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월부] "코로나 끝나도 문제없다"… 제약·바이오株 M&A로 '날갯짓'
작년 한해만 시총 16% 상승
18억弗 투자로 고혈압약 연구
일라이릴리는 12억弗 투입
면역질환 신약개발 추진
◆ 서학개미 투자 길잡이 ◆
작년 하락장에서 나 홀로 상승하며 서학개미의 사랑을 받았던 머크, 일라이릴리를 비롯한 제약바이오주가 올해도 상승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17일(한국시간) 뉴욕증시에 따르면 존슨앤드존슨, 일라이릴리, 머크, 애브비, 화이자 등 글로벌 빅파마(거대 제약회사) 주가가 새해 들어서는 주춤하고 있다. 1월 3~13일(현지시간) 기준 각각 존슨앤드존슨(-2.7%) 일라이릴리(-0.9%) 애브비(-5.4%) 화이자(-6.7%)가 소폭 하락했다. 같은 기간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가 4.6% 오른 것과 비교된다.
바이오업계 최대 콘퍼런스인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가 지난 12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막을 내린 가운데 바이오주 흐름에 변화가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에서 올해의 화두로 활발한 인수·합병(M&A) 예고와 차세대 항암 플랫폼인 항체약물접합체(ADC), 코로나19 백신인 메신저리보핵산(mRNA)이 선정됐다.
이번 콘퍼런스에서 최대 규모의 거래는 영국에 본사를 둔 빅파마 아스트라제네카가 단행했다. SK바이오사이언스가 아스트라제네카의 코로나19 백신에 대한 위탁생산을 맡은 바 있어 국내 투자자에게도 친숙한 기업이다. 아스트라제네카는 미국 바이오기업 신코파마를 총 18억달러(약 2조2000억원)에 인수해 심장·신장질환 신약 파이프라인을 확보했다. 또 아스트라제네카는 고혈압치료제인 '박스드로스타트'를 파이프라인에 추가하게 됐다.
빅파마의 M&A는 피인수·기술이전 기업의 주가에는 크나큰 호재다. 피인수 소식이 전해지면 해당 기업의 주가가 하루 만에 2배 이상 오르는 경향이 있다. 신코파마 주가도 지난 6일 11.8달러였으나 뉴스가 나오자 9일 28.7달러로 2.4배 올랐다.
빅파마 가운데 세계 8위(시가총액 기준) 수준인 아스트라제네카는 최근 주가 흐름이 좋은 편이다. 나스닥에 상장된 아스트라제네카의 시가총액은 2021년 38.5%, 2022년 15.9% 증가했다. 새해 들어서는 5.6% 늘어난 2222억달러(약 275조원) 수준이다. 하지만 인수 소식에도 아스트라제네카 주가에는 큰 변동이 없었다.
미국 대표 제약사 일라이릴리는 티렉스바이오(비상장)와 함께 면역 관련 질환 신약 개발을 위해 11억5000만달러(악 1조4000억원) 규모의 공동 개발 및 기술이전(라이선싱 인) 계약을 체결했다. 일라이릴리는 티렉스바이오의 세포치료 신약 물질 3개에 대한 독점 권리를 확보했다.
미국 경제방송 CNBC '매드머니'의 진행자 짐 크레이머는 지난달 말 일라이릴리에 대해 낙관적인 입장을 밝혔다. 그는 새로운 당뇨병치료제이자 비만치료제 '마운자로'가 '돈을 찍어내는 면허증'과 같다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투자정보매체 팁랭크스에 따르면 애널리스트들이 내놓은 일라이릴리의 평균 목표주가는 최근 3개월 기준 399.6달러로 현재 주가(361.6달러)보다 1.1배 소폭 높은 수준이다.
이 밖에 미국 제약사 애브비도 미국 기업 애니마바이오테크(비상장)와 mRNA 조절 저분자 합성신약을 개발하기 위한 공동 개발 계약을 체결했다.
업계는 이번 콘퍼런스에서 이른바 '빅딜'은 이뤄지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코로나19 유행 이전 때보다 크게 줄어든 양상이다. 2019년 콘퍼런스에서는 글로벌 제약회사인 BMS가 바이오기업인 셀진을 740억달러(당시 약 83조원)에 인수한 사례가 나오기도 했지만 올해는 개별 1조~2조원대 수준이다. 최근 침체된 글로벌 경기 모습을 고스란히 보여줬다는 해석이다.
다만 앞으로 활발한 M&A가 기대된다는 전망이 나왔다. 2026년 전후 주요 제품의 특허 만료가 다가오는 데다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시행으로 2026년부터 약값이 인하돼 신규 파이프라인 도입이 절실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머크는 전 세계 항암제 매출 1위인 키트루다를 판매하고 있는데 키트루다는 2028년 특허 만료가 예상된다. 이에 머크는 2021년 액셀러론을 115억달러(약 14조원)에 인수하기도 했다. 정유경 신영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제약사들이 충분한 유보현금에도 배당 확대보다는 M&A 등 미래 성장에 중점을 두는 자본 재배치 전략에 집중하겠다는 메시지가 예년보다 강하게 전달됐다"고 말했다.
ADC 기반 항암치료제가 차세대 성장동력의 한 축으로 꼽혔다. ADC는 암 항원에 반응하는 항체와 암을 죽일 수 있는 항암제를 링커로 연결해 암세포를 찾아가 소위 독약 폭탄을 터뜨리는 차세대 항암 기술이다. 거의 모든 빅파마가 빠짐없이 ADC를 언급했다. 머크와 길리어드, 애브비, 아스트라제네카, 노바티스 등이 대표적이다. 바이오 위탁개발생산(CDMO) 업체인 삼성바이오로직스도 사업 포트폴리오 확대로 선택한 분야가 ADC라고 밝혔다.
제약사들은 지난해 하락장에서 탄탄한 실적을 발표했고 시가총액이 껑충 늘었다. 머크의 시가총액은 작년에만 45.3%로 가장 많이 늘었고 일라이릴리(31.6%) 애브비(19.4%) 존슨앤드존슨(2.6%)도 증가했다. 반면 작년에 코로나 엔데믹(풍토병화) 영향으로 화이자는 13.2% 하락한 바 있다.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는 지난 9~12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3년 만에 대면으로 개최됐다. 제약바이오산업에서 가장 중요한 행사다.
[박윤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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