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경제단체 각자도생 … 보호무역전쟁 맞설 '팀코리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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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가 다음달 구조개편 방안을 내놓을 예정인 가운데 재계가 자신들의 이익을 대변할 경제단체의 역할 변화를 주문했다. 급변하는 경제환경에서 국내외 문제에 기민하게 대처할 수 있는 경제단체가 필요하다는 시각이다.
17일 재계에 따르면 대한상공회의소(대한상의)는 회원사 19만여 곳을 둔 최대 법정단체로 국제 통상 협력과 기업 규제 개선, 사업 네트워킹 등을 주요 업무로 삼고 있다. 회원사가 4253곳인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기업 경쟁력 강화를 제1목표로 삼으며 주된 활동을 노사 관계 선진화에 둔다.
경총과 대한상의는 모두 대기업과 중소기업을 아우르는 단체다. 대기업과 중소·중견기업 간 서로 다른 요구를 외면할 수 없는 처지다.
또 정작 중요한 대외 통상 문제에선 회원사 7만여 곳인 한국무역협회(무협)보다 대기업 회원사 450곳인 전경련이 거의 유일하게 해외 대기업들과 네트워킹을 갖추고 있다. 4개 경제단체가 제각각 목소리를 낼 수밖에 없는 구조인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당장 우리 기업이 넘어야 할 대외 파고는 첩첩산중이다.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당시처럼 올해는 유럽의 핵심원자재법 제정도 눈앞에 두고 있다. 이것은 유럽 내 주요 원자재 보호를 강화하는 움직임이다. 세계 보호무역 추세가 갈수록 짙어지는 만큼 이 같은 큰 사안과 관련해 경제단체 4곳이 공동 실태조사를 하고 성명도 발표하는 등 한 몸처럼 움직일 필요성이 제기된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각 경제단체가 서로 특화된 분야에서 의견을 내다가 공통의 목소리가 필요하면 그때는 임시로 뭉쳐야 한다"며 이른바 경제단체 '원보이스' 체제를 주문했다. 지금처럼 경제단체 공동으로 정책 제안 하나 없는 현실을 꼬집은 지적이다.
일본 게이단렌과 이스라엘 기업연합은 IRA에 가장 성공적인 역할을 한 경제단체로 평가받는다. 이들은 정부와 기업 사이에서 매개 역할을 확실히 하며 '2인3각' 협조체계를 끈끈히 유지해오고 있다. 전경련 관계자는 "당시 전경련은 IRA에 대응하려 해도 솔직히 정부와의 마찰 등으로 힘을 내기 어려웠다"며 "일본이나 이스라엘은 대기업 중심 연합체가 미국 의회를 상대로 강력한 로비 활동을 벌이며 자국산 차량이나 자재, 에너지에 대해 미국 내 불이익이 없도록 미리 손썼다"고 설명했다.
재계에선 과거 김영삼(YS) 정부 시절 '국가 경쟁력 강화'를 위해 민간 경제단체와 정부가 '원팀'을 구성해 뛰었던 사례가 이상적이었다고 회고한다. 1990년대 중반 21~23대 전경련 회장을 역임한 고 최종현 전 SK그룹 회장은 '국가 경쟁력 강화 민간위원회'를 대한상의·경총·무협·중소기업중앙회(중기중앙회)와 함께 5단체 공동으로 만든 바 있다.
당시 최 회장이 모임을 주재하고 고 김상하 대한상의 회장(삼양그룹 명예회장), 고 이동찬 경총 회장(코오롱그룹 회장), 고 박용학 무협 회장(대농그룹 회장), 박상규 중기중앙회장이 각종 국가 사안에 머리를 맞댔다.
경제단체 관계자는 "당시에는 각 단체 회장이 서로 다른 단체 행사에 참석해 축사를 하기도 하고 중요한 국가 경제 문제엔 허물없이 모여 공통된 기업 목소리를 냈다"며 "민간 경제단체 모임에 정부 관계자도 꼭 참석해 기업 관련 정책을 세우는 데 많이 참고했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선 '원보이스'의 대안으로 현존하는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을 꼽기도 한다. 재계 관계자는 "경제 싱크탱크 조직으로 기업 목소리를 통합할 수 있는 곳은 한경연"이라며 "한경연은 국내뿐 아니라 해외 경제정책 동향을 분석하고 대응책을 내놓는 역할을 충분히 할 수 있기 때문에 이곳에 인력을 보강하는 일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경제단체가 자주 모이기가 현실적으로 어렵다면 기업 환경을 분석하고 정보를 내놓을 수 있는 한경연이 바로 그 역할을 할 수 있는 조직이지만 그간 인력 등이 지나치게 축소돼왔다"고 지적했다.
[서진우 기자 / 문광민 기자 / 성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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