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년째 독점 논란 남산 케이블카…서울시 '곤돌라 사업'은 어쩌나

CBS노컷뉴스 김민수 기자 2023. 1. 17.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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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산 케이블카. 자료사진


60년째 남산 케이블카를 독점 운영해온 한국삭도공업이 최근 200억원을 들여 시설 전면 개·보수하는 계획을 서울시에 제출하면서 독점 운영에 따른 특혜 시비가 재부상하고 있다.

17일 서울시 등에 따르면 한국삭도공업은 지난해 10월 시 도시공원위원회에 현재의 수동시스템을 자동으로 바꾸고 탑승 케빈을 신형으로 교체하는 안을 담은 '남산1근린공원 조성계획변경 및 경관심의' 안을 제출했다. 이번 개·보수에 소요되는 비용은 200여억원으로 기존 철탑형 지주를 2m 가량 높이는 계획도 담은 것으로 알려졌다.

심의위에서는 안전을 위해 노후된 시설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과 60년째 독점 운영을 해오며 각종 특혜시비가 끊이지 않는 남산 케이블카 독점 운영 논란을 정리해야 한다는 의견이 오가며 수개월 째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다.  

시는 이날 오후 제11차 도시공원위원회를 열고 한국삭도 측이 수정 보완해 제출한 안건 등에 대해 심의를 벌인다.

남산 케이블카는 1961년 5·16 군사 쿠데타 석달만인 그해 8월 대한제분 사장을 지낸 고(故) 한석진씨가 설립한 한국삭도공업이 교통부(현 국토교통부)로부터 국내 최초 삭도(索道) 사업허가를 받아 1962년 5월 20인승 케이블카 두 대로 운영을 시작한 이래 국유지를 반영구적 사업 기반으로 삼아 60년째 독점 운영해오고 있다.

설립자 한석진씨의 남산 케이블카 독점 운영권 획득 배경에 박정희 군사정권과의 친분이 컸다는 특혜설이 끊임없이 제기됐다.

한국삭도공업이 매년 벌어들이는 매출은 수백억 원에 달하지만 서울시에 납부하는 금액은 국유지 사용료 3천여 만원에 불과했다.

2015년 서울시의회는 특별위원회를 구성하고 '남산케이블카 사업의 독점 운영과 인·허가 특혜의혹 규명'을 위한 행정사무조사를 벌여 기관조사, 문서검증 및 현장방문, 증인조사 등을 진행하고 서울시와 정부에 대책을 요구했지만 독점 운영은 이후에도 유지됐다.

한국삭도공업(주)의 남산 케이블카 홈페이지 캡처
2009년 서울 남산 케이블카가 강풍으로 멈춰선 가운데 소방대원들이 긴급 출동, 고가사다리를 이용하여 고립된 승객들을 구조하고 있다. 자료사진


한국삭도공업은 현재 한석진씨의 아들 한광수 공동대표와 가족(50.87%), 이기선 공동대표와 가족(48.64%)이 대부분의 지분을 보유하고(99.51%) 수익을 나누어 갖는 체제로, 재무회계 운영이 불투명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회사 감사를 한광수 공동대표의 아내인 이정학씨가 맡고 있고, 한광수-이정학 부부는 미국 국적을 가진 것을 두고도 논란이 일었다.

설악산 케이블카 역시 비슷한 형태로 운영되어 왔는데, 박정희 전 대통령의 사위이자 박근혜 전 대통령의 이복 형부인 고(故) 한병기 전 주유엔 대사가 1970년대 허가를 받아 51년째 가족 기업으로 운영하고 있다.

이들 업체의 독점 운영 논란은 케이블카 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도마 위에 올랐지만 법령의 허술함 때문에 매번 비켜나갔다. 남산 케이블은 1984년 구동축 절단사고, 1995년 음주운전 사고, 2009년 강풍 정지 사고, 2019년 충돌 사고 등 여러 차례의 크고 작은 사고가 발생했다.

관광용 케이블카 대부분은 지역 관광명소와 국립·도립공원 등에 설치돼 있다. 전국에 20여 개의 케이블카가 운영되고 있지만 경남 통영 미륵산 케이블카(통영관광개발공사), 경북 울릉군 케이블카(울릉군), 사천 바다 케이블카(경남 사천시) 등을 제외하면 모두 사기업이 소유하고 있다.

특히 남산 케이블카와 설악산 권금성 케이블카는 반세기 넘게 독점 운영하면서 사실상 영구적으로 이권으로 누리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현행법상 궤도사업(케이블카 포함)은 관할 지방자치단체의 허가·승인 등을 받게 돼 있다. 남산 케이블카도 중구청과 서울시 관할이지만 이렇다 할 대응을 하지 못하고 있다. 이를 관리할 '자연공원법'이 만들어졌지만 1980년 법제정 이전에  인허가를 받은 사업권에 대해서는 법 적용이 되지 않는다.

2018년 국회가 민간사업자의 사업 연한을 30년으로 제한하는 궤도운송법 개정안을 발의했으나 처리되지 못하고 임기 만료로 자동 폐기됐다.

상황이 이런 가운데 서울시가 지난해 7월 밝힌 '남산 곤돌라' 사업 재추진도 논란이다.

오세훈 서울시장. 남산 곤돌라 사업 추진 조감도. 연합뉴스


오 시장이 2008년 재임당시 추진했다 환경단체와 서울시의회 반대로 좌절됐던 남산 예장공원 곤돌라 사업을 재추진하기로 하고 '남산 친환경 이동수단 도입 타당성 조사 및 기본계획 수립 용역'을 발주했다.

사업예산 부담을 덜기 위해 민간투자사업(BTO) 방식으로 참여 업체에 수십년 간 독점 운영권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서울시의회 박영한 시의원(국민의힘·중구1)은 지난해 11월 제315회 정례회 균형발전본부 행정사무감사 상임위원회 질의에서 "한국삭도공업이 1962년 5월에 개장한 게 남산에 있는 케이블카인데 지금까지 독점 사업을 하고 있다"며 "서울시가 재추진하는 곤돌라 사업도 독점 사업이 될 수 있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한국삭도공업도 2013년 남산 케이블카를 곤돌라로 변경하기 위해 문화재청에 국가지정문화재 현상변경허가를 신청한 바 있다. 2019년 국토교통부와 문화재청으로부터 궤도건설 승인과 문화재 현상변경 허가를 받았다.

박 의원은 한국삭도공업이 곤돌라 사업도 추진했다고 지적하고 "당시에는 승인됐다가 다시 부결됐다가 지금 다시 또 추진되는 이런 맥락인 것"이라며 "남산 케이블카는 물론 현재 계획 중인 곤돌라 시설은 분명한 공공재임을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한국삭도공업의 남산 케이블카 시설 전면 개·보수 안건은 시 도시공원위원회에서 심의하는 만큼 사안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며 "의결 또는 조건부 의결, 재심의 등 여러 결정이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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