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TX 반대 외친 은마 추진위 … 공금으로 '민폐시위'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노선의 단지 지하 통과에 반발해 '민폐 시위'를 벌인 은마아파트 재건축추진위원회 등에 대해 정부가 수사 의뢰를 비롯한 강경 대응에 나섰다. 국토교통부와 서울시는 은마아파트 재건축추진위원회(추진위)와 입주자대표회의(입대의)를 점검한 결과 부적격 사례 52건을 적발해 수사를 의뢰하고 과태료 부과 조치를 취하기로 했다고 17일 밝혔다.
국토부와 서울시는 지난달 7일부터 이달 16일까지 강남구청, 외부 전문가, 한국부동산원과 합동점검반을 구성해 추진위와 입대의의 GTX 반대 집회 비용 집행 적정성 여부와 운영 실태 전반을 현장 점검했다. 그 결과 추진위와 입대의가 GTX 반대 집회에 입주자 동의 없이 공금을 사용하거나 예산 수립 없이 운영비를 부적절하게 쓴 정황 등 부적격 사례 52건이 확인됐다.
구체적으로 입대의는 GTX 집회 비용으로 지출한 9700만원과 관련해 입주자들이 동의했는지와 집회 참가비 지출 내역 일부를 입증하지 못했다. 입대의는 GTX 반대 집회비를 잡수입에서 사용한 것에 대해 입주자 과반수가 동의했다고 주장했지만, 증빙 자료를 제출하지 못했다. 또 집회 참가자에게 참가비를 지급했는데 이 중 일부가 실제로 집회에 참가했는지를 파악할 자료가 없었다. 국토부는 공동주택관리법 위반 혐의 2건과 관련해 강남구청에 수사를 의뢰할 계획이다.
추진위의 위법 사항도 다수 발견됐다. 합동점검반은 추진위가 재건축 용역과 관련해 일반경쟁입찰 원칙을 위반한 사항을 파악했다. 또 월간 자금 입출금 내역, 주민총회 의사록 등 정보공개 의무를 위반한 사항을 적발했다. 이 같은 위법 사항에 대해서도 수사를 의뢰할 방침이다. 추진위는 야간과 주말 등 근무시간 외 사용한 업무추진비와 관련해서는 업무 연관성을 입증하지 못했다. 이에 대해서는 시정명령과 행정지도를 하기로 했다.
다만 합동점검반은 장기수선충당금을 법정 용도가 아닌 집회비로 사용한 사실은 발견하지 못했다.
국토부와 서울시의 은마아파트 자금 운용 점검은 은마아파트 주민들이 GTX 반대 집회를 연 뒤 실시됐다. 일부 은마 거주민은 GTX-C 노선이 아파트 지하를 통과하면 안전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우회할 것을 주장해왔다. 급기야 GTX-C 노선의 우선협상대상자로 현대건설 컨소시엄이 선정되자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의 서울 한남동 자택 앞까지 찾아가 노선안 수정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였다. 소음 피해 등에 시달린 한남동 주민들은 추진위를 상대로 시위 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고 법원은 이를 받아들였다. 하지만 추진위는 법원이 제한한 거리 밖으로 장소를 옮겨 시위를 계속해왔다. 지난달 열린 주민총회에서는 GTX 노선 반대 집회 관련 예산을 책정해 올해도 시위를 계속하겠다는 방침을 보였다.
국토부는 은마아파트 측 반대 시위가 과학적 근거가 없는 선동이라며 강경한 태도를 비쳤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지난해 11월 'GTX-C 은마아파트 간담회'에 참석해 "은마아파트 구간은 발파 방식이 아닌 첨단 기술력이 동원된 TBM(Tunnel Boring Machine) 공법으로 계획돼 있다"며 "단순히 아파트 지하를 통과한다는 사실만으로 위험하다는 주장은 근거가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막연한 불안감을 확산시키며 국가사업을 방해하고 선동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용납할 수 없고, 행정조사권을 비롯해 국토부가 행사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취하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추진위는 정부 발표에 강경 대응하겠다는 입장이다. 최정희 추진위원장은 "국토부가 위법 사항을 적발했다는 내용이 사실과 다른 부분이 많아 법적 대응에 나설 계획"이라면서 "국토부가 처음 조사를 실시하며 중점적으로 살펴본 장기수선충당금 집행과 관련해서는 집회에 사용한 내역이 전혀 없었다"고 강조했다.
[김유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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