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년 일자리를 지키고 싶을 뿐”···44일 단식농성의 이유

전지현 기자 2023. 1. 17.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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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최윤미 금속노조 경기지부 한국와이퍼노조 분회장이 ‘일본덴소는 기만적인 청산 철회하라’라 적힌 단체복을 입고 의지를 표하고 있다. 본인 제공

최윤미 금속노조 경기지부 한국와이퍼노조 분회장은 사측의 기업청산에 반대하는 투쟁을 이끌고 있다. 국회 앞에 텐트를 치고 44일간 단식 농성을 하기도 했다. 지난 16일 해고예고통지서를 받아들었다는 그는 17일 통화에서 “참담하지만 응원해주는 사람이 많다는 것을 알고 계속 싸워나갈 것”이라고 했다.

인터뷰 내내 밝았던 최 분회장의 목소리는 해고예고통지서를 받아들었을 때를 회상할 때 잠시 흐트러졌다. 지난 8일 사측의 청산 절차가 시작될 때부터 마음을 단단히 먹었지만 막상 통지서를 받고 보니 충격이 적지 않더라고 했다. 그는 “‘해고 예고가 될 거다, 너희 맨몸으로 쫓겨날 거다’라는 협박이 현실화되는 게 무력했다”며 “조합원들도 모두 참담해했다”고 했다.

노조에 따르면 사측은 최고 60개월까지 위로금을 주겠다고 제안했다. 조합원들에겐 개별적으로 ‘조기퇴직제도 신청’ 문서를 문자로 계속 보내왔다. 최 분회장은 “지금 위로금 합의를 하지 않으면 한 푼도 없이 쫓겨날 것이란 취지”로 이 문서를 해석했다.

그는 “우리가 돈 때문에 이러는 것이 아니다”라고 했다. 한국와이퍼 노조원들은 대부분 40-50대라고 한다. “여기서 나가면 일자리가 사라지는 거잖아요.” 최 분회장이 말했다. 그는 한국와이퍼에서 18년을 근무했다. 다른 노조원들도 최소 10년 이상 근속한 사람이 대부분이다. 사측은 2021년 고용합의를 해놓고 9개월이 지나지 않아 ‘청산’을 발표했다. “정말 이렇게까지 해야 하는 일인가” 묻는 그의 말끝이 씁쓸했다.

최 분회장은 세 차례 노사 교섭에서 사측이 고용 보장 가능성은 열어두지 않았다며 아쉬워했다. 그는 “2024년까지 생산해야 하는 물량이 있고, 누군가는 생산을 해야 하는데 무조건 안 된다고 하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했다.

정부도 비판했다. 노조원들은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의 일정을 따라다니는 ‘그림자 투쟁’을 하고 있다. “윤석열 정부와 이정식 고용부 장관이 맨날 얘기하는 노사 법치주의가 왜 외국투자 자본들 사이에선 지켜지지 않는 이유를 묻기 위해서”라고 했다. 회사가 고의로 적자를 만들어 이윤을 일본 본사로 보냈는데도 정부가 문제삼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는 “약한 노동자들한테만 법치주의를 부르짖는 건 아닌 것 같다”고 했다.

최 분회장은 오는 31일 2차 일본 원정 투쟁에 나선다. 한국와이퍼의 본사가 있는 일본에서 이 문제를 공론화하기 위해서다.

전지현 기자 jhy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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