만들고 대사를 연습하며 보냈다. 넓은 세상을 보여주기 위해 ‘춘천 인형극제’ 경연대회에 참석해 공연을 선보였다”고 말했다. 이어 “올해는 인형극 공연 교류학습, 지역사회 경로당 공연투어 등 더 많은 외부활동을 계획 중”이라고 덧붙였다.
추곡초 6학년 담임이었던 안정원(47) 교사는 “작은 학교일수록 지역사회에서 학교의 의미가 크다. 학교와 학생들은 마을의 ‘구심점’”이라며 “마을 어르신들과 학교에서 어울림 한마당잔치를 열었고, 마을에서는 10·70대 문화어울림이라는 행사를 아이들과 함께해 상생하는 지역문화를 이끌어가고 있다. 아이들은 마을의 희망”이라고 말했다.
추곡초가 있는 북산면의 유소년(0~14세) 인구는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 2010년만 해도 유소년 인구가 전체에서 4.33%를 차지했으나 2020년에는 2.81%로, 1.52% 포인트 줄어들었다. 북산면 유소년 인구 감소 추세가 이어진다면 추곡초가 없어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단순히 추곡초만의 문제가 아니다. ‘나 홀로 졸업식’은 전국적으로 이미 흔한 풍경이 됐다. 교육부에 따르면 지난 3년간 졸업생이 1명 이하였던 학교는 2020년 215개교, 2021년 229개교, 2022년 208개교에 달한다. 같은 기간 통폐합한 초등학교(분교 포함)만 78개에 달한다.
졸업생을 향한 환한 웃음 속에 학생 수가 줄어드는 데에 대한 아쉬움이 묻어났다. 특히 마을을 지켜온 어르신들의 마음은 더 착잡하다. 북산면이 경제적으로 낙후되고 젊은 사람들이 빠져나가면서 결국 학교까지 폐교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마을주민 풍중섭(77) 씨는 “그동안 북산면에서 아이들이 태어나는 걸 본 게 손가락에 꼽을 정도”라며 “마을은 물론 국가 존립에도 영향을 끼치는 문제다. 북산면은 젊은 사람들이 먹고살 만한 일자리가 없어 인구가 늘기 더 힘들다”고 말했다.
단순히 마을 규모가 줄어드는 것만 문제가 아니다. 인구감소는 아이들이 경험하는 대외관계에도 영향을 미친다. 졸업생 서준 군의 어머니 최선희(53) 씨는 “학교의 교육 시스템에는 정말 만족한다. 서준이는 북산면에서 나고 자라 추곡초에서 행복하게 지냈다”면서도 “4학년 때 친구 1명이 전학을 갔는데 상심이 컸다. 또래친구가 적은 것이 아쉬움”이라고 했다. 안정원 교사는 “작은 학교가 없어지면 가뜩이나 삭막한 시골마을이 더 분산되고 뭉치지 못할까 우려된다”고 덧붙였다.
park.jiye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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