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학생싸움 말린 교사가 아동학대로 수사 받는 기막힌 현실
광주의 한 초등학교 교사가 학생들의 싸움을 말리다가 책걸상을 넘어뜨리고, 학생의 반성문을 찢었다는 이유로 검찰 수사를 받게 됐다. 혐의는 아동학대다. 학생을 훈육하려던 교사가 처벌을 받을 위기에 놓인 것은 기가 막힌 일이다. 이 소식에 전국 교사 1800여 명이 탄원서를 내고 선처를 호소하고 있다고 한다.
반성문을 쓴 학생의 학부모는 교사를 경찰에 신고했고, 광주경찰청은 지난달 아동을 학대한 혐의로 이 사건을 검찰에 송치했다. 이 교사가 책걸상을 밀어뜨리고, 싸운 내용을 적지 않았다며 반성문을 찢은 것은 훈계로 적절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하지만 소란한 교실 분위기 정리를 위한 조치였고, 바로 "놀라게 해서 미안하다"고 사과했다는 점에서 아동학대라고 보는 것은 과도하다. 아동복지법상 아동을 신체·정서적으로 학대하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진다. 아동학대로 신고당할지도 모를 상황에서 어떤 교사가 학생들의 일탈 행동을 지적하고 훈육하겠는가. 교사들의 사기 저하, 무력감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탄원서를 낸 한 교사는 "교사가 훈육할 생각이 없다면, 반성하지 않는 반성문을 받고 그냥 넘어갔을 것"이라며 "자기 행동을 돌아보지 않는 학생을 어떻게 지도해야 합니까"라고 반문했다.
교실 붕괴와 교권 추락은 점입가경이다. 한국교육개발원의 2022년 조사에 따르면 '교권 침해가 심각하다'는 응답은 54.7%로 전년도 44.5%보다 증가했다. 문제는 학생들의 수업 방해, 욕설 등 문제 행동을 통제할 교사의 권한이 없다는 것이다. 교육부는 교권 침해 행위로 전학·퇴학 등의 처분을 받은 경우에 한해 학교생활기록부에 기재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이 정도로 교권 추락에 제동이 걸릴지 의문이다. 영국은 교사가 수업에 지장을 주는 학생을 교실 밖으로 추방할 수 있도록 하고, 미국은 교사의 생활지도에 대한 면책특권을 부여하고 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교실 질서유지권'을 교원에게 부여하는 법·제도적 장치 마련을 촉구했다. 교사들의 정당한 생활지도를 보장해 무너진 교권을 다시 세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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