츠베덴 서울시향 새 감독 "다양한 색채 가진 카멜레온 악단 만들 것"
한국 작곡가에게 신작 위촉 등 다양한 레퍼토리 선보일 것
(서울=뉴스1) 조재현 기자 = "우리는 이제 막 땅에 씨앗을 심었어요. 꽃이 피면 충분히 자라도록 기다릴 겁니다. 전 천국보다 천국으로 가는 길이 더 아름답다고 생각하거든요."
서울시립교향악단의 차기 음악감독에 임명된 얍 판 츠베덴은 17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내 서울시향 연습실에서 가진 간담회에서 "취임 첫해는 서울시향이 표현할 수 있는 다양한 사운드의 세계를 탐험하는 시간으로 만들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2018년부터 뉴욕 필하모닉을 이끌고 있는 츠베덴 음악감독의 공식 임기는 2024년 1월부터다. 하지만 그는 지난 12~13일 서울시향의 첫 정기연주회를 통해 공식 데뷔전을 가졌다. 애초 서울시향과의 공연은 7월로 예정됐지만, 전임 오스모 벤스케의 낙상 사고에 따라 데뷔 일정이 6개월가량 앞당겨진 것이다.
그는 서울시향 음악감독직을 수락한 배경으로 미국 줄리아드 음악원에서 수학할 당시 스승이었던 바이올리니스트 강효를 우선 언급했다. 바이올린에 관한 지식은 물론 직업윤리 등 여러 면에서 많은 가르침을 받은 덕분이다. 아울러 지휘자로 활동하며 훌륭한 한국인 연주자를 여럿 만난 것도 영향을 줬다.
갑작스럽게 무대에 올랐지만 한국에서 행복한 일주일을 보냈다고 언급한 츠베덴 음악각독은 '다양성'이라는 명확한 비전을 강조했다.
"오케스트라는 다양한 색채를 표현할 수 있어야 해요. 화가로 예를 들자면 렘브란트의 무거운 색채를, 때로는 반 고흐의 화려한 색채도 말이죠. 카멜레온처럼 다양한 색을 지닌 오케스트라를 만들고자 합니다."
바이올린 연주자였던 츠베덴 음악감독은 열아홉 살의 나이에 세계 최정상급 오케스트라인 네덜란드 로열 콘세르트헤바우 관현악단의 최연소 악장으로 취임해 17년간 악장을 지냈다.
지휘자로 변신한 후에는 미국 댈러스 심포니, 홍콩 필하모닉 등을 맡아 단기간에 연주 역량을 끌어 올렸다는 평가를 받았다. '오케스트라 트레이너'라는 별명이 말해주듯 단원들을 엄격하게 훈련시키는 것으로 익히 알려져 있다.
츠베덴 음악감독은 "오케스트라가 무대에서 90%의 능력을 발휘하려면 110%를 준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연주자와 지휘자가 무대 위에서 진정한 자유를 누리려면 철저한 준비가 필수"라고 강조했다.
다만, 그는 단원들을 존중하며 서울시향을 이끌겠다는 뜻을 피력했다. "단원이 없으면 지휘자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죠. 무대에 우리는 하나의 가족으로 올라가 연주해요. 때론 엄격할 수 있겠지만 그건 음악을 위한 겁니다. 음악감독의 역할은 단원 모두가 더 나은 연주자가 되도록 하는 것이죠. 개인적인 감정으로 단원들을 대하는 일은 없을 거예요."
뉴욕 필하모닉에서도 2주에 한 번씩 신곡을 초연하고 있다는 그는 서울시향에서도 동시대 음악에 집중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츠베덴 음악감독은 "한국의 재능있는 작곡가들에게 신곡을 위촉할 예정으로, 2025년 시즌 프로그램의 30%는 동시대 창작음악에 할애하려 한다"고 말했다. 그는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의 음악을 만든 정재일을 언급하며 "매우 환상적인 작곡가라고 생각하기에 꼭 함께 작업하고 싶다"고 했다.
서울시향이 제1바이올린 악장을 비롯해 9명의 단원을 신규 채용하는 것과 관련해서는 '기존 단원과의 조화'를 강조했다. 츠베덴 음악감독은 "개인의 연주 역량도 보겠지만, 서울시향이 가진 사운드에 적응하려는 의지가 중요하다"며 "무엇보다 '열린 마음'으로 주변 단원들의 소리를 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자폐아를 돕는 '파파게노 재단'을 아내와 함께 설립하는 등 활발한 사회공헌 활동을 펼치는 그는 서울시향에서도 장애아동 등을 위한 연주회를 열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세종문화회관을 개축해 서울시향의 전용 콘서트홀을 짓는 일에도 적극 관여할 예정이다.
이날 간담회에 배석한 손은경 서울시향 대표는 "츠베덴 음악감독이 뉴욕필의 전용홀인 데이비드 게펜홀의 리모델링 과정을 직접 경험했다"며 "서울시향 전용홀을 만드는 과정에서도 츠베덴 감독의 조언을 구할 것"이라고 했다.
츠베덴 음악감독은 오는 7월과 11월, 12월에도 차기 음악감독 자격으로 4차례 서울시향과 손발을 맞출 예정이다.
cho84@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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