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질서 고립에 고령화 재앙까지 … 저성장 함정 빠진 中

한예경 기자(yeaky@mk.co.kr) 2023. 1. 17.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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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작년 성장률 3% 턱걸이 … 정부 목표치 크게 못 미쳐
향후 성장률 3~4%대 그칠 듯
식량·에너지 안보도 불안
골드만삭스 등 속속 전망 하향
경제 내리막에 군사력만 커져
군사적 충돌 위험 빨간불
G2 패권구도 예전과 다를듯

◆ 피크 차이나 ◆

미국과 함께 G2로 불리는 중국이 2020년(2.2%)에 이어 지난해에도 3.0% 성장에 그친 것으로 나타나면서 '피크 차이나' 추세에 더욱 탄력이 붙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중국의 지난해 성장률은 코로나19 팬데믹이 직격했던 2020년을 제외하면 1976년 이후 46년 만에 가장 낮았다.

중국 경제가 일시적인 침체에서 벗어나 반등할 수도 있지만, 고성장 시대가 막을 내리고 만약 구조적 침체기에 접어든다면 이는 전 세계 경제 지형에도 막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변수다. 세계의 제조업 생산공장, 최대 소비시장이라는 특성을 앞세워 세계 경제를 주도해왔지만 미국과의 첨예한 패권 갈등 와중에 고도 성장 시대가 막을 내릴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중국이 1970년대 이후 고성장을 구가한 이면에는 주변국들의 호의, 경제개혁 리더십을 갖고 있는 전문 관료들, 풍부한 자원과 느슨한 환경 규제 등이 맞물려 있었다. 특히 1972년 리처드 닉슨 미국 대통령이 중국을 방문해 마오쩌둥 중국 국가주석과 화해의 악수를 한 이후 미·중 관계는 적에서 친구로 변화했다. 미국 덕분에 서방 국가들은 대만과 단교하고 중국과 잇달아 수교했고, 중국은 그 덕분에 '하나의 중국' 원칙을 지킬 수 있었다. 덩샤오핑·장쩌민 주석 시대엔 경제·과학기술 관료 중심으로 통치가 이뤄지면서 중국 경제는 세계 경제의 변방에서 중심으로 자리를 옮겼다. 무엇보다 지난 40년간 중국이 식량·물자를 자급자족하면서 패권의 정점에 다가갔다.

하지만 중국의 부상을 거들었던 이 세 가지 요소는 2023년 현재 모두 정반대로 움직이고 있다. 중국 부상의 발목을 잡는 요소가 된 것이다. 과거 고성장을 구가했던 중국 경제가 정점을 찍고 장기적으로 3%대로 내려앉을 것으로 내다보는 목소리가 늘어나는 것이 이와 무관하지 않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탈글로벌화 움직임이 일어나면서 전 세계적으로 중국에 대한 반감이 급증했다. 지난해 퓨리서치 조사에 따르면 한국뿐만 아니라 일본·호주·스웨덴·미국 등 대부분의 서방 국가 국민 10명 중 8명이 중국에 대해 부정적이라고 답변했다. 미국에서는 2000년 중국이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한 이후 미국인 일자리 240만개를 중국에 빼앗겼다는 조사도 나왔다.

중국을 이끌던 기술 관료들은 시진핑 3기에 접어들면서 측근들로 채워졌다. 종업원 50인 이상 회사엔 공산당 조직인 '당 총지부'가 들어서면서 기업활동마저 철저히 감시받는 사회로 변모했다. 원자재 부족도 심각하다. 중국은 희토류를 비롯한 원자재가 풍족한 나라로 알려져 있지만 실상은 이와 거리가 있다. 중국 지하수는 90%가 오염수라 공장 용수로도 쓸 수 없는 상태이며 2008년부터는 곡물 순수입국으로 전환했다. 물 부족 국가에 식량 안보마저 심각해진 것이다. 고도성장기를 거치면서 중국이 이미 세계 최대 에너지 수입국이 된 것도 향후 중국의 에너지 안보에 불안 요소가 될 수밖에 없다.

'피크 차이나'를 우려하는 것은 경제적 문제에 국한되지 않는다. 당장 올해나 내년에 중국 경제가 정점을 찍고 시장이 폭락하거나 경기가 급랭할 것이라는 수준이 아니다. 중국 경제의 고도성장기가 끝나고 내리막길에 접어들면서 미·중 패권 경쟁 구도도 달라져야 한다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지난해 공동 저서(Danger Zone)에서 '피크 차이나'라는 용어를 처음 들고나온 할 브랜즈 미 존스홉킨스대 국제대학원(SAIS) 교수는 최근 매일경제와의 통화에서 "중국은 더 이상 세계 경제·지정학적으로 '뜨는 별(a rising star)'이 아니라 '이미 뜬 별(a risen star)'"이라며 "지금까지 우리는 중국이 부상하기 때문에 패권 경쟁을 우려해야 한다는 연구가 많았는데 사실은 그 정반대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새 강대국 중국의 부상으로 기존 강대국 미국과 부딪칠 수밖에 없다는 '투키디데스의 함정' 이론이 인기를 끌었지만 브랜즈 교수는 중국이 하강하고 있기 때문에 미·중 간 군사적 충돌 가능성이 더 커졌다는 주장을 들고나온 것이다.

브랜즈 교수는 "경제적으로 쇠퇴하고 있는 중국이 군사력을 강화하고 있다는 것이 문제"라며 "중국 정부는 국민에게 군사적 영광을 약속했고, 주변국들이 중국을 소외시키려는 행동을 보인다면 더욱 단호하게 행동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경제가 점진적으로 약화되고 있지만 군사력이 성장하는 국가는 전쟁이라는 선택을 하기 쉽다"며 "1970년 소련이 그랬듯이 중국의 강압적인 행동이 문제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예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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