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대통령 간 ‘다보스포럼’… ‘부자들의 놀이터’ 별칭 이유는 [뉴스+]

조성민 2023. 1. 17.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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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에 뒤떨어져” 다보스포럼에 대한 비판 목소리
올해 독일 뺀 주요 7개국(G7) 정상 모두 불참 선언
연회비만 약 8675만원…“교류를 위장한 로비 장소”
그린피스 “전용기로와 기후변화 논의, 위선의 극치”
“우리의 초점은 국민을 위해 공약을 이행하는 데 있지, 억만장자들과 샴페인을 홀짝홀짝 마시는 데 있지 않다.”(영국 가디언, 2019년 12월 보리스 존슨 총리 첫 각료회의서 다보스포럼 불참을 지시하며)
스위스 다보스포럼이 개막한 16일(현지시간)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 연차총회 주최측이 국제회의장에서 포럼을 준비하고 있다. 연합뉴스
매년 세계 정·재계 및 학계 인사들이 모여 지구촌 현안을 논의하는 세계경제포럼(WEF), 일명 ‘다보스포럼’이 16일(현지시간) 스위스 다보스에서 개최했다. 올해로 53회째를 맞는 이번 다보스포럼에는 윤석열 대통령을 포함해 올라프 슐츠 독일 총리,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 등 정상급 인사들이 다수 참석했다. 총 참석인원은 2700명으로 역대 최대 규모가 될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다보스포럼의 중요성은 점차 쇠퇴하는 모습이다. CNN은 이날 다보스포럼을 두고 “점점 시대에 뒤떨어진 것처럼 보인다”며 “다보스가 부자와 권력자들에게 필수적인 행사라는 명성을 이어갈지 의문이다”라고 지적했다. 이같은 분위기는 눈에 띄는 빈자리에서도 드러난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등은 불참을 선언했다. 주요 7개국(G7) 정상 가운데 참석을 밝힌 이는 슐츠 독일 총리가 유일하다. 이 때문에 이번 다보스포럼이 최근 글로벌 경제 등 위기감을 공유하는 형식적인 자리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부자들의 놀이터’ 비판 꼬리표

다보스포럼은 ‘부자들의 놀이터’이란 별칭과 함께 상위 1%의 행사로 불린다. 일부 기업인들에게는 고액의 참가비를 강요하며, 권위적이고 형식적인 진행을 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특히 다보스포럼이 추구해온 ‘세계화’라는 의제가 점차 약화하면서 공개적으로 보이콧을 선언하는 이들도 늘어났다.

대표적인 인물이 보리스 존슨 전 영국 총리다. 2019년 12월 당시 존슨 총리는 총선 승리 후 가진 첫 각료회의에서 장관들에게 다음달 열리는 다보스포럼에 가지 말라고 지시했다.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와 국민건강보험 등 국내 이슈에 집중하기도 시간이 모자란다는 것이다.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당시 회의에서 “우리의 초점은 국민을 위해 공약을 이행하는 데 있지, 억만장자들과 샴페인을 홀짝홀짝 마시는 데 있지 않다”는 말이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EPA연합뉴스
경제계 거물들 가운데서도 다보스포럼에 대한 비판 인식은 드러난다. 특히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과 애플 창업자 고 스티브 잡스는 한 번도 다보스포럼에 참석한 적이 없는 것으로 유명하다. 제프리 이멀트 전 제너럴일렉트릭(GE)회장은 “다보스 같은 데는 안 갈 것”이라며 행사 자체가 무의미하다고 꼬집기도 했다.

기업인들의 다보스포럼 참가 비용은 연회비로 7만달러(약 8675만원)가 넘는다. 숙박료와 교통비는 별도다. 스키 휴양지인 다보스는 다보스포럼 기간이 되면 호텔 방 1개의 1박 비용이 수천유로(수백만원)에 달한다. 권위적인 문화로도 잘 알려져 있어 정보기술(IT)업계 인사들은 이런 분위기를 꺼리는 것으로 전해진다.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이자 작가 아난드 기리드하라다스는 “다보스는 아이디어 교류를 위장한 로비장소”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본방보다 주목받는 ‘시위무대’

다보스포럼이 열리는 1월이면 스위스 다보스에는 시위대가 몰려든다.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는 장소이자, 정·재계인사들이 총출동하는 이곳에서 환경문제와 양극화 등 활동가들의 자신의 주장을 펴는 ‘무대’로 삼는 것이다. 때때로 이들은 본무대보다 주목받기도 한다.

올해도 다보스포럼은 불평등 해소와 기후변화 대처를 요구하는 시민단체 타깃이 됐다.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는 글로벌 기후위기를 논한다는 다보스포럼 참석자들이 전용기 등을 이용하며 막대한 탄소를 배출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린피스에 따르면 지난해 다보스포럼 기간인 5월21일부터 6일간 전용기 1040대가 이용됐다. 그린피스는 “기후변화 대응과 경제 불평등을 논의한다는 참석자들이 전용기로 탄소배출을 일으키는 것은 위선의 극치”라고 비판했다.

개막일인 16일에도 이 행사를 반대하는 기습 시위가 열렸다. 스위스 장크트갈렌주 경찰에 따르면 다보스포럼 행사장으로부터 근방 알텐라인 SG 공항 부근에서 이날 오전 기후 활동가 30여명이 비행장 진입로를 막아서며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1%를 위한 행사를 더는 용납할 수 없다’는 글을 적은 현수막을 내걸었다. 다보스포럼 개막 하루 전날에는 행사장인 국제회의장으로 향하는 길목에서 스위스 사회주의 청년정당 당원들과 기후 활동가들과 함께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15일(현지시간)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리는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 연차총회를 하루 앞두고 시위대가 "부자에게 세금을"이라고 쓰인 손팻말을 들고 시위하고 있다. 다보스=AP뉴시스
지난해 5월에는 다보스포럼에 반대하는 시위에 각국 백만장자들이 합류, 부유층에 대한 과세 강화를 주장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가디언에 따르면 스스로 ‘애국적 백만장자들’로 부르는 이들은 물가 급등과 빈부 격차 확대를 해결하기 위해 각국 정부가 자신을 비롯한 부유층에 대해 새로운 세금을 도입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 단체 회원인 전직 경영 컨설턴트 필 화이트는 “억만장자와 세계 지도자들이 역사적 전환점에 대해 논의하기 위해 다보스 사유지에 모여있을 때 나머지 전 세계는 경제 위기에 짓눌려 무너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덴마크의 억만장자 기술자이자 부동산 개발업자인 자파르 샬치도 “세계의 부자와 권력자들이 겹겹의 보안 속에서 만나는 다보스 포럼과 같은 행사로는 대중의 신뢰를 얻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조성민 기자 josungm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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