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태, 송환직후 수원지검 압송…이재명 수사 '급물살'

박나은 기자(nasilver@mk.co.kr), 지홍구 기자(gigu@mk.co.kr)이호준(lee.hojoon@mk.co.kr) 2023. 1. 17.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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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표 변호사비 대납' 의혹 등으로 8개월간의 해외 도피 생활을 해온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이 17일 오전 인천공항에 도착해 입국심사대를 지나며 안경을 고쳐 쓰고 있다. <박형기 기자>

검찰 수사를 피해 해외로 도피했다 지난 10일 태국에서 검거된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이 도주 8개월 만인 17일 국내로 송환되면서 검찰의 '쌍방울그룹 비리 의혹' 수사가 본격화했다. 검찰은 체포영장 시효가 종료되는 19일 오전 2시 이전까지 조사 수위를 높여 김 전 회장 등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한다는 방침이다. 법조계에서는 김 전 회장 등이 검찰 조사 과정에서 해외로 도주한 전력 등을 근거로 구속영장 발부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수원지검 형사6부(부장검사 김영남)는 이날 오전 8시 24분쯤 인천공항에 도착한 김 전 회장과 그의 사촌 형인 양선길 쌍방울그룹 회장을 수원지검으로 이송해 조사에 착수했다.

김 전 회장은 횡령·배임, 자본시장법 위반, 뇌물공여, 외국환거래법 위반 등 쌍방울그룹을 둘러싼 각종 비리를 주도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김 전 회장에게 쌍방울 기업 자금 비리, 대북송금 의혹,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에 대한 뇌물 제공,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변호사비 대납 의혹을 집중 추궁하고 있다.

이 대표 변호사비 대납 의혹은 2018년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을 맡은 변호인 수임료를 쌍방울 측이 전환사채 20억원, 현금 3억원 등으로 대신 지불했다는 것으로, 깨어있는시민연대당 등 시민단체가 의혹을 제기한 뒤 고발했다.

김 전 회장은 이 대표의 변호사비 대납 의혹에 대해 부인했다. 17일 오전 12시 30분(현지시간)쯤 태국 방콕 수완나품 공항의 인천행 비행기 출국 게이트에서 매일경제 기자 등 취재진과 만난 김 전 회장은 "이 대표의 전화번호도 알지 못한다"며 "전혀 (이 대표를) 알지 못한다"고 밝혔다. 또 배임과 횡령 혐의를 인정한 적이 없고, 전환사채 발행 과정에서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것, 불법으로 대북송금을 했다는 것,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와 관련됐다는 것, 망명을 타진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모두 부인했다.

인천공항에 도착한 뒤에도 "(이 대표를) 모른다. 변호사비가 이 대표에게 흘러간 게 없다"고 부인하기도 했다.

그러나 김 전 회장과 이재명 대표가 가까운 관계였다는 쌍방울 전직 임원의 진술이 법정에서 나와 진실 게임 양상으로 번지고 있다. 쌍방울 전 비서실장 A씨는 이날 수원지법에서 열린 이화영 전 경기부지사의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이같이 말했다. A씨는 검찰이 진술조서를 제시하며 "'김성태 회장, 방용철 부회장, 이재명 경기지사, 이화영 경기부지사가 가까운 관계였던 것이 맞느냐'는 (검찰) 질문에 '네'라고 답변했는데 맞느냐"고 묻자 "그렇다"고 답했다.

한편 김 전 회장은 첩보 영화를 방불케 하는 철통 보안 속 귀국길에 올랐다. 이송단은 태국 현지에서 미끼 차량을 투입해 취재진의 시선을 따돌리기도 했다. 지난 16일 오후 9시쯤 김 전 회장이 탔을 것으로 추정되는 호송차가 경찰차 두 대의 호위를 받으며 이민국 보호소를 출발했다. 이 차량은 태국 수완나품 공항 주변을 맴돌았고, 그사이 이송단은 김 전 회장이 탑승하지 않은 차로 취재진을 따돌렸다. 이송단은 공항에서 대기하고 있던 취재진과 김 전 회장이 갇혀 있던 이민국 외국인 보호소에서부터 따라온 취재진을 피하기 위해 김 전 회장이 없는 수송 차량으로 시선을 분산시켰다. 취재진이 미끼 차량에 몰린 사이 김 전 회장은 공항으로 들어와 수속을 마친 뒤 유유히 사라졌다. 김 전 회장은 방콕 공항에서도 별도 구역에서 출국 수속을 밟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회장 송환으로 정치권도 들썩였다. 국민의힘 당권주자인 김기현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이 귀국하니 민주당이 부산하다"면서 "그렇지만 부질없다. 권력과 조폭이 어울린 광란의 시간이 드러날 것"이라고 했다. 김석기 국민의힘 사무총장도 "쌍방울그룹 사외이사의 면면을 보면 기가 막힌다.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를 비롯해 이재명 대선캠프 법률지원단장, 나승철 전 이재명 변호인, 김인숙 전 경기도 고문변호사, 조계원 전 경기도지사 정책수석 등 이 대표 주변 인물 다수가 쌍방울 계열사의 사외이사를 지냈다"면서 "이것만 봐도 이 대표와 쌍방울 간 유착 의혹은 의심이 아니라 확신이 들 정도"라고 주장했다.

야당인 민주당은 '정치검찰'이라며 반격했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나경원 해임 파동 등 윤 대통령의 노골적 당권 장악 시도에 여론이 나빠지고 지지율이 하락하자 부랴부랴 물타기용 정치 수사 쇼에 나선 것"이라면서 "내 편은 무조건 덮고 가리면서 상대편은 없는 혐의까지 만들어내 옭아매는 윤석열 검찰의 수사는 가히 조작 수사"라고 비판했다.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온라인 플랫폼 규제 토론회'에 참석한 이 대표는 "김 전 회장의 귀국길 뉴스를 보셨느냐" "김 전 회장의 귀국을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일절 답변하지 않았다.

[방콕/박나은/지홍구/이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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