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릭터 위해 24kg 증량"…'유령' 서현우, 채움과 비움의 연기 비결(종합)[인터뷰]
[OSEN=김보라 기자]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부터 천 계장에게 특명이 있었다. 액션을 했어도 좋았겠지만 제가 천 계장 역을 맡아서 다행이다 싶다.”
서현우는 17일 오후 서울 소격동의 한 카페에서 열린 인터뷰에서 “영화가 전반전과 후반전으로 나뉘는데 저는 영화에 필요한 부분으로서 제가 맡은 것들을 잘해낸 거 같다”라며 이같이 자평했다.
‘유령’(감독 이해영, 제작 더 램프, 제공배급 CJ ENM)은 1933년 경성 조선총독부에 항일조직이 심어 놓은 스파이 유령으로 의심받으며 외딴 호텔에 갇힌 용의자들이 의심을 뚫고 탈출하기 위해 벌이는 사투와 진짜 유령의 멈출 수 없는 작전을 그린 액션 영화. 그는 통신과 암호 해독 담당 천 계장을 연기했다. 영화에 등장한 인물들이 대부분 창조된 캐릭터지만, 서현우가 그린 천 계장은 특히나 과감한 창의성과 독창성이 돋보인다.
이날 그는 “저는 액션이 없었다. (언론배급시사회에서)이 영화를 처음 보면서 다른 배우들이 저렇게까지 고생을 하셨구나 싶더라. 그래서 상대적으로 미안했다”며 “천 계장을 맡은 저로서는 영화의 완성본에 너무 흡족하다”고 영화에 대한 만족감과 캐릭터를 완수한 소감을 남겼다.
서현우는 지난 2021년 ‘혼자 사는 사람들’·‘괴기맨숀’·‘유체이탈자’부터 지난해 ‘헤어질 결심’과 ‘썬더버드’·‘정직한 후보2’·‘모럴센스’까지 매년 세 작품 이상을 선보이며 관객들에게 다양한 얼굴로 다가오고 있다.
이에 서현우는 “제가 재작년부터 작년에 작품을 많이 하고 있다. 요즘 마스크를 쓰고 다녀서 몰라보실 거 같은데도 카페에서 제게 ‘잘 보고 있다’고 말씀하시는 분도 만났다. 체감을 하고 있는데 너무 너무 신기하다”고 말문을 열었다.
“행복하다는 말로 형용할 수 없다”는 그는 “(지속적으로 다양한 작품을 내놓는 일이) 좋으면서도 한편으로는 의지가 생긴다. 이 좋은 기운을 가지고 앞으로 정신을 흐트러뜨리지 말고 잘하자는 마음이다. 저의 다채로운 캐릭터를 좋아해 주셔서 감사하다”고 했다.
서현우가 작품을 선택하는 기준은 자신이 잘하는 것에 대한 확신과 전작과 다른 새로움의 추구다.
“저는 제가 잘할 수 있는 지분을 줄이려고 한다. 어느 작품의 제안을 받으면 제가 해낼 수 있는 부분과 해보지 않았던 캐릭터 구축을 5대 5로 나눈다. 제가 잘할 수 있는 것만 했다면 캐릭터가 매번 비슷했을 거다. 또한 제 욕심에 따라 선택을 했다면 잘해낼 수 없었을 거 같다”고 밝혔다.
캐릭터를 표현하고 나서 비워내는 일이 중요하다고 말하는 서현우. “예를 들어 어떤 영화 속 인물에 새롭게 맡은 인물을 덧대서 표현하면 제게 과부하가 걸릴 거 같다. 그래서 제 나름대로 비워내는 시간을 갖는다. 마음과 생각에서 털어낸다. 역할을 감정으로 대하지 않고 이성적으로 접근한다”고 연기로 표현하는 자신만의 비법을 설명했다. 인물을 표현할 때 감성이 아닌 행동으로 접근한다는 것이다.
서현우는 “천 계장이든 제가 맡았던 그간의 다른 인물이든 그 캐릭터를 통해 감동을 받는 건 관객들이다. 제가 의도하지 않는다”며 “다만 저는 감정에 빠지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배우도 한 인간일 뿐이다. 모든 작품에 제 감정을 실어버리면 인간이 파괴될 수밖에 없다”고 채움과 비움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는 영화 ‘독전’(2018) 이후 5년 만에 작품을 통해 이 감독과 재회했다. “이해영 감독님은 완벽주의자 같다. 소품부터 각도까지 하나도 놓치지 않으려고 하신다. 이 영화를 보고 그의 고집과 디테일에 감탄했다. 그런 것들이 인물을 도와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만의 정교함이 인물을 탄탄하게 만들어줬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렇게 얘기하면 감독님이 까다로운 사람 같지만.(웃음) 천 계장은 저와 감독님이 함께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저와 감독님의 케미스트리가 잘 맞았던 거 같다”고 돌아봤다.
서현우가 인물을 표현하는 과정은 촬영에 임하기 전에 치열하게 가진 혼자만의 시간이다. “저는 많이 준비해서 현장에 가는 타입이다. 하지만 이번에 분장과 의상의 힘에 도움을 받은 게 크다. 그래서 저도 현장에서 계속 새로움을 발견하려고 했다”며 “찌운 살이 부대끼는 느낌도 있었지만 불편한 대로 표현을 했다. 그런 와중에도 정갈한 태도를 유지하려고 했다”고 자신만의 천 계장이 탄생한 과정을 전했다.
서현우는 “이번 작품을 하면서 느낀 게 (연기는 배우) 혼자 하는 게 절대 아니구나 싶다. 감독, 배우, 스태프 등 모두가 도와준다. 예전에는 ‘고맙다’는 말이 막연했다면 지금은 파트별로 정확하게 어떻게 고마운지 알게 됐다. 감사한 마음을 구체화했다”고 말했다.
그는 박찬욱 감독의 ‘헤어질 결심’의 촬영에 임한 후 ‘유령’을 진행했다. “체중은 ‘헤어질 결심’ 때보다 약 2~3kg 정도 더 나갔다. 캐릭터를 위해 24kg을 증량했다. 천 계장은 항상 살이 올라있다.(웃음) 저는 살을 찌우는 데 있어서 항상 힘들다. 빼는 것보다 찌우는 게 더 힘들다”며 “당시에 살을 찌우면서 엉엉 울었다기보다 눈물 한 방울 정도만 흘렸다.(웃음) 물리적인 힘듦이었던 거 같다”고 밝혔다.
2010년 뮤지컬로 데뷔한 서현우는 올해로 활동한 지 13년이 됐다. 그때와 지금을 비교한다면 연기 철학에는 변함이 없을까.
“타협하지 않으려고 한다. 현장에서 ‘이 정도면 됐지?’라는 유혹이 드는 순간이 있기 때문이다. 물론 타협하는 게 나쁜 건 아닌데 제가 다양한 모습을 시도하고 싶으니 할 수 있는 걸 더 해보자느 마음이다. 항상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크다. 그래서 건강을 유지하는 게 가장 중요한 거 같다.”
/ purplish@osen.co.kr
[사진] CJ ENM
Copyright © OSE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