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 '나경원 반격'에…친윤 "羅가 왜곡" 엄호, 비윤 "당무개입" 반발

대통령 비서실장 "羅 해임, 대통령의 정확한 진상 파악에 따른 결정"
김기현 "분열의 씨앗되지 않길"…김용태 "결코 즐거울 수 없는 순간"

나경원 전 국민의힘 의원이 17일 오후 대구 동구 동화사 예방을 마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3.1.17/뉴스1 ⓒ News1 공정식 기자

(서울=뉴스1) 노선웅 기자 =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이 17일 나경원 전 의원의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원장직과 기후환경 대사직 해임에 관한 입장을 내놓자, 여권에서는 "왜곡 해석은 온당치 않다"는 입장과 "(대통령의) 노골적인 당무개입"이라는 엇갈린 반응이 나왔다.

이날 오후 대통령실에선 이례적으로 나 전 의원 주장을 반박하는 입장을 내놨다. 김대기 비서실장은 "대통령께서는 오랜 공직 생활을 통해서 공적 의사결정에서 실체적 진실을 가장 중요하게 여기시는 분"이라며 "나 전 의원 해임은 대통령의 정확한 진상 파악에 따른 결정"이라고 밝혔다.

김 비서실장은 "국익을 위해 분초를 아껴가며 경제외교 활동을 하고 계시는 대통령께서 나 전 의원의 그간 처신을 어떻게 생각하실지는 본인이 잘 알 것"이라고 자신의 해임이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측 핵심 관계자) 탓으로 돌린 나 전 의원의 발언을 정면 반박했다.

이는 앞서 이날 오전 나 전 의원이 "대통령께서 그런 결정을 내리시기까지 저의 부족도 있었겠지만 전달 과정의 왜곡도 있었다고 본다. 저는 그러기에 해임이 대통령의 본의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나 전 의원은 대통령실 일부 참모들의 왜곡된 보고가 해임에 영향을 미쳤다고 지적하며, 자신의 불출마를 압박하고 있는 '윤핵관' 그룹과 대통령실 일부 참모들을 겨냥한 발언도 이어갔다.

이에 당권 주자인 김기현 의원은 나 전 의원을 향해 "대통령께서 먼 나라까지 가셔서 세일즈 외교를 펼치시는데, 국내에서 대통령의 해임 결정을 자신의 정치적 이익을 위해서 왜곡·해석한다면 온당한 태도가 아니라고 본다"고 비판했다.

김 의원은 "대통령을 진정으로 돕겠다는 마음이 있다면 외교 순방 중에는 자제하는 것이 옳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며 "당의 자산에서 분열의 씨앗으로 변하지 않기를 진심으로 바란다"고 쓴소리를 했다.

친윤(친윤석열)계로 분류되는 박수영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대통령실 입장 관련 기사를 공유하며 "오늘 아침 대통령을 저격한 나 전 의원에 대해 김 비서실장이 입장을 밝혔다"며 "대통령이 잘못된 보고를 받아 본의와는 다른 해임 결정을 하신 것이 아니고, 내용을 충분히 알고 내리신 결정이라는 게 골자"라고 적었다.

당내 초선 의원들도 단체 성명서를 내고 나 전 의원을 공개 비판했다. 박 의원을 비롯한 초선 의원 48명은 성명서에서 "나 전 의원의 해임이 대통령의 본의가 아니라, 참모들의 왜곡된 보고 때문이라는 취지의 주장에 우리 초선들은 경악을 금할 수 없다"며 "나 전 의원에게 대통령에 대한 공식 사과를 촉구한다"고 적었다. 당내 전체 초선 의원 수는 63명이다.

홍준표 대구시장도 페이스북에 "대학시절 사적 관계를 아직도 착각해 국가의 공무와 연결 시키면서 칭얼대는 모습은 아무리 봐도 딱하기 그지없다"며 "이미지 정치는 박근혜 전 대통령 한 사람으로 끝났는데 대통령실 참모들까지 비난하며 김소월의 진달래꽃처럼 역겨워 손절한 사람에게 매달리는 것은 대통령 측과 결별만 더 빨리 오게 만들 뿐"이라고 꼬집었다.

반면 비윤(비윤석열)계 김용태 전 최고위원은 페이스북에 "막스 베버는 '그럼에도 불구하고'를 외칠 수 있는 사람만이 정치에 대한 소명을 가진다고 했다"며 "자유민주주의와 공화주의에 대해 다시 성찰해 본다. 결코 즐거울 수 없는 순간"이라고 썼다.

상근부대변인을 지낸 신인규 국민의힘바로세우기(국바세) 대표도 페이스북 글에서 "노골적 당무개입"이라고 반발했다.

신 대표는 "김 비서실장의 발언은 여당의 전당대회를 앞두고 대통령의 노골적인 당무개입으로 보기 충분하다"며 "과거 노무현 전 대통령은 열린우리당에 대한 단순한 지지 의사 발언으로 탄핵소추를 당한 사례가 있고, 박근혜 전 대통령은 당무개입으로 징역 2년을 선고받았다. 당시 검사가 윤 대통령인 점도 잘 아실 것"이라고 꼬집었다.

bueno@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