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에 철벽 친 대통령실…‘친윤’ 부각 안간힘에도 공개반박
“대통령의 진상 파악 따른 결정” 입장문
국민의힘 당 대표 출마를 고심 중인 나경원 전 의원이 17일 자신의 공직 해임에 대해 “대통령의 본의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윤심(윤석열 대통령 마음) 구애에 나섰지만, 대통령실이 “대통령의 정확한 진상 파악에 따른 결정”이라며 공개적으로 반박했다.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과 윤 대통령을 분리하며 당심 잡기에 나서려던 나 전 의원에게 험로가 이어지는 모양새다.
나 전 의원은 이날 오전 페이스북에 “대통령께서 그와 같은 결정을 내리시기까지 저의 부족도 있었겠지만 전달 과정의 왜곡도 있었다고 본다. 해임이 대통령의 본의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이 지난 13일 자신을 대통령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과 기후환경대사에서 전격 ‘해임’한 것은 윤핵관들의 ‘이간질’ 탓이라는 주장이다. 이날 그는 윤 대통령이 당선인 시절 찾았던 대구 동화사를 방문해 기자들과 만나서도 “국민과 대통령을 이간하지 않고 국민의 마음과 뜻을 대통령에게 잘 전달하는 것이 당 대표의 가장 큰 덕목”이라며 윤핵관을 에둘러 비판했다.
그러나 대통령실은 이날 오후 상당한 불쾌감이 묻어나는 입장문을 통해 정면으로 반박했다. 김대기 대통령실 비서실장은 “대통령께서는 오랜 공직생활을 통해서 공적 의사결정에서 실체적 진실을 가장 중요하게 여기시는 분”이라며 “나 전 의원 해임은 대통령의 정확한 진상 파악에 따른 결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국익을 위해 분초를 아껴가며 경제외교 활동을 하고 계시는 대통령께서 나 전 의원의 그간 처신을 어떻게 생각하실지는 본인이 잘 알 것”이라고 경고했다.
대통령실은 나 전 의원이 해임의 부당함을 강조하며 당대표 후보로서 몸값을 키우는 데 불만이 큰 분위기다. 이번 입장은 김 비서실장 명의의 첫 언론 공지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한겨레>에 “비서실장이 대통령 비서실 전체 책임자로서, 참모들이 대통령의 눈과 귀를 막아 나 전 의원을 부위원장에서 잘못 해임시켰다는 식으로 몰아가지 말라고 경고 메시지를 낸 것”이라며 “나 전 의원이 대통령실 참모뿐 아니라 소위 말하는 친윤석열계 의원까지 다 공격하고 있지 않나”라고 반발했다. 또 다른 대통령실 관계자 또한 “윤 대통령이 이 사태 전까지 나 전 의원에 대한 신뢰가 있었는데 당권 욕심을 드러낸 데 분노가 컸다”고 전했다.
나 전 의원은 김대기 실장의 입장문에 대해 기자들에게 “드릴 말씀이 없다”고 했다.
박수영·배현진 의원 등 친윤계가 주축이 된 국민의힘 초선 40여명도 이날 입장문을 내어 “자신의 출마 명분을 위해 대통령을 뜻을 왜곡하고, 동료들을 간신으로 매도하며 갈등을 조장하는 나 전 의원은 지금 누구와 어디에 서 있느냐”며 공식 사과를 촉구했다.
그동안 윤핵관들과 공방을 이어가면서도 “윤석열 정부를 지켜야 한다”며 ‘친윤’ 이미지 쌓기에 안간힘을 써온 나 전 의원은 대통령실의 ‘공개 면박’과 친윤계의 집단 반발에 연타를 맞고 있다. 여기에 더해 ‘윤심’을 등에 업은 김기현 의원의 지지율이 최근 급상승하며 나 전 의원을 위협하고 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에브리씨앤알이 <폴리뉴스> <에브리뉴스> 의뢰로 지난 14~15일 국민의힘 지지층 41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당 대표 후보 지지도 조사 결과, 김 의원(29.2%)은 나 전 의원(23.5%)을 제치고 1위로 나타났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누리집 참조.) 김 의원은 이날 천안 백석대에서 열린 강연 뒤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의 해임 결정을 자신의 정치적 이익을 위해서 왜곡 해석한다면 온당한 태도가 아니다”며 나 전 의원을 직격했다.
대통령실의 ‘나경원 거부’가 명확해진 상태에서, 나 전 의원의 강력한 무기였던 지지율마저 흔들리면 고심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국민의힘 한 중진 의원은 <한겨레>에 나 전 의원의 지지율에 대해 “앞으로 어떤 전략을 짜느냐에 따라 유동성이 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나 전 의원은 “죽었다 깨어나도 반윤은 되지 않을 것”이라는 기조를 이어갈 계획이다. 나 전 의원쪽 관계자는 “(대통령실이 당 대표 출마를) 반대하는 걸로 보인다. 그럼에도 싸우거나 덤벼드는 등 ‘반윤’ 전략을 쓰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나 전 의원은 윤 대통령이 아랍에미리트·스위스 방문을 마친 뒤 설 연휴 전후로 당 대표 출마를 선언할 예정이라고 측근들이 전했다.
송채경화 기자 khsong@hani.co.kr 배지현 기자 beep@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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