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K반도체 앞의 험로, 정치에서부터 풀어야 한다
올해도 CES 2023 현장에 다녀왔다. CES 2023의 주인공은 우리 기업이었다. 국내 기업 111개가 혁신상을 수상하며 역대 최고 실적을 이뤄냈고, 중소기업도 11개 기업이 받아 최다 수상을 기록했다. 그러나 정작 대한민국 정부는 국가혁신 순위에서 낙제점을 면치 못했다.
미국소비자기술협회(CTA)가 발표한 한국의 국가혁신 순위는 70개국 중 26위다. 연구개발(R&D) 투자, 조세제도, 인적자본, 다양성, 자율성 등 40개 항목을 놓고 평가한 결과다. 높은 세율과 사이버 안보, 보수적인 분위기 등이 약점으로 꼽혔다. 아직도 대한민국은 혁신이라는 씨앗이 싹트고 자라기에는 토양이 척박하다는 뜻이다. 결국 정치가 문제다.
기업들은 세계 무대에서 고군분투 중인데 우리 정치권은 도움이 되기는커녕 발목만 잡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반도체쇠퇴법'이다. 작년 12월 말 경쟁국과 비슷한 수준의 지원을 하자는 법안은 4개월여 동안 방치되다 제대로 된 논의 없이 턱없이 부족한 수준으로 통과됐다. '반도체쇠퇴법' 통과는 대한민국 반도체 산업의 '사망선고'라는 거센 반대에 정부가 즉시 세액공제 폭의 상향 추진을 결정한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당장 국회 문턱을 넘을 일이 또 걱정이다. 여야의 대치 상황을 보면 협치라는 것이 가능할지나 모르겠다.
우리 정치권은 산업계가 처한 위기에는 눈과 귀를 막고 있다. 첨단 산업 인력이 턱없이 부족하니 수도권 관련 학과 정원을 확대하자는 주장은 지역 소외론으로, 총력 지원을 펼치는 경쟁국 수준으로 세제 혜택을 주자는 주장은 대기업 특혜론으로 갈라치기 한다. 우리 대한민국의 사활이 걸린 첨단 산업 정책을 정략적 거래의 대상으로 이용하려 하기까지 한다. 국회의원들이 진영 전쟁에 함몰돼 우리 대한민국의 미래를 땅에 파묻는 '매국노(埋國奴)'가 되고 있는 것은 아닌가.
반도체는 가장 기정학(技政學)적인 산업이다. 미국의 대중국 견제 전략에서 최우선 타격 대상이 반도체 산업인 것도, 미국 정부가 반도체지원법을 국방수권법에 포함해 다루는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우리 기업의 기술 경쟁력이 아무리 세계 최고라 한들 정치와 외교 차원에서 풀어줘야 할 일들이 너무나도 많다. 기술 패권을 가지고 있는 우리 반도체 기업들이 기정학적 현안을 극복할 수 있도록 정부와 국회가 함께 뛰어줘야 한다. 그것이 우리 기업뿐 아니라 국제사회에서 대한민국의 입지와 안보를 지킬 수 있는 길이기도 하다.
반도체 산업 지원은 결코 정쟁의 대상이 아님을 명심해야 한다. 특정 산업, 기업 하나 도와주자는 것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미래가 달린 절체절명의 과제이다. 정치논리에 빠져 다투기만 하다 K반도체의 골든타임을 놓친다면 제21대 국회는 직무유기의 회기로 기록되고 말 것이다. 우리의 미래 세대를 위해 너른 시각을 가져줄 것을 여야 동료 의원들께 간곡히 호소한다.
마지막으로 국민께서도 아이들의 미래가 걸린 일이라는 절박감을 가지고 국회의 논의 과정에 관심을 가져주기를 부탁드린다. 국회의원들이 가장 무서워하는 것은 바로 유권자이다. 국민이 준엄하게 지켜보고 있다고 생각하면 의원들도 쉬이 반도체 특별법을 반대하지 못할 것이다. 반도체 발전의 발목을 잡는 자, 그가 매국노이다.
[양향자 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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