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공무원 7500명이 거리로 나선 까닭은?

양창희 2023. 1. 17.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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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광역시가 곳곳에 배포한 물 절약 홍보 포스터.


삼삼오오 무리를 지은 사람들이 '먹자골목'을 돌아다닙니다. 어깨에는 띠를 둘렀습니다. 전단지와 홍보 물품도 준비했습니다. 붙임성 있게 상인들에게 말을 건네기도 합니다.

물건을 판매하는 영업 사원일까요? 아닙니다. 최악의 가뭄이 이어지는 광주에서, 물을 아끼자는 홍보에 나선 공무원들의 모습입니다.

■ '최악 가뭄'…광주도 제한급수 위기

광주와 전남 지역에서는 지난해부터 극심한 가뭄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1월 17일 기준 광주의 식수원인 화순 동복댐의 저수율은 25.86%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같은 날과 비교했을 때 절반에도 못 미칩니다. 전남 섬 지역은 이미 제한급수에 들어간 곳이 있습니다. 인구 140만 명이 넘는 광주에서도 1992년 이후 30여 년 만에 제한급수 얘기가 나옵니다.

물 절약 홍보를 위해 거리로 나선 광주 공무원들.


광주광역시가 최우선 순위로 놓은 대책은 물 사용량을 줄이는 겁니다. 아파트 엘리베이터에는 물을 아끼자는 포스터가 붙었습니다. 세면대와 싱크대 수도의 수압을 줄이자는 캠페인도 벌어졌습니다. 수압 밸브를 조정했는지를 집집마다 확인하기도 했습니다. 물을 아낀 양에 비례해 수도 요금도 더 많이 깎아줬습니다.

■ 광주 공무원 7500명, 상가 돌며 "수압 줄여 주세요"

광주 공무원 7500명이 날을 정해 상가 곳곳을 방문한 것도 비슷한 이유에섭니다. 아파트와 마찬가지로 수압 밸브를 줄여달라고 호소한 겁니다. 대대적으로 수압 조절 운동을 벌인 아파트에서는 지난해 11월 기준 물 사용량이 5% 가량 줄었는데, 상가 등 일반 수도 사용량은 오히려 2.6% 늘었기 때문입니다.


시청과 구청 공무원들은 필수 인력을 제외하고 오후 한나절 동안 거리로 나섰습니다. 광주 상가 건물에 설치된 수전, 즉 계량기 3만 7천여 곳을 다 도는 게 목표입니다. 계량기는 건물마다 하나씩 있는 경우도 있으니, 방문하는 업소 수는 그보다 훨씬 많습니다.

공무원들은 필수 인력을 제외하고 한나절 동안 상가를 돌았습니다. 빠진 곳이 없게 구역도 나눴습니다. 물을 아끼자는 내용의 스티커를 나눠 주고, 수도 밸브를 조여달라고 부탁했습니다.

강기정 광주광역시장은 "시민들의 노력으로 물 절감이 효과를 보고 있지만, 아직 제한급수 위기가 여전하다"라며 "특히 상가에 수압 조절을 요청하기 위해 나왔다"라고 말했습니다.

■ "물탱크 청소 유예" 기상천외 대책까지 등장

물을 아끼자는 일념에 기상천외한 대책도 나왔습니다. 아파트나 대형 건물에는 '저수조'라고 불리는 물탱크가 있습니다. 광주에만 2400여 개입니다. 수도법에 따라 이런 물탱크는 6개월마다 한번씩 청소해야 합니다. 그런데 물탱크 청소를 할 때는 남은 물을 못 쓰고 버리게 됩니다. 보통 10% 가량은 버리는 것으로 파악됩니다.

광주의 한 아파트 물탱크.


이 물까지 아껴 보자는 취지로, 물탱크 청소를 두 달까지 미뤄 주는 정책이 시행됐습니다. 단, 수질 검사를 통과한 경우에 한합니다. 이러면 당초 청소 기한이었던 6월이 8월까지로 유예됩니다. 그 사이 장마가 오면 가뭄이 조금이라도 해갈될 거라는 기대입니다. 광주광역시 상수도사업본부는 대략 계산했을 때 물탱크 청소를 유예해 10만 톤 가량을 아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광주의 하루 물 사용량이 4~50만 톤 정도니 아주 많은 양은 아닙니다. 그러나 조금이라도 제한급수를 늦추려면 가능한 방법을 모두 동원해야 한다는 게 관계 공무원들의 생각입니다.

여기에 집집마다 절수기를 나눠 주는 방안, 영산강 물을 끌어다 동복댐에 대는 방안 등도 추진·실행되고 있습니다. 최악의 사태에 대비해, 원래는 사용하지 않는 동복댐 밑바닥의 '사수', 즉 '죽은 물'까지 정화해 쓸 계획도 세우고 있습니다.

광주의 상수원인 화순 동복댐.


공모전을 방불케 하듯 광주에서는 가뭄에 대응하기 위한 다양한 제안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광주 시민들은 이런 대책이 실효성을 거두기를 간절히 희망합니다. 바라는 점은 한 가지 더 있습니다. 댐이 바닥을 보이는 최악의 상황에 이르기 전에 미리 가뭄 대책을 세워 달라는 것입니다. 낡은 상수도관을 정비해 대도시 가운데 가장 낮은 수준인 유수율(물 공급량 대비 사용량의 비율)을 높이고, 새로운 수원지를 발굴해 달라는 것입니다. 눈에 잘 띄지 않는 이런 대책들을 세울 때도 반짝이는 아이디어가 나오길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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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창희 기자 (share@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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