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뒹군 베트남 선수들 절대 못 잊죠"
베트남 축구 몇 단계 끌어올리며
"동남아 축구 지형 바꿨다" 評
미쓰비시컵 준우승으로 마무리
"축구와 관련된 일 계속하고파
단 축구감독은 더 이상 안할 것"
그저 2002년 한일월드컵 4강을 이끈 거스 히딩크호 코치로만 그의 인생이 기억될 수도 있었다. 한때 3부 리그까지 내려갔던 박항서 감독(64·사진)이 새로 찾은 결전지는 베트남이었다. 2017년 베트남 지휘봉을 잡은 뒤 동남아시아 축구 지형도를 바꿨다는 평을 들으며 '베트남 국민 파파' '쌀딩크' 등 애정 어린 호칭까지 얻게 된 그는 2022 아세안축구연맹(AFF) 미쓰비시 일렉트릭컵 결승을 끝으로 지난 5년간 뜨거웠던 동행을 마무리했다.
태국에 이어 준우승을 거둔 뒤 17일 오후 국내 취재진과 진행한 영상 기자회견에 나선 박 감독은 "우승하지 못한 아쉬움이 남지만 최선을 다해준 선수들에게 감사하다. 인생에는 만남과 이별이 있고 이제 새로운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비록 마지막 우승컵은 못 들어올렸지만 2018 아시아축구연맹(AFC) 23세 이하(U-23) 대회 준우승을 시작으로 2018 미쓰비시컵 우승,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4위 등 훌륭한 성과가 모두 그의 업적으로 남았다. 박 감독은 "우승 순간보다는 그냥, 운동장에서는 혼도 많이 냈지만 사랑방이라고 할 수 있는 의무실에서 같이 뒹굴며 웃은 순간들이 가장 기억에 남을 것 같다"고 말했다.
아직 미래는 결정되지 않았지만 한국과 베트남에서 더 감독직을 맡지는 않겠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었다. 박 감독은 "베트남은 국가대표 감독까지 했으니 생각이 없고, 한국에서는 나보다 훌륭한 후배 감독이 많은 데다 5년간 타국에서 일해 현장감도 떨어져 있다"고 밝혔다.
"성격상 한 가지 일을 하면서 다른 일을 생각하지 못하는 편"이라고 말한 박 감독은 "어떤 곳에서 어떤 일을 하는 게 적합한지를 고민해보겠다. 분명한 것은 내가 가장 잘할 수 있는 일이 축구인 만큼 축구에 종사할 것이라는 점"이라고 단언했다. 일부에서 제기된 대한축구협회나 K리그 구단 행정가 부임설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지만, 유소년 축구에 대해서는 "한국에서보다는 베트남에서 유소년 육성이 더 필요한 부분 같고, 제안도 있어 고민 중"이라며 여지를 남겼다.
해외에서 성공을 거둔 한국 축구 지도자가 된 박 감독은 그 비결을 두고 '초심'을 언급했다. 박 감독은 "초심을 유지하고 싶어 이번 대회에서도 마지막이라는 표현을 결승전 2차전 때 딱 한 번밖에 쓰지 않았다"며 "감독이라는 자리가 결과를 내놓아야 하고, 그러지 못하면 자리를 잃는 일인데 결과와 기술적인 내용 모두 충족하기가 어렵다.
파울루 벤투호 이후를 준비해야 하는 한국 대표팀에 조언도 곁들였다. 박 감독은 "언어 소통의 문제가 걸림돌이라는 것 말고는 한국 지도자들도 유능하고 타국 대표팀 감독을 할 수 있는 자질과 역량이 충분하다"고 강조했다. 이어서 그는 "한국 대표팀도 외국 감독에게 하는 지원만큼 주어진다면 해낼 수 있다. 미디어는 조언과 비판을 할 수 있지만 협회가 방패 역할을 해줘야 한다. 독일 분인 마이클 뮐러 위원장을 선임했다는 것 자체가 이미 외국인을 선임하려는 것 같아서 의아하게 여겼다"며 아쉬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용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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