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동정담] 비운의 쌍방울
조폭과 내의. 서로 관련이 없을 것 같은 두 단어가 한 인간으로 수렴되며 법조계와 정·관계를 강타하고 있다. 8개월간 해외 도피 끝에 17일 국내로 송환된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의 이야기다. 그는 조폭 출신으로 기업 회장까지 오른 인물로 알려졌다. 불법 대부업으로 많은 돈을 모은 그는 2010년 자금난에 허덕이는 쌍방울을 인수했다. 그 후 또 다른 속옷 브랜드인 '비비안'을 사들이는 등 덩치를 키우며 조폭에서 기업인으로 변신하는 데 성공하는 듯했다. 하지만 배임과 횡령, 불법 대북 송금 의혹, 변호사비 대납 의혹 등 여러 사건에 연루돼 다시 범죄자로 전락할 처지에 몰렸다. 그의 몰락으로 쌍방울의 앞날도 불투명해졌다.
'쌍방울' 브랜드가 등장한 것은 1960년대 중반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쌍방울의 전신은 이봉녕과 이창녕 형제가 1954년 설립한 형제상회다. 이들은 회사가 번창하자 사명을 쌍녕섬유공업사로 바꾸면서 처음으로 '쌍방울표' 브랜드를 썼다. 형제 이름에 '방울 령(鈴)' 자가 들어간 것에 착안해 만든 것으로 보인다. 쌍녕섬유는 1973년 주식회사로 전환했고 1977년 회사 이름도 쌍방울로 변경했다. 1980년대 들어 '쌍방울 레이더스' 야구단을 창단하는 등 절정기를 맞았다. 하지만 무주리조트 인수 등 본업과 관련이 없는 사업에 무리하게 투자하며 내리막길을 걷게 된다. 외환위기 때 직격탄을 맞아 1997년 법정관리에 들어간 뒤 대주주가 수차례 바뀌고 경영권 분쟁으로 파산하는 등 우여곡절을 겪었다.
김 전 회장은 쌍방울을 인수한 뒤 특장차 업체인 광림 등 다른 계열사들과 묶어 쌍방울그룹을 만들었다. 쌍방울의 '트라이'는 국내 대표적인 내의 브랜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쌍방울이 사라지지 않은 것은 기적 같은 일이다. 하지만 대주주를 잘못 만난 죄로 또 불행의 역사가 시작되려고 한다. 60년의 영욕의 세월을 견뎌온 쌍방울이 이번 위기를 잘 넘길 수 있을까. 한국 토종 내의 기업 쌍방울의 미래를 다시 생각해본다.
[장박원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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