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상호 국조특위위원장 “국정조사, 유가족 눈물로 시작하고 끝나···2차 가해 엄벌하는 법 필요”[인터뷰]

탁지영·김윤나영 기자 2023. 1. 17.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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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위원장인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경향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국회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위원장인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7일 국조특위 활동을 끝마치며 “위정자들이 얼마나 무책임하고 책임 떠넘기기식 발언을 하고 있는지를 보여준 기간이었다”고 밝혔다.

우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진행된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같은 소회를 밝혔다. 우 의원은 윤석열 대통령이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을 문책하지 않는 데 대해 “책임자들의 무책임함을 더 키우는 결과를 만들어냈다는 점에서 매우 잘못됐다”고 비판했다.

우 의원은 국정조사에서 서울시·용산구의 인파관리 대책 미흡, 경찰의 신고 대응 체계 붕괴, 대통령실의 위기대응 체계의 허술함 등 참사 발생 원인과 책임 규명은 했다고 평가했다. 예비조사 단계에서 유가족, 생존자, 상인 등을 대상으로 전수조사를 하지 못한 부분을 한계점으로 짚었다. 독립적인 조사 기구를 설립해 참사 당일 사건을 재구성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다음은 일문일답.

-국조특위 위원장으로서 소회는.

“유가족의 눈물로 시작해서 유가족의 눈물로 끝난 국정조사였다. 개인적으로 국정조사 기간이 굉장히 힘들었다. 어떻게 하다 159명의 희생자를 만들어내고 국민들에게 아픔을 주는 대한민국이 됐나. 공감 능력 없이 자기 책임을 회피하는 데만 급급한 사람들이 대한민국의 안전을 책임지고 있나. 슬픔과 분노가 컸다.”

-기억에 남는 증인은.

“이상민 장관이 대표적이다. 한 일이 없는데 ‘최선을 다했다’고 한다. ‘무한한 책임을 느낀다’면서 (장관직에서) ‘안 물러나는 게 책임지는 것’이라고 한다. 어떻게 이런 무책임한 발언을 하나. 회의 진행을 해야 하는데 부르르 떨렸다. (김광호) 서울경찰청장도, 박희영 용산구청장도 뻔뻔했다. 내가 유가족이었어도 몇 번이고 들이받고 싶을 정도의 무책임한 발언들이 반복되는 것을 보면서 화가 굉장히 났다. 위정자들이 얼마나 무책임하고 책임 떠넘기기식 발언들을 하고 있는지를 보여준 기간이었다.”

-성과는 무엇인가.

“예방 대책을 세우지 않은 서울시장, 용산구청장의 책임이라는 것이 드러났다. 마약 수사 때문에 경찰을 배치하지 않은 게 아니라 당일 있었던 시국 집회와 보수 집회가 대통령실까지 올 파장을 최소화하기 위해 기동 병력을 집중적으로 배치했던 것이 이태원에 여유 병력을 배치하지 못한 원인이라는 것도 밝혀냈다. 시신과 부상자에 대한 응급 지원, 신원 확인 등 사후 시스템이 작동되지 않았던 점도 밝혔다.”

-한계는 없나.

“예비조사 단계가 너무 짧아서 전수조사를 하지 못했다. 유가족, 생존자, 부상자, 상인, 목격자 등 인터뷰를 통해 전수조사를 한 뒤에 이 사례를 놓고 질의를 했어야 했다. 500명에 가까운 분을 심층 인터뷰하려면 최소한 두 달이 걸린다. 이 단계 없이 바로 책임자들과 질의응답을 하다보니 자료 제출도 부실하고 회피성 발언을 해서 어려움이 있었다. 증인 간에 엇갈리는 진술에 대해 2차 조사를 하지 못한 것도 아쉽다.”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 관계자들이 17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 결과 보고서 채택 및 독립적 진상조사를 촉구하고 있다. 성동훈 기자

-특위 위원들에게 아쉬운 점은.

“여당 의원들이 국정조사를 정치적 책임을 최소화하기 위한 공간으로 쓰려고 했던 게 아쉽다. 처음 유가족 간담회부터 오지 않았던 불성실한 태도, 정쟁으로 몰고 가기 위해 신현영 (민주당) 의원만 계속 물고 늘어졌던 질의 내용들이 부적절했다.”

-야당도 초반에 마약 수사나 대통령실 이전문제에 집중했다.

“그것도 국민적 의혹이었으니 밝히기 위해 질의한 것은 필요한 일이었다. 마약 수사로 인해서 배치됐던 경찰을 철수시켰거나 병력을 최소화한 것은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다만 대통령실의 위기 대응 체계의 허술함은 밝혀졌다. 한오섭 (대통령실) 국정상황실장이 위기관리센터와 국정상황실은 대통령에 보고만 하고 재난 대응은 행안부 장관을 중심으로 한 중대본(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이 하도록 바꿨다고 답했다. 바뀐 시스템이 초기에 부처 간 협력과 대응을 늦어지게 한 원인이라고 볼 수 있다. 소방, 경찰, 보건복지부 등 범부처의 긴급한 대응이 필요한 시스템은 대통령실이 진두지휘하는 게 맞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 장관을 두둔하고 있다.

“명백히 잘못됐다. 행안부 장관이 재난안전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못했다는 게 드러났다. 자기 지시를 안 지켜서 대응을 제대로 못 했는데 해임을 안 한다? 특수본(특별수사본부)은 이 장관 수사도 안 했다. 수사 결과를 지켜보자고 했는데 수사도 안 했는데 어떻게 책임을 묻나.”

-남은 과제는 무엇인가.

“형사 처벌을 위한 노력은 특검(특별검사)으로 가고 재발 방지 대책을 만들기 위해선 별도의 조사 기구를 만들어서 전수조사를 할 필요가 있다. 피해자·부상자·목격자 전언을 바탕으로 세세하게 사건을 재구성해봐야 한다. 이를 기초로 평지 또는 비탈진 데서 인파 이동은 어땠는지 등을 조사해 재발 방지 대책을 만들어야 유사한 유형의 인파 사고를 막을 수 있지 않겠나. 특별조사위원회를 만들어 여야가 조사위원들을 추천해서 그분들이 전체 사건을 들여다보게 할 필요가 있다.”

-재발방지 대책은.

“정부 차원에서 재난안전 컨트롤타워를 어떻게 정상적으로 가동할 수 있는지 논의해야 한다. 경찰의 신고 및 대응 체계 개선도 필요하다. 소방과 경찰 사이에 있는 차단벽도 해결해야 한다. 현장에서 대규모 부상자가 발생했을 때 긴급히 의료진을 투입해서 맞춤형 응급 대책을 세우는 문제도 포함돼야 한다. 인권적 감수성에 의거한 사후 대책도 필요하다. 여야 합의로 행정안전위원회 산하에 소위원회를 만들어 국회 차원의 대책을 논의하기로 했다.”

-2차 가해 문제도 심각하다.

“집회와 시위에 관한 법률을 일종의 무기로 삼아서 유가족들과 시민단체를 음해하려는 보수단체의 책동은 인륜에 반하는 천인공노할 범죄행위다. 사람을 죽음에 이르게 하는 행위이기 때문에 좌시할 수 없다. 집회·시위의 자유, 표현의 자유는 인정하더라도 피해가 발생하는 행위를 범죄로 규정해서 처벌하는 입법이 필요해보인다.”

탁지영 기자 g0g0@kyunghyang.com, 김윤나영 기자 nayou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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