앉아서 돈 버는 농산물 도매시장 법인…평가 미흡시 ‘퇴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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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에서 유통되는 채소·과일의 18%(2020년 물량 기준)가 거치는 국내 최대 농수산물 도매시장인 서울 송파구 가락동 가락시장.
현재 농식품부는 '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 안정에 관한 법률'에 따라 매년 전국 공영 도매시장과 도매시장 법인을 평가하고 있으나, 절대평가 방식인 까닭에 제도 시행 이래 한 번도 퇴출 사업자가 나오지 않는 등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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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식품부, 법인 평가 개편해 미흡시 퇴출
전국에서 유통되는 채소·과일의 18%(2020년 물량 기준)가 거치는 국내 최대 농수산물 도매시장인 서울 송파구 가락동 가락시장. 이곳에 모이는 농산물은 민간 도매법인 5개(농협가락공판장 제외)가 모두 판매를 전담한다. 정부가 이 같은 가락시장 도매법인의 독과점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평가를 강화하고, 평가 결과가 미흡한 법인에 대한 지정 취소를 의무화하기로 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17일 ‘농산물 도매시장 유통 구조 개선 방안’을 통해 도매법인의 공공성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농식품부는 기존 도매법인 평가 체계를 바꾸고, 3년 연속으로 평가 결과가 미흡한 도매법인은 지정 취소를 의무화하기로 했다. 생산자 지원, 산지 농산물 발굴 등 공적 역할이 미흡한 도매법인은 시장에서 퇴출시키고 새로운 사업자를 들이겠다는 것이다.
현재 농식품부는 ‘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 안정에 관한 법률’에 따라 매년 전국 공영 도매시장과 도매시장 법인을 평가하고 있으나, 절대평가 방식인 까닭에 제도 시행 이래 한 번도 퇴출 사업자가 나오지 않는 등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많았다. 정부는 앞으로 공익성 등 주요 기능 중심으로 평가 지표를 개편하고, 상대 평가 방식을 도입하기로 했다. 또 도매법인 재지정 조건으로 공공성 강화 노력을 명시하기로 했다. 평가 결과가 미흡한 법인은 지정을 ‘취소할 수 있다’고 규정한 기존 법 조항은 ‘취소해야 한다’로 바꾼다.
정부가 도매법인 평가를 강화하고 나선 건 독과점 문제 때문이다. 국내에서는 도매시장에서 농산물을 거래하려면 반드시 도매법인을 거쳐야 한다. 특히 가락시장은 대규모 물량 판매가 가능해 전국 산지의 각종 농산물이 알아서 몰리는 구조다. 그러나 시장의 물리적 공간이 협소한 탓에 신규 사업자 진입이나 기존 사업자 퇴출 없이 현재의 도매법인들이 5년 단위(가락시장 기준)로 영업 허가를 갱신하며 사실상 영구적으로 사업을 하고 있다.
가락시장 도매법인들의 경우 경매를 통해 대신 팔아준 농산물 판매액의 4% 남짓을 수수료로 받아 매출을 올리고, 시장을 연 서울시에 거래액의 0.55%인 사용료를, 거래자들에게 거래액의 1%가량의 출하·판매 장려금을 지출하는 구조다.
눈에 띄는 건 코로나19 등으로 인한 매출 둔화에도 이들의 영업이익이 쑥쑥 늘어났다는 점이다. <한겨레>가 집계해 봤더니, 5개 법인의 합산 영업이익은 2017년 225억원에서 2021년 260억원으로 15% 늘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률(매출액 대비 영업이익 비율)은 17.7%에서 22.1%로 올라갔다. 판매 수수료로 1억원을 받으면 2천만원 이상 이익이 남는다는 의미다.
한 농산물 유통업계 관계자는 “도매법인 진입 장벽이 워낙 높다 보니 먼저 시장을 선점한 업체들은 특별히 돈 들어갈 데 없이 앉아서 현금을 따박따박 가져가는 구조”라고 말했다.
이 법인들에 쌓인 돈은 농업과 무관한 고려제강·태평양개발·호반건설 등에 배당되고, 도매 법인 지분을 비싼 값에 사고팔기도 한다. 소수 사업자가 독점적 이익을 누리는 전형적인 ‘지대 추구’라는 비판도 나온다.
정부가 이날 개선책을 꺼내 들었지만 실제 효과는 지켜봐야 할 것이라는 회의론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가락시장 도매법인들의 경우 지금도 우량 사업자로 가장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 만큼 제도 개편 뒤 지정 취소되는 사례가 나올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이번 제도 개편의 기본적인 목적은 사업자 퇴출이 아닌 공공성 강화”라면서도 “대형 시장 도매법인에 유리한 거래 실적 평가 등의 배점을 낮춰 각 시장별 상황에 맞는 평가 체계를 마련할 것”이라고 했다.
박종오 기자 pjo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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