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원님의 수상한 법카…“반론을 기다립니다”

김우준 2023. 1. 17.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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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는 한 현역 국회의원에 대한 제보를 받았습니다. 제보는 구체적이었고, 증빙 자료는 방대했습니다.

제보의 뼈대는 지역구의 한 건설사가 법인카드를 현역 의원에게 제공했고, 해당 의원이 이 카드를 수시로 썼다는 거였습니다.

■ 의원님이 왜 건설사 법인카드를?

경찰 수사가 진행 중이어서 섣불리 예단할 순 없지만, KBS가 취재해보니 제보의 내용과 크게 다르지 않은 정황이 곳곳에서 확인됐습니다.

누구냐고요? 더불어민주당 임종성 국회의원 이야기입니다. 임 의원은 경기도 광주를 지역구로 한 재선 의원이자, 민주당 경기도당 위원장이기도 합니다.

[연관 기사]
[단독] ‘압수수색’ 임종성 의원, ‘건설사 법카’ 어디 어디 썼나 봤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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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법카 제공” 진술 확보…임 의원 ‘기념사진’ 장소마다 결제 기록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7576231

더불어민주당 임종성 국회의원


■ 문제의 법카, 사용처 살펴보니…

KBS는 해당 건설사의 법인카드 결제 기록을 검증해 봤습니다. 임 의원이 사용했다고 지목된 기간은 2020년과 2021년에 걸쳐 있습니다.

가장 눈에 띄는 사용처는 '골프'였습니다. 골프장 이용료나 골프용품점에서 수시로 긁혔습니다. 적게는 수십만 원, 많게는 수백만 원이 한 번에 결제됐습니다.

물론, 법인카드의 명의자는 건설사입니다. 법인카드가 결제됐다는 것만으로는 임 의원과의 연관성을 확인할 순 없습니다.


우선, 법인카드가 결제된 날 임 의원이 그곳에 있었는지를 확인했습니다.

위에서 보듯, 법인카드는 2021년 1월 22일과 24일 각각 제주도 골프장에서 사용됐습니다. 같은 달 제주도 공항 면세점에서도 50만 원 넘게 사용됐습니다.

이 기간 임 의원은 제주도 방문 중이었습니다.

취재진은 당시 일정을 알고 있는 민주당 관계자를 만났습니다. 그 사람은 이렇게 증언했습니다.

"그 무렵 임종성 의원이 지역구 관계자들과 제주도에서 골프를 두 차례 쳤죠. 제주도 면세점에서도 뭘 샀더라고"

이 관계자는 당시 임 의원의 제주도 방문이 친목을 다지는 차원이었다고 기억했습니다.

당시 임 의원이 제주도에 함께 간 지인들에게 "사진을 남기지 말라"고 했다는 말도 덧붙였습니다.

■ 임 의원 방문지마다 건설사 법카 결제?

취재진은 법인카드가 결제된 곳과 임 의원의 동선이 일치한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우연의 일치는 아니었을까. 한두 번은 우연일 수 있지만, 수십 번이 우연일 확률은 극히 드물 겁니다.

임 의원의 과거 동선은 SNS 기록으로 남아 있습니다.

홍보용 SNS에 의정활동의 하나로 방문한 곳과 일시를 상세히 상세히 남겨뒀습니다. 인증 사진도 빼놓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그 시간, 그 장소에선 어김없이 건설사의 법인카드가 결제됐습니다.

제보 내용을 종합하며, 임 의원에게 문제의 법인카드가 건네진 건 2020년 하반기쯤입니다.

경찰 역시 KBS와 비슷한 방식으로 임 의원의 동선을 확인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경찰은 이 법인카드로 최소 수천만 원어치를 임 의원이 쓴 게 아닌지 의심하고 있습니다.

■ 왜 건설사 법카를 '의원님'이?

법인카드가 긁힌 곳은 크게 두 곳으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임 의원의 지역구인 경기도 광주, 그리고 서울 여의도 인근입니다. 아시다시피 여의도엔 국회의사당이 있습니다.

여의도에서 법인카드가 많이 긁힌 곳의 위치와 업종을 지도에 찍어봤더니, 아래와 같았습니다. 무엇을 말해주는 걸까요.


임 의원에게 법인카드를 건네준 것으로 지목된 인물은 건설사 임원 A 씨입니다.

A 씨가 재직 중인 건설사는 연 매출 10억에 못 미치는 소기업입니다. 건축에 필요한 돌을 납품하는 '석공사업' 전문 업체였습니다.

흥미로운 대목은 해당 업체의 회사 위치였습니다.

임 의원이 업체 법인카드를 쓰고 다녔다고 의심되는 기간, 건설사는 임 의원 지역구 사무실과 같은 건물을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뭔가 '인연'이 있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 "반론을 기다립니다"

현역 재선 의원의 비위 의혹인 만큼, KBS는 임 의원의 '입장'을 충분히 듣고자 했습니다.

임 의원에게 직접 통화를 시도한 횟수만 20여 통, 문자와 카톡은 10개가 넘습니다. 하지만 제대로 답변을 듣지 못했습니다.

의원실에서도 4시간 넘게 기다려봤지만, 헛수고였습니다.

지난 12일 보좌관이 "사실이 아니므로 해명할 필요 없다"는 임 의원의 입장을 건네준 게 전부였습니다.

그나마 그 보좌관도 13일 경찰 압수수색 이 진행된 이후엔 취재진 연락에 어떤 응대도 하지 않고 있습니다.

다만, 그사이 한가지 눈에 띄는 변화는 있었습니다. 갑자기 임 의원의 홍보용 SNS가 폐쇄된 겁니다.

법인카드와 동선이 겹쳤던 방문 장소들이 게시됐던 그 SNS입니다.

게시물 900개가 넘었던 인스타그램이 KBS 보도 이후 모든 '포스팅'이 삭제됐습니다.


KBS는 수상한 법인카드 의혹에 대해 여전히 임 의원의 반론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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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준 기자 (universen@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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