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일벗은 혁신형 소형모듈원자로..."사고 가능성 100만분의 1"
"혁신형 소형모듈원자로(i-SMR)의 방사성 물질 대량 누출 가능성은 100만분의 1로 설계돼 있습니다. 실질적으로 대량 누출 가능성을 배제할 수 있는 수준입니다."
17일 서울 중구에서 원자력안전위원회가 개최한 'SMR 안전규제 방향 마련을 위한 전문가 세미나'에서 김한곤 i-SMR 기술개발 사업단장은 현재까지 진행된 i-SMR 설계 현황을 처음으로 공개했다. i-SMR은 기존 대형 원전에 비해 발전용량이 5분의 1가량인 소형 원전으로 모든 장비가 원자로 모듈 안에 들어가 있어 상대적으로 안전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 단장은 정부가 개발 의지를 보이고 있는 i-SMR은 기존 원전보다 안전성을 높였다고 설명했다. 그는 "i-SMR은 일체형으로 설계돼 있어 대형냉각재 상실로 인한 사고를 배제할 수 있다"며 "소형원자로이기 때문에 원자로 연료봉 단위길이당 출력이 낮아 버틸 수 있는 온도 상승 한계치를 15% 이상 확보했다"고 밝혔다.
대신 하나의 건물에 여러 개의 원자로 모듈을 설치하는 식으로 발전용량을 조절할 수 있다. 김 사업단장은 "하나의 건물에 4개의 원자로 모듈을 설치하는 식으로 설계했다"고 말했다.
전기 없이도 작동하도록 설계돼 있는 것도 기존 원전과 다른 점이다. i-SMR은 비상노심·격납용기 냉각계통, 보조급수 계통 등이 피동형으로 구성될 예정이다. 원전 안전의 핵심인 냉각수와 관련된 장치들이 전력공급 없이도 작동한다는 의미다. 2011년 후쿠시마 원전사고의 경우 전력공급이 차단되면서 냉각수 공급에 문제가 생겨 발생했다.
김 사업단장은 "사고와 동시에 만약 모든 피동 안전계통 기능이 상실될 경우에도 중대사고가 되지 않도록 노심 내 냉각수를 주입하는 '충수 및 정화계통(MMPS)'과 격납용기 내부 충수를 수행하는 '정지냉각계통(SCS)'을 구비했다"고 밝혔다.
붕산 없이 제어봉만으로 노심을 제어하는 무붕산 노심 기술도 적용된다. 액체폐기물의 발생량을 줄일 수 있고 붕산 농도를 조절하는 냉각재 화학 및 체적제어 계통(CVCS) 설비를 설치할 필요가 없어 원전 설계가 단순화된다. 정상운전 시 운전원이 실수할 가능성도 줄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물리적으로는 5개로 이뤄진 다중방벽을 통해 방사성 물질의 외부 유출을 차단한다. 김 단장은 "i-SMR은 철제형 격납용기를 원전 건물 내에 설치해 항공기 충돌 등의 위험성을 차단할 계획"이라며 "방벽 측면에서도 기존 원전보다 강화된 설계"라고 설명했다.
김 사업단장은 "5단계로 이뤄진 심층방어를 통해 사고에 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심층방어는 정상상태 유지, 비정상상태 제어, 사고 예방, 사고 완화, 소외 비상대응 등 5개의 단계에 걸쳐 사고 시 발생할 수 있는 방사성 물질의 누출을 막는 체계다.
이날 세미나에서 원자력안전위원회는 향후 i-SMR 규제방안에 대한 방향과 계획을 제시했다. 손화종 원안위 안전기준과장은 "올해 1분기까지 규제 방향을 마련해 개발자들에게 선제적으로 제시할 예정"이라며 "i-SMR 규제준비단을 구성해 인허가 사전설계검토 및 규제 체계 마련 과정에서 소통과 논의를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진 토론회에서는 i-SMR 규제 방안 마련에 대한 전문가들의 지적이 이어졌다. 정용훈 KAIST 원자력 및 양자공학과 교수는 "원안위 전문위원회를 적극 활용해 규제 방안을 마련하는 초기 단계에서 유연성과 강건성을 확보해야 한다"며 "인력과 재원이 충분한지도 효율적인 운영을 위해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태호 한국원자력연구원 혁신원자력시스템연구소장은 "i-SMR은 안전성뿐 아니라 경제성이 중요한 부분"이라며 "공장에서 만들어 현장에서 조립하려면 공장에서 바로 인허가가 가능하도록 규제적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수소 생산, 담수화 등 원전의 다목적 활용을 위해서도 규제의 기본적인 틀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영애 기자 ya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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