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 금리 하락에… 벌써 무용론 나오는 특례보금자리론
정부가 대출받아 집을 사려는 사람들의 이자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마련한 특례보금자리론(고정금리)이 오는 30일 출시되지만, 일부 은행보다 높은 금리 탓에 벌써부터 시큰둥한 반응들이 나오고 있다. 금융 당국의 금리 인하 압박으로 최근 주요 은행의 고정형 주담대 금리가 특례보금자리론(연 4.65~5.05%)보다 낮은 최저 연 4%대 초반으로 떨어졌기 때문이다.
17일 케이뱅크는 주담대 금리를 0.34%포인트 인하해 최저 4.24%로 낮췄다. 소득이나 집값이 높아 우대금리를 적용받지 못하는 대다수 일반 차주들에게는 특례보금자리론보다 은행 고정형 주택담보대출이 더 유리해진 것이다.
특례보금자리론이 개인별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40%를 적용받지 않아 대출 한도를 늘릴 수 있는 것이 장점이지만, 가장 기본적인 금리 경쟁력은 별로 없다는 분석이다.
◇은행 고정형 주담대가 더 싸졌다
특례보금자리론은 주택 가격 9억원 이하이면 소득 수준과 무관하게 최대 5억원까지 대출해주는 고정금리 상품이다. 주택 가격이 6억원 이하이고 부부 합산 소득이 1억원 아래면 만기에 따라 연 4.65~4.95%, 주택 가격이 6억을 넘거나 부부 합산 소득이 1억원 이상이면 연 4.75~5.05%의 금리가 적용된다. 연 4%대 중반부터 대출이 가능한 것이다.
그런데 최근 은행 고정형 주담대 상품의 최저 금리가 연 4%대 초반으로 떨어졌다. 카카오뱅크의 경우 고정형 주담대 금리가 연 4.202%로 업계 최저 수준이고 하나은행은 최저 4.341%, 국민은행은 최저 4.36%이다. 변동형 주담대 금리가 치솟은 탓에 당장 금리가 더 싼 고정금리로 갈아타려는 대출자라면 특례보금자리론보다 일반 은행 상품을 택하는 것이 더 이득인 것이다.
주담대 변동금리 상품과의 금리 격차도 크지 않다. 카카오뱅크 변동형 주담대 금리는 연 4.774~6.338%로 최저 금리가 특례보금자리론에 비해 0.1%포인트 정도 높은 수준이다.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변동형 주담대 금리도 연 4.69~7.36%로 하단이 특례보금자리론과 불과 0.04%포인트 차이다. 지금 같은 대출 금리 하락세가 앞으로도 계속된다면 변동금리마저 특례보금자리론보다 낮아질 가능성이 크다.
◇최저 3.75% 우대금리는 ‘하늘의 별 따기’
특례보금자리론은 우대금리 0.9%포인트를 모두 받을 경우 금리를 연 3.75%까지 떨어뜨릴 수 있다. 하지만 우대금리 조건을 충족하기가 매우 까다롭다. 온라인으로 신청하면 0.1%포인트 인하되는 것을 제외하고, 나머지 우대금리 요건은 공통적으로 주택 가격이 6억원 이하여야 한다. 평균 아파트 매매 가격이 10억원을 훌쩍 넘는 서울에서는 적용받기 어렵다.
또 만 39세 이하 저소득(연봉 6000만원 이하) 청년이면 0.1%포인트, 연소득이 6000만원 이하이면서 사회적 배려층(한부모·장애인 등)이면 0.4%포인트, 소득이 7000만원 이하인 신혼부부(혼인신고일 7년 이내)이면 0.2%포인트, 미분양 주택이면서 연소득이 8000만원 이하일 때 0.2%포인트씩 금리를 낮춰주는데 이 같은 요건을 한꺼번에 충족하기가 어렵다. 이 때문에 실제 연 3%대를 적용받는 사례는 드물 것으로 보인다.
특례보금자리론을 적용받을 수 있는 집값 상한이 9억원인 것도 서울 지역 실수요자에겐 매력이 떨어진다는 평가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114만9499가구 가운데 9억원 이하 아파트는 39만983가구로 34%에 불과하다. 특히 주거 선호도가 높은 서초구(2%)나 강남구(5%), 송파구(5%) 등 강남 3구는 9억원 이하 아파트 비율이 한 자릿수에 그쳤다. 대기업 맞벌이인 무주택자 안모(40)씨는 “합산 소득이 1억원이 넘어 우대 금리를 적용받을 수 없고, 지금 살고있는 지역에서 9억원 이하를 찾으려면 전용면적 84㎡는 포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금리 자체도 여전히 부담스러운 수준인 데다 집값 추가 하락 우려가 있어 특례보금자리론이 출시되더라도 신규 주택 거래량이 급격히 상승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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