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영칼럼] 이제 韓제조업 경쟁상대는 미국
기존기술, 中에 따라잡혀
투자 블랙홀 된 미국
첨단기술서 한국과 경쟁
국익지킬 전략·지혜 필요
"미국 내 제조가 크게 늘어나고 있다."
최근 조 바이든 대통령이 자신의 페이스북에 미국 전역을 표시한 지도를 올리면서 붙인 제목이다. 본인이 미국 첨단 제조업에 투자해달라고 요청했고 세계 주요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호응했다고 소개했다. 자세히 보면 지도 위에 수많은 점들이 찍혀 있고 그곳에 투자하겠다는 기업명과 투자 규모가 적혀 있다. 배터리와 전기차, 반도체, 철강 등 6개 업종에서 새로 짓겠다고 표시된 신설 공장만 무려 41곳에 달한다. 미국이 중국과의 경쟁을 이유로 주요 제조업을 미국 대륙에 유치하겠다고 나섰다. 이제 미국은 전 세계 주요 제조업 국가로부터 막대한 투자를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됐다.
한국은 제조업 분야에서 크게 2개의 경쟁을 벌이고 있다. 하나는 중국과의 기존 기술에 대한 치열한 경쟁이다. 이것은 계속 이어질 것이다.
우리 앞에 더 무서운 경쟁이 기다리고 있다. 바로 첨단기술 제조업을 놓고 미국과 펼쳐야 하는 경쟁이다. 미국이 반도체, 배터리, 전기자동차 등의 분야에서 자국을 첨단기술의 제조업 기지로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지금은 미국이 성장하는 중국에 대해 가차 없는 철퇴를 휘두르고 있지만 그전에는 일본이 당했다. 일본의 고도 경제 성장에 위협을 느낀 미국은 반도체 산업부터 치기 시작했다. 1983년 일본산 반도체에 높은 관세를 매기고 미·일 반도체협정을 맺으면서 일본 반도체 산업은 크게 위축됐다. 1985년에는 플라자합의를 맺어 달러 대비 일본의 엔화가치를 2배 이상 급등하게 만들자 일본의 수출 경쟁력은 크게 약화됐다.
현재 한국 제조업의 가장 큰 문제는 해외로 나가기만 하고, 국내에 공장을 짓겠다는 곳은 매우 적다는 점이다. 유턴기업 실적이 최악이다. 이는 미국과 극명하게 비교된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한국의 해외 진출 기업이 다시 돌아온 사례는 2014년 해외진출기업복귀법 제정 이후 2021년까지 114개 기업에 불과했다. 같은 기간 미국은 한국의 60배인 6839개 기업이 자국으로 돌아왔다. 유럽 기업은 물론이고 일본과 대만도 한국에 비해 훨씬 많은 기업이 복귀하고 있다. 같은 기간 한국 기업이 해외에 설립한 신설법인 수는 매년 3000개를 넘어섰다. 유턴기업을 늘리기 위해서는 까다로운 관련 법과 규정을 고쳐야 한다. 중소·중견기업만 지원하는 제도도 바꿔야 한다.
일각에서는 미국 시장에서 판매할 반도체, 배터리, 자동차 등을 만든다며 걱정할 게 없다고 말한다. 과연 그럴까.
한국 기업들이 미국 내 투자한 공장에서 최첨단 제품이 쏟아지면 'Made in Korea'는 경쟁력을 잃게 될 것이다. 제조업 기지로서의 한국의 위상도 추락할 것이다.
제조업의 중요성은 필리핀과 비교하면 금방 알 수 있다. 제조업은 수많은 인력을 고용한다. 일자리 창출과 더불어 사람들이 훈련받고 경쟁력을 길러주는 학교 역할도 한다. 1970년대 한국의 정치지도자들과 엘리트 공무원들이 국가의 방향을 제조업 중심으로 잘 잡았으며 창업가들이 애니멀 스피릿을 발휘해 압축적인 성장을 이뤄낸 것이다. 필리핀은 한때 한국에 비해 훨씬 많은 국부를 자랑했다. 그러나 제조업을 키운 한국이 압축성장을 이뤄낼 때, 필리핀은 그렇지 못했고 양국의 국력 차이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커졌다.
더 늦기 전에 제조업 분야에서 한국의 국익을 지킬 전략과 지혜를 모아야 한다. 적어도 대만이나 일본 등지와 비슷한 정도로 연구개발(R&D)과 관련한 세액공제를 제공해야 한다. 기업들이 입지 측면에서 한국에 매력을 느껴야만 한국으로 유턴하기도 하고 새로운 공장을 지을 것이다. 정치인과 정책입안자들은 "과연 한국은 제조업을 하기에 매력적인 나라인가"를 기업인들에게 물어야 한다.
[김대영 산업부장 겸 지식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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