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와이퍼, ‘전원 해고’ 예고···외투기업 돈만 벌고 가면 끝?
내부서 폐업 시나리오 준비 정황도
세제 혜택 받고 철수에 ‘먹튀’ 비판
일본계 외국투자자본기업(외투기업)인 한국와이퍼가 관리자를 제외한 소속 노동자 209명 전원에게 해고를 예고해 노조가 반발하고 있다.
17일 금속노조 한국와이퍼분회에 따르면, 이 회사 노동자 209명은 지난 12일자로 작성된 ‘해고예고 통지서’를 16일 받았다. 이 통지서에는 다음달 18일자로 해고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한국와이퍼가 지난 8일 청산 절차에 들어간 지 8일 만이다.
경기 안산에 있는 한국와이퍼는 일본 자동차 부품기업 ‘덴소’의 자회사다. 한국와이퍼가 생산한 제품이 덴소코리아를 거쳐 현대자동차로 납품되는 구조이다.
지난 7월 덴소코리아는 30년간 운영해온 한국와이퍼를 청산한다고 발표했다. 경영악화를 이유로 들었다. 덴소코리아는 생산시설을 자동차부품 제조업체인 디와이오토에 매각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지만 노동자들에게 고용승계를 약속하지는 않았다. 설 연휴를 앞두고 노동자 209명이 대량 해고될 상황에 처한 것이다.
한국와이퍼·덴소코리아·금속노조는 2021년 조합원 총고용 등을 담은 고용안정 협약서를 작성했다. 그러나 이후 사측은 일방적으로 청산을 결정했고, 노조는 청산 반대 및 고용승계를 걸고 파업을 벌였다. 18년간 회사에 다닌 최윤미 금속노조 경기지부 한국와이퍼 분회장은 44일간 국회 앞에서 단식 농성을 벌이기도 했다. 지난해 12월20일, 12월27일, 그리고 지난 5일 노사 교섭이 진행됐으나 결렬됐다.
사측은 공식 청산 절차를 밟기 전인 지난달 30일까지 3차에 걸쳐 퇴직금(위로금)이 지급되는 ‘조기퇴직신청’을 받았다. “회사 잔류를 선택한 직원분들이 조기퇴직프로그램의 지원을 받지 못하고 해고되는 상황만큼은 피하고 싶다”고 했다. 이에 30여명이 조기퇴직을 신청해 209명이 남은 터였다.
노조는 설비 반출을 막기 위해 30명씩 2조 2교대로 공장에서 숙식하며 현장을 지키고 있다. 이들이 지난 15일 받은 해고예고통지서에는 “귀하는 회사의 사전승인 없이 회사 및 회사 관련 장소, 시설 등에 대한 출입이 일체 허용되지 않으며 이를 어기고 무단으로 출입하는 경우엔 관련 법률에 의거 조치될 수 있음을 알려드린다”는 내용이 적혀 있다.
비슷한 일은 한국옵티칼하이테크에서도 벌어졌다. 일본 닛토덴코가 100% 소유한 이 회사는 LCD 편광필름을 생산해 LG디스플레이에 납품하는 회사였다.
경북 구미 공장 1개동이 지난해 10월4일 화재로 전소되자 사측은 정상화에 2~3년이 걸린다며 청산을 결정했다. 1년치 임금 위로금을 지급하기로 하고 희망퇴직을 통보했다. 직원 중 130여 명은 이를 받아들였지만 17명은 공장 재가동을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측은 다음달 1일부터 모든 노동자를 정리해고할 방침이다.
두 기업은 ‘먹튀’ 논란이 불거졌다는 공통점이 있다.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9월20일 국회 긴급기자회견에서 한국와이퍼의 내부문건을 공개했다. 문건에는 2020년부터 회사가 노조를 분석하고 파업에 대비해 대체생산을 준비하는 등 폐업·청산 시나리오를 준비한 정황이 담겼다. 우 의원은 “한국와이퍼가 제조단가보다 낮은 매출단가로 거래단가를 통해 재무를 의도적으로 부실화하는 고의적자를 통한 기획청산”을 했다고 봤다. 그 혜택을 일본 기업 덴소가 가져갔다는 것이다.
한국옵티칼하이테크 또한 구미 4공단 외국인 투자지역에 2003년 설립된 뒤 지자체에서 각종 세제 혜택을 받아왔다. 일방적인 사업 철수는 ‘먹튀’나 다름없다는 비판이 노동계에서 나왔다.
전지현 기자 jhy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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