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서 재주는 K팝 가수가 부리고, 돈은 백인이 번다"
"음악회사 CEO 86%가 백인
그래미상 인종차별은 여전
불평등 구조 넘기 힘들어"
이성수 SM엔터 대표
"다양한 콘텐츠로 승부"
"재주는 K팝 가수가 부리고 돈은 백인이 번다." 방탄소년단(BTS)과 블랙핑크를 선두로 미국 시장에서 성공적 역사를 쓰고 있는 현재의 K팝 산업을, 사회학자 폴 로페스 미국 콜게이트대 교수는 이렇게 정리한다. 문화 속 계급·인종·젠더 문제를 연구해온 그는 지난 16일 서울 성동구 SM엔터테인먼트 본사에서 열린 성공경제포럼(이사장 이장우 경북대 교수) 신년 세미나에서 기조연설을 맡았다. 올해 '지속가능성과 인류'라는 큰 주제를 채택한 성공경제포럼은 이날 'K팝의 국제 경쟁력'을 주제로 새해 첫 토론 모임을 가졌다.
로페스 교수는 대중음악계의 성별·인종 분포에 관한 각종 통계를 활용해 "70개 음악 관련 회사의 최고경영자(CEO) 중 백인이 86.1%에 달했고 여성은 13.9%, 흑인은 4.2%에 불과했다"고 밝혔다. 대중음악계 최고 권위로 꼽히는 미국 그래미상 역대 후보 가수의 비중도 백인 남성이 절대적이었다.
이는 장기간 고착화된 백인 위주의 결정 구조 때문이라고 로페스 교수는 본다. 물론 실질적인 음악 발전에 있어 당장 이름을 댈 수 있는 수많은 흑인, 라틴계 가수나 여성 가수들의 기여한 바는 명백하다. 로페스 교수는 대중적 인기 척도인 빌보드 '핫100 차트'에서 2012~2022년 비(非)백인 가수 곡 수가 절반을 넘겼다는 통계도 소개했다.
그런데도 음악계의 상징 자본인 그래미상은 여전히 보수적이다. 로페스 교수에 따르면 2013~2017년 그래미 후보에 오른 여성 가수 비중은 10% 미만에 그쳤다. 2018년 이후에야 꾸준히 늘어 2021년에야 28.1%를 기록했다. 로페스 교수는 "이는 여성 인구가 과반인 점을 고려하면 여전히 낮은 수치"라며 "그래미상은 인종차별과 성차별이 강하다"고 결론 냈다.
이어 "아무리 BTS·블랙핑크가 성공했더라도 K팝 걸그룹이 그래미 후보에 오르고 수상할 확률은 거의 없거나 극히 드물다"고 내다봤다. K팝이 백인 남성 위주의 공고한 불평등 구조의 한계를 단시간 내 뛰어넘기는 어려울 것이란 비관적 지적이다.
다만 참석자들은 시장 구조를 파악하고 전략을 세워야 한다는 점에서 의의를 찾았다. 오인규 일본 관서외대 교수는 "미국 시장에서 지속적인 발전을 이루려면 기존의 아이돌 시스템만으로는 부족하다"며 "유튜브에 머물지 말고 세계 3대 레이블 회사(유니버설·소니·워너)와 밀접하게 관계를 맺는 수준으로 품위를 올려야 한다"고 말했다.
이성수 SM엔터테인먼트 대표는 SM의 슬로건인 '문화기술(Culture Technology)'을 강조하며 "K팝엔 단순히 음악의 한 장르로는 설명할 수 없는 모든 장르와 댄스 분야가 혼합돼 있다. 오히려 콘텐츠의 한 장르로 봐야 한다"고 했다. 이어 "CEO로서도 일반적인 음악 레이블과는 다른 시각, 새로운 사고가 중요하다. 이런 강점을 갖는다면 세계 무대에서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주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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