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KF-21 '초음속 돌파'로 새 이정표…세계 8번째 개발 '눈앞'
(서울=연합뉴스) 하채림 기자 = 한국형 전투기(KF-21) '보라매' 시제기가 17일 초음속 비행에 성공해 국산 항공기 23년 개발 역사에 또 하나의 이정표가 세워졌다.
작년 7월 19일 첫 비행에서 KF-21은 경비행기 속도인 시속 약 400㎞(200노트) 정도로 비행했고 점차 최고속도를 높여 다섯 달간 80여 회 시험비행을 거쳐 또 하나의 장벽인 음속 관문을 통과한 것이다.
이날 초음속 비행에 성공한 KF-21은 2000년 11월 당시 김대중 전 대통령이 국산 기본훈련기(KT-1) 출고 기념식에서 "늦어도 2015년까지 첨단 전투기를 자체 개발하는 항공 선진국으로 발돋움할 것"이라고 선언하면서 개발이 시작됐다.
2년 후인 2002년 11월, 합동참모본부는 당시 주력기인 KF-16보다 상위급 전투기 120여 대를 개발하는 것으로 장기 신규 소요를 결정했다. 이 결정으로 KF-X 사업이 본격적인 추진 단계에 들어섰다.
그러나 추진 초기, 사업 타당성부터 의심을 받는 등 회의적이고 비관적인 시각이 만만치 않았다.
국방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국방연구원(KIDA)과 한국개발연구원(KDI)이 각각 2003년과 2007년에 사업 타당성이 없다는 연구용역 결과를 내놨다.
반면 2009년 방위사업청이 건국대에 의뢰한 사업 타당성 분석에선 '경제적 타당성을 갖췄다'는 정반대 결과가 나오면서 불씨를 되살렸다. 개발 선언부터 사업 타당성 결론까지만 무려 9년 세월을 흘려보냈다.
2010년 12월 예산 441억 원이 반영되면서 2011∼2012년 탐색개발이 진행됐고, 이어 2013년 11월 합동참모회의에서 작전요구 성능(ROC)과 전력화 시기, 소요량이 확정됐다.
내부적으로 추진 방향이 결정된 후에는 첨단기술 도입에서 난관에 부닥쳤다.
2015년 4월 미국은 KF-21 개발에 필요한 능동 전자주사식 위상배열(AESA) 레이더, 적외선 탐색·추적 장비(IRST), 전자광학 표적 획득·추적장비(EO TGP), 전자파 방해장비(RF 재머) 등 4개 핵심 장비의 기술이전 불가 방침을 우리 쪽에 통보했다.
결국 이들 4개 핵심 장비의 체계 통합과 관련된 기술을 국내 개발로 선회하고, 제3국의 도움도 받기로 했다.
무장 체계로는 유럽제 미티어(METEOR) 공대공 미사일, 독일 딜사의 공대공 미사일(AIM-2000) 등을 탑재할 수 있고, 레이시언이나 보잉의 공대지 폭탄·미사일, 국내 개발 중인 장거리 공대지유도탄도 장착할 수 있다.
이렇게 탄생한 KF-X 외형은 5세대에 해당하는 미국 스텔스 전투기 F-35A와 비슷한 4.5세대 전투기다.
방위사업청이 2015년 12월 28일 한국항공우주산업(KAI)과 체계개발 본계약을 체결하고 체계개발에 착수하면서 KF-X 사업이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인도네시아와 함께 추진하는 체계개발(블록1)에 2015년부터 2026년까지 8조1천억원, 이어 2026∼2028년 추가무장시험(블록2)에 7천억원 등 사업 규모만 8조8천억원에 달해 '단군 이래 최대 규모의 방위력 증강 사업'으로 불렸다.
이어 2016년 3월 체계요구조건검토(SRR)에 이어 같은 해 12월 체계기능검토(SFR)를 거쳐 2018년 6월과 이듬해 9월에는 각각 기본설계검토(PDR)와 체계상세설계검토(CDR)를 수행했다.
2020년 9월에는 시제기 최종조립을 시작해 올해 5월까지 비행시제기 1~5호기와 구조시제기 출고를 완료했다. 이달 중에는 비행시제기 6호가 출고된다.
KF-21이 이날 초음속 비행에 성공했지만 8번째 초음속 전투기 개발국가로 확고히 자리매김하기까지는 갈 길이 남았다.
2020년 7월 시작한 지상시험은 2025년 8월까지 내구성, 기능분야별 성능, 전(全)기체 성능을 검증하는 과정이다.
2026년까지 2천여 소티(비행횟수)에 이르는 비행시험을 완수해야 블록1 체계개발이 종료된다. 그 사이 올해 후반기 잠정 전투용 적합 판정 관문을 거쳐야 한다.
이달 초 시제기 3호기가 첫 비행에 성공했고 상반기에는 시제 4~6호기도 투입돼 개발에 한층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공동개발국 인도네시아가 예산 부족을 이유로 4년 가까이 분담금을 계속 연체하다 작년 11월 납부를 재개한 것도 사업 전망을 밝게 하는 요소다.
남은 개발 과정이 무리 없이 진행된다면 2026년부터 2028년까지 블록1 초도 물량이 양산돼 실전에 배치된다.
2000년 11월의 국산 전투기 개발 선언이 완전히 실현되기까지는 아직 4년 가까이 남은 셈이다.
tr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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