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기의 이례적 입장문 왜…"나경원, 참모 아닌 尹 대통령 저격"

[the300]김대기 비서실장 "나경원 해임, 대통령의 정확한 진상 파악에 따른 결정"…나경원 정면 반박

아랍에미리트(UAE)를 국빈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16일(현지시간) 바라카 원자력 발전소 현장에서 열린 3호기 가동식을 마친 후 모하메드 빈 자이드 알 나하얀 UAE 대통령과 인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김대기 대통령비서실장이 17일 나경원 전 의원의 해임에 대해 이례적으로 본인 명의 입장문을 통해 "대통령의 정확한 진상 파악에 따른 결정"이라고 나 전 의원을 직격한 데에는 대통령실의 강한 불쾌감이 반영됐다는 전언이다.

자신의 해임이 윤석열 대통령의 본의가 아니며, 참모들이 보고를 왜곡한 결과라는 나 전 의원의 주장은 결국 윤 대통령을 직접 겨냥한 것이란 게 참모들의 판단이다.

김 실장은 이날 오후 본인 명의 입장문을 언론에 공지하며 "대통령께서는 누구보다 여러 국정 현안에 대해 정확하게 파악하고 계시다"며 "국익을 위해 분초를 아껴가며 경제외교 활동을 하고 계시는 대통령께서 나 전 의원의 그간 처신을 어떻게 생각하실지는 본인이 잘 알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는 이날 오전 나 전 의원의 페이스북 글을 정면 반박한 것이다. 나 전 의원은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직과 기후환경대사직에서 해임된 데 대해 "(윤 대통령이) 그와 같은 결정을 내리시기까지 저의 부족도 있었겠지만 전달과정의 왜곡도 있었다고 본다"며 "저는 그러기에 해임이 대통령의 본의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아랍에미리트(UAE)를 국빈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17일(현지시간) 두바이 미래박물관에서 열린 미래비전 두바이 포럼에서 과학기술의 미래비전에 대한 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그러면서 "일부 참모들의 왜곡된 보고를 시정하는 당대표가 필요하다"며 "대통령을 에워싸 눈과 귀를 가리는 여당 지도부는 결국 대통령과 대통령 지지 세력을 서로 멀어지게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나 전 의원은 전달 과정의 왜곡 가능성을 들어 '윤심'의 여지를 남기려 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참모들은 나 전 의원의 주장이 결국 참모를 비판하는 듯하면서 윤 대통령을 저격한 것이라며 분노하는 분위기다. 윤 대통령을 참모들의 왜곡된 보고에 눈가 귀가 가려지는 '허수아비'로 묘사했다는 것이다.

대통령실 핵심관계자는 머니투데이 더300(the300)과의 통화에서 "윤 대통령 참모들이나 측근들이 문제라고 하면서 윤 대통령의 판단력에 문제가 있는 것처럼 말했다"며 "사의를 수용한 게 아니라 해임을 했는데 그보다 확실한 의사 표현이 어딨나"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내가 영업사원이라며 분초를 쪼개며 국익을 위해 뛰는 분에게 할 말이 아니다"라며 "UAE(아랍에미리트)의 300억달러 투자에 감격스럽다고 박수 치면서 뒤에선 뒤통수를 친 격"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대통령이 순방 중인데 대통령의 인사 조치에 대해 '본의가 아니다'라고 말한 게 상식적인 표현인가"라며 "비서실장 명의로 입장이 나온 것 자체가 메시지"라고 밝혔다.

아랍에미리트(UAE)를 국빈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15일(현지시간) 현지에 파병중인 아크부대를 방문해 장병들을 격려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대통령실에선 윤 대통령이 국익을 위해 타국에서 발로 뛰며 세일즈 외교에 나서는데 나 전 의원이 국내에서 계속 당대표 출마 여부를 놓고 자기정치를 하며 대통령의 순방 성과를 가리는 데 대한 불만이 상당하다. 특히 윤 대통령이 300억달러 투자 유치를 한 날 나 전 의원이 "'제2의 진박감별사'가 쥐락펴락하는 당이 과연 총선을 이기고 윤석열 정부를 지킬 수 있겠나"라며 친윤계와 갈등을 빚은 것을 놓고 UAE 현지에서 불만이 쏟아졌단 후문이다.

다만 대통령실은 김 실장의 이날 입장문 발표가 전당대회 개입과는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오히려 전당대회 개입 의혹을 받을까 봐 나 전 의원을 최대한 오래 지켜보면서 해임 결정을 미뤘던 것"이라고 말했다.

박소연 기자 soyunp@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